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2단계 본격 돌입.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감염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적극적인 진단검사와 발 빠른 방역조치로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감염자를 신속하게 진단해 조기 격리시키는 전략이 방역에 효과를 보이면서 한국의 대응을 따라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확산세가 심한 미국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입하는 국가가 100개국을 넘어서면서 관련 기업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 국내 긴급사용승인 현황. 출처=질병관리본부

‘메이드 인 코리아’ 진단키트 수출길 활짝

국내 코로나19 진단검사는 미국이나 일본 등 방역 선진국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50만여 건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며 진단키트의 안정성과 성능을 검증했다.

보건당국의 신속한 행정처리와 민간기업의 개발 역량이 한데 어우러져 일궈낸 성과다. 질본관리본부는 지난 1월 말 코로나19 대유행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에 자체 개발한 실험법을 공개하고 진단키트 개발을 독려했다.

그 결과 씨젠,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등 5개 업체의 제품이 식약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국내에 신속하게 보급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방문으로 화제를 모은 씨젠은 국내 확진자가 단 1명도 없었던 1월 중순부터 진단시약 개발에 착수해 일찌감치 기회를 엿봤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진단키트 ‘올플렉스’는 코로나19 특이유전자를 모두 검출할 수 있어 검사 정확도가 높다는 반응이다. 이 제품은 현재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등 4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해외 진출이 급물살을 타면서 씨젠의 시가총액도 큰 폭으로 치솟았다. 올해 1월 초 8119억원이었던 씨젠의 시총은 3월 말 2조9145원으로 이마트와 맞먹는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국내 긴급사용승인 대상인 RT-PCR 진단키트 외에 항원·항체 면역반응검사 제품도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 9일 기준으로 26개 업체가 식약처로부터 수출허가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수젠텍은 혈액으로 IgG 항체와 IgM 항체를 동시에 진단해 10분 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신속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미국 진출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8일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FDA의 잠정 승인을 받은 국내 업체 3곳과 직접 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직 해당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 소식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력 업체로 솔젠트와 오상헬스케어가 거론되고 있다. 솔젠트는 지난 7일 국내 진단기업 최초로 FEMA에 비축전략물자 조달업체로 등록됐다고 알렸다. 오상헬스케어도 외교부 공조로 FEMA와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1차로 30만 명분을 선적할 계획이다.

▲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항체 개발 프로세스. 출처=셀트리온

첫 치료제·백신 개발의 주인공은?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 탓에 서서히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첫 개발 성공을 통해 얻게 되는 반사이익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다수의 국내외 제약업체들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미 다른 적응증으로 개발됐거나 연구 중인 후보물질을 활용해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주도 아래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연구과제를 공모해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를 항체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협력 파트너로 선정했다.

셀트리온은 오는 7월 임상 진입을 목표로 단클론항체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단클론항체 치료제는 완치자 혈액의 항체를 분석·평가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항체만 선별해 치료제로 이용한다.

SK의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합성 항원 기술을 이용한 예방 백신 개발을 추진한다. 합성 항원 백신이란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병원체의 일부 단백질만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합성해 제조해 감염의 우려가 적고 안전성이 높다. 이 회사는 현재 백신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동물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9월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기관과 별도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도 눈에 띈다. GC녹십자는 백신 개발을 통해 축적된 R&D 역량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하는 단백질 가운데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대량 생산할 방침이다. 또 카이노스메드는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자체 연구 화합물을 통해 항바이러스 효능을 검증한다. 유틸렉스는 면역항체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요동을 치고 있다. 단순히 치료제·백신 개발 착수 소식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현실은 아쉽지만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