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관 자료 관리 허술, 증‧감액만 표시 뉴스 초점 놓쳐

[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가계대출 잔액이 1100조를 돌파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국가의 경제활동이 정지된 가운데서도 가계대출은 꾸준히 증가하며 가계대출 총잔액이 1101.9조원(속보 추정치)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9.1조원이 증가하고, 올해 1분기 증가액은 20.7조원을 기록하여 가계대출 1100조원 시대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17년 이후 3년간 분기 증가액 기준으로 가장 큰 금액이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으로 쏠리는 가계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고강도 대출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도 가계대출이 다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 향후 가계대출 부실화에 따른 경제 전반의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각 금융업권별 대출금 증가 내역을 살펴보면 올해 1월에만 2.3조원이 증가하고 2월과 3월에는 각각 9.3조원과 9.1조원이 증가하며 분기 합계 증가액이 20.7조원을 기록하며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전 세계 국가들이 저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무제한 유동성 완화정책으로 재정을 풀고 있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증권시장에서 주식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저가 매수의 기회를 포착한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에 의한 신용대출을 받아서라도 주식투자를 하려는 묻지마 투자도 가계대출 증가에 한 몫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 담당자는 “정부가 지난해 4분기에 강력한 주담대 억제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주담대 감소 현상이 나타나면서 은행의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면서 “올해 들어서는 담보대출이 감소하여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봉급생활자들과 안정적인 직장인을 상대로 신용대출을 확대하여 수익성 증대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정부에서는 초유의 대출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관리자들은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고 책임감 없는 일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8일 ‘3월중 가계대출 동향(잠정)’ 이라는 제목의 업권별 월별 가계대출 증감 추이 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전월과 전분기 대비 조 단위 대출 증감액만 표시되고 월말이나 분기말 잔액이 표시되지 않아서 얼마가 증감됐는지 알 수 없는 자료이다.

이에 현재 가계대출 총잔액은 얼마이고 어느 업권에서 얼마나 증가했는지 실제적인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자 금감원 담당자는 자기 부서에서는 세부적인 자료를 축적하고 있지 않아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계속 이런 자료를 냈는데 유독 이달에는 잔액을 확인하려 하느냐며 퉁명스런 반응을 보였다.

기자가 금융감독기관에서 보도자료를 내면서 세밀한 자료를 내지 않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잘하는 행정이냐며 따지고 들자, 수년간 금융위에 근무했어도 이런 요구는 처음 받았다며 책임회피성 발언만 했다.

홍상준 금융위원회 가계금융과 담당사무관은 “이 자료는 계속 이렇게 작성해 왔기 때문에 잔액은 알 수 없고 누적된 자료에 의해 전월과 분기 대비 증감액만 표시한다”면서 “금감원에서 잔액까지 표시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프로세스를 또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자료는 만들 수 없다“ 하고 ”한국은행의 가계신용동향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행으로 책임을 돌렸다.

이번 보도자료는 지난 3월말 현재 가계대출 총잔액이 1100조원을 돌파하는 새 기록이 수립되는 중요한 내용이 발표돼야 할 자료이다. 더구나 지난해 4분기 이후 수그러들던 가계대출이 급등하며 분기 증가 실적으로 최근 3년래에 가장 많은 금액이 증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정보의 보도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