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 주요 수출국들이 자국의 식량 안보를 지킨다는 명복으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 이동 금지조치가 발동되면서 쌀 수송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출처= TH whit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대확산으로 식량 공급이 위축되면서 쌀 가격이 최근 몇 주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 쌀 선물 거래 가격은 2013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쌀수출협회에 따르면 국제 벤치마크인 5% 도정 백미 가격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 사이 산지 기준 12% 폭등했다.

태국산 쌀 가격은 지난달 말 이미 1t 당 550달러를 기록해 2013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베트남 쌀 가격도 1t 당 400달러를 기록해 2018년 12월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인도, 태국에 이어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코로나19에 따른 식량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달 쌀 수출을 중단했다. 베트남은 작년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국가에 쌀 637만t을 수출했다. 캄보디아 역시 지난 5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쌀 주요 수출국들이 자국의 식량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 이동 금지조치가 발동되면서 쌀 수송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식량 위기에 대한 공포로 소비자들의 사재기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폭등했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전세계 농업에 노동력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식량 부족 현실화될까?

전 세계 인구가 지역 봉쇄에 대비해 식품 사재기에 나섬으로써 슈퍼마켓 진열대에 쌀, 파스타, 밀가루, 계란 같은 식품들이 일거에 사라졌다.

육류와 유제품 생산업체는 물론 과일과 채소 재배농가들이 식당에 이에 대처하기 위해 식당에 공급하려 했던 식자재를 식품점으로 급히 실어 나르면서 소비자들의 공포는 더욱 커졌다.

소매업체와 당국은 근본적인 식품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슈퍼마켓의 대부분의 식품들은 빠른 시일 내에 보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북미의 베이커리와 파스타 회사들은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식품 회사들은 가구들이 어느 정도 식품 비축을 끝내고 지역 봉쇄라는 일상 생활에 적응한 뒤에야 사재기 열풍이 가라 앉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논밭에서 가정 식탁까지 식품을 조달하는 물류 업체들은 앞으로 식품 부족으로 인한 영향이 더 커질 것이며 장기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항공화물 부족과 트럭 운송업체의 부족으로 신선식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부족으로 논밭에 작물을 심는 것에서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타격을 받을 것이며, 이는 10년 전 개발도상국들을 뒤흔들었던 식량 부족 사태와 가격 폭등을 재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CNBC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의 특성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인해 농사 시기를 놓칠 경우 연말까지 공급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전세계에서 많은 비행기들이 이륙하지 못하고 화물선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채소나 남미에서 미국으로 가는 과일 등의 수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노동력 부족으로 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하고 그대로 썩게 방치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봄이 시작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필요하지만, 국경 폐쇄로 외국 노동자들의 통상적인 유입이 차단되면서 농가들은 딸기와 아스파라거스를 따기에 충분한 노동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는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노동력 부족을 위해 자국민이 농업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폐쇄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확 시기가 가까워진 밀과 같은 주요 작물을 수확하기 위한 일손이 부족해진 인도도 대량의 농작물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 전 세계 인구가 지역 봉쇄에 대비해 식품 사재기에 나섬으로써 슈퍼마켓 진열대에 쌀, 파스타, 밀가루, 계란 같은 식품들이 일거에 사라졌다.    출처= Pinterest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 쌀 선물 거래 가격은 2013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쌀수출협회에 따르면 국제 벤치마크인 5% 도정 백미 가격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 사이 산지 기준 12% 폭등했다.

밀 가격도 동반 급등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선물은 3월15일부터 말일까지 15%나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달걀 도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뉴욕포스트(NYP)에 따르면 12개짜리 달걀 한 팩이 최근 3.09달러로, 지난 한 달 사이 3배 급등했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걀 도매 주문이 미국 전지역에 걸쳐 최대6배 폭증했다.

미국인들의 아침 식사 주메뉴에 해당하는 달걀값 상승은 식비 부담을 높이는 한편 빵과 과자류 등 이를 원료로 하는 가공 식품으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러나 식품 회사들은 대개 농산물을 미리 구입하기 때문에, 농산물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이 슈머마켓에서 판매되는 가공 식품에 즉각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일부 빈곤국에서는 식품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식품 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전세계 농산물 준비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주식(主食)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매입을 갑자기 늘리면 식량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전세계 식량 공급체계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제때에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4월이나 5월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과일이나 생선 같은 신선 식품들은 쌀과 같은 비가공 곡물보다 수급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위기가 지속된다면?

애널리스트들은 가장 많이 소비되는 농작물의 전세계 공급량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밀 생산량은 앞으로 1년 동안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나타나고 있듯이, 일부 국가에서 쌀 같은 농작물의 수출을 금지하거나, 대량 공급자들이 국내 공급이 충분한지 확신하지 못해 수출을 제한한다면, 세계 공급은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불안해질 수 있다.

세계 식량 공급을 긴장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국 폐쇄령에서 벗어나고 아프리카돼지 열병으로 수 많은 돼지를 살상 처리한 이후 식품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외국 농산물을 삭쓸이 하려 한다는 징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