'양적 완화(QE)'에 이어 실물경제에도 자금 투입

'메인스트리트 대출' 본격화···상업용 MBS·CLO까지 매입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과 가계, 연방 및 지방 정부 등에 최대 2조3000억 달러(약 2800조 원)의 유동성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기부양까지를 염두에 두고 유동성 규모뿐 아니라 지원 대상도 파격적으로 확대했다.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와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까지 매입하는 전례 없는 조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나라의 최우선 과제는 이 공공 보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주정부 및 지방정부의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모든 규모의 기업체와 가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역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까지 유동성을 지원하고 안정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조치는 가능한 활발한 경기회복이 이뤄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연방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에 따라 재무부 자금을 종잣돈으로 최대 10배 안팎의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총 2조2천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 법안에서 연준 대출프로그램 지원금으로 4540억 달러가 배정된 바 있다.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이른바 '양적완화'(QE) 정책을 이어가는 동시에,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실물부문에도 직접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우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MSLP)을 통해 6천억 달러를 투입한다. 재무부가 자본금 750억 달러를 지원한다. 앞서 연준은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을 예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메인스트리트 신규 대출 기구'(MSNLF) 및 '메인스트리트 확장 대출 기구'(MSELF) 등 2개 비상기구가 설치된다. 직원 1만명 이하, 매출 25억 달러 이하인 업체에 대해 최대 4년 만기 대출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직원의 급여를 뒷받침하기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이 함께 가동된다. 직원 급여용으로 기업체에 대출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안정화 조치를 대폭 강화했다. 회사채와 개인소비자 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3개 비상기구를 통해 8500억 달러의 유동성이 공급된다. 재무부가 자본금 850억 달러를 제공한다. 기존의 3천억 달러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회사채 매입을 위한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 및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 개인 소비자 금융을 지원하는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 등이다.

PMCCF에 5천억 달러, SMCCF에 2500억 달러, TALF에 1천억 달러가 각각 배정된다. 지원 대상도 기존 투자등급에서 일부 투기등급으로 확대했다.

연준은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된 회사채까지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기존 'BBB-' 이상의 투자등급에서 최소 'BB-'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이른바 '폴른 엔젤'(fallen angels·타락천사)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TALF의 매입 대상도 기존 오토론·카드론·학자금 대출 등을 자산으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ABS)뿐만 아니라,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월세 대란'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업용 MBS 시장과, 투기등급 기업의 대출채권을 묶어서 만든 파생상품인 CLO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각급 지방정부에도 막대한 유동성 지원이 이뤄진다. '지방정부 유동성 기구'(MLF)가 재무부 자본금 350억 달러를 지렛대로 5천억 달러 규모의 지방채를 매입하게 된다. 매입 대상은 인구 200만명 이상의 카운티, 100만명 이상의 시(市)가 발행한 채권이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지방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