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자사 계열사와 협업해 마케팅하거나, 오프라인 숍앤숍 형태로 입점시키는 등 적자를 줄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 스톤브릭 홍대점의 외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stonebrick)’은 스타벅스와 함께 ‘스톤브릭 체리블라썸 세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체리블라썸’은 매년 봄에 진행하는 스타벅스만의 프로모션으로, 국내 화장품과 브랜드 협업관계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벅스 체리블라썸 프로모션 음료 3종 중 2잔 이상 구매 시, 스톤브릭 ‘체리블라썸 세트’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체리블라썸 세트에는 립밥 또는 립스틱과 스타벅스 사이렌로고가 새겨진 투고컵 피규어, 브릭플러그가 들어있다.

스톤브릭에 따르면 두 브랜드의 주 고객층이 겹치기 때문에 콜라보를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의 주 고객층은 20-30대 여성으로, 실제로 2019년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성비는 여성이 7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연령대비에서도 30대(39%), 20대이하 (32%) 등 젊은 층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콜라보 제품은 이틀 만에 완판 됐고, 최초로 코스메틱 브랜드와 콜라보한 상품이라 고객들의 반응은 신선했다”면서 "향후 지속적인 협업을 검토중이다"고 말했다.

▲ 스톤브릭 ‘체리블라썸 세트’. 출처=이마트

그러나 일각에서는 20대를 타깃으로한 스톤브릭이 국내에서 큰 반응이 없자, 이마트 자회사 중 하나인 스타벅스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이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스타벅스 운영사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고, 스타벅스가 화장품 브랜드와의 콜라보 진행이 이번이 처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2월 ‘정용진 화장품’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화장품 사업은 초반에만 반짝 인기를 끌고 너무 튀는 콘셉트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빗나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다양하고 차별화 된 색의 콘셉트로 밀고 나갔지만, 노랑색과 하늘색, 보라색 등 국내 소비자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색 조합으로 대중성을 잡긴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다양한 색상과 레고를 형상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스톤브릭 1호점 홍대점 개점 당시 한 달만에 계획 대비 매출 2.7배를 기록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는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시장의 반응이다.

▲ 스타벅스 ‘2020 체리블라썸 MD 상품’. 출처=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푸드의 만년 적자 사업인 ‘스무디킹’도 편의점 이마트24를 활용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스무디킹 역시 정 부회장이 ‘제2의 스타벅스’로 키우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이며 인수를 주도한 브랜드지만 적자만 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주도적으로 실적 회복에 나서기 위해 편의점 내 스무디킹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맹점주의 수익과 스무디킹 실적도 함께 개선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편의점을 활용한 방법은 이마트24 편의점 카운터 내 공간에서 스무디킹을 제조·판매하는 형식이다. 이는 이마트24와 가맹계약을 맺은 경영주가 스무디킹과 별도의 가맹계약을 맺고, 별도 스무디킹 매장을 오픈하는데 발생하는 투자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마트24 내 스무디킹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기존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임차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결국 한 매장에서 두 개의 가맹점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마트24 내 스무디킹 운영 계약 기간은 3년으로, 계약 기간이 지나면 1년 단위 재계약이 가능하다.

▲ 이마트24 종로대호점에서 고객이 스무디킹을 구매하고 있다. 출처=이마트24

이마트24가 스무디킹과 협업에 나선 것은 양사가 모두 같은 계열사이기도 하지만 스무디킹이 신세계의 ‘애물단지’ 사업이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가 2015년 12월에 인수한 과일 스무디 전문점 스무디킹은 지난 2016~2017년 매출액 202억원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 169억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욱 떨어진 150억원대를 기록하면서 1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봤다. 현재 스무디킹 매장(2019년 기준)은 직영 18개, 가맹 91개, 숍인숍 23개 등 132개로, 전년(직영 24개·가맹 89개)보다 가맹점과 숍인숍 비중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가맹점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의 하나”라면서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인 모델을 지속 선보여 나감으로써 가맹점 매출과 수익이 증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같은 계열사끼리의 협업은 마케팅 효과도 가져오고 수익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면서 “다만 억지스럽거나 관련성이 많이 떨어지는 콜라보나 소비자들의 취향을 잘못 읽은 협업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으니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