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드라마

- 상영시간 96분

- 개봉일 2009.04.23

- 감독 부지영

- 출연 공효진, 신민아

- 등급 15세 관람가

명주(공효진 분)와 명은(신민아 분)은 자매다. 하지만 말만 자매지 이 둘에게서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가장 크게는 아버지가 서로 달라 명주는 오 씨고 명은은 박 씨다. 언니 명주는 고향인 제주도에서 생선 가게를 운영하며 밥벌이를 하는 또순이지만, 동생 명은은 서울에서 대기업에 근무하는 커리어우먼이다.

이렇게 서로 평행선을 달리던 두 자매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다. 평소 아버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던 명주와 명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끝낸 후 명은은 단 한번도 본 적 없던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행에 명주에게 동행할 것을 부탁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이하 ‘지금 이대로’)의 영어 제목을 보면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대략 감이 잡힌다.

<지금 이대로>의 영어 제목은 ‘Sisters on the Road’. 말처럼 한 남자를 찾아 짧은 여행을 떠난 극 중 두 여자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다.

같이 여행을 하고는 있지만 명주와 명은에게 이 여행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줄곧 성장한 명주에게 이 여행이 자신의 달콤쌉싸래했던 과거로의 회상이라면, 성인이 된 후 가족과 철저히 연을 끊고 살아온 명은에게 이는 그저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악다구니 정도였다. 철저히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두 여자가 여행 중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동안 한국에서 가족을 소재로 끌어온 영화는 많았다. 최근 제작된 것들만 챙겨봐도 <바람난 가족>, <좋지 아니한가>, <가족의 탄생> 등 무척 논쟁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수작 한국 영화들의 리스트가 즐비하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의 가족은 이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명주와 명은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성인이 된 후에도 미성숙한 상태로 ‘길 위를 방황하던’ 존재들이다.

개인사를 대물림하듯 명주는 그 자신이 아버지가 없는 딸을 키우는 미혼모의 신세가 되었으며, 그토록 벗어나려고 했지만 명은에게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는 사생아라는 낙인이 여전히 가슴속에 아프게 남아 있다.

소통이란 것을 시도조차 해본 적 없던 미혼모 명주와 사생아 명은은 비로소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동시에 이들은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그토록 흔들어놓았던 아버지의 빈 자리에 대한 해답에 조금씩 접근해 간다.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은 단지 그들의 환상 혹은 착각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더도 덜도 말고 그저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이었다는 것을.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는 <지금 이대로>의 반전은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다가온다.

<지금 이대로>는 신인 감독인 부지영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 자신이 제주도 출신으로 감독의 과거 추억과 경험이 이야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탓에 <지금 이대로>에서 관객들은 어렵지 않게 감독의 진정성 가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영화의 투톱인 공효진과 신민아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에 날개를 달아준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상영 전 감독이 했던 한마디가 퍼뜩 머릿속에 떠오른다. <지금 이대로>가 그동안 철저히 놓고 지내던 주변을 한번 돌이키게 하는 계기의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는 감독의 소박한 말이다.

물론 〈지금 이대로>에서 신인 감독 특유의 많은 실수와 치기를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그다지 흠을 잡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 역시 <지금 이대로> 이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나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의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태상준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