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현미경으로 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확대 사진으로 바이러스 입자를 둘러싼 돌기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바이러스 입자들이 왕관모양의 돌기를 나타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뜻한다. 출처=마크로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독일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도 상피세포부터 공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표본이 크지 않아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 연구 업계 등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 건강연구소(BIH), 베를린 샤리테 의대, 하이델베르크대 병원 흉부 클리닉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과 증식 과정에서 기도 상피세포 등 특정한 세포에 의존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하이델베르크 폐 바이오뱅크(Lung Biobank)에 등록도니 폐암 환자 12명의 암 조직과 주변 정상 조직 기관지경 검사 환자에서 채취한 정상 기도 세포 등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앞서 비흡연자에게 폐암이 생기는 이유를 규명할 목적으로 해당 세포를 활용했지만 미활용 부분을 코로나19 연구에 활용했다.

논문 초록에 따르면 연구진은 폐, 기도 등의 세포 약 6만개를 놓고 염기서열 분석(유전자 시퀀싱)을 진행했다. ACE2 수용체와 TMPRSS2 보조인자의 생성 코드를 가진 유전자가 어느 부위에서 활성화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유전자 시퀀싱 결과 ACE2 수용체와 TMPRSS2 보조인자를 생성하는 유전자 전사는 극히 일부 세포에서 소량만 발견됐다. ACE2 수용체가 주로 만들어진 건, 기도 상피세포로 발달하는 기관지의 특정 전구세포였다. 가는 섬모로 뒤덮인 기도 상피세포는 폐의 세균과 점액을 쓸어내는 기능을 한다. ACE2 수용체의 세포 내 밀도는 나이가 들수록 높아졌고,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일반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가 숙주 세포에 감염하려면 먼저 세포 표면에 달라붙어야 한다. 이때 결합 표적이 되는 게 ACE2라는 수용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갈 때도 TMPRSS2라는 보조 인자의 도움을 받는다. ACE2 수용체와 TMPRSS2 보조인자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감염이 일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ACE2 수용체와 TMPRSS2 보조인자가 많이 발현하는 세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1차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인체의 호흡계(respiratory system)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가장 취약한 부위가 기도 상피세포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ACE2 수용체와 TMPRSS2 보조인자가 여성보다 남성에 더 많다는 것도 확인했다. 남성이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유가 일부 밝혀진 셈이다.

BIH 디지털 건강 센터의 창립 이사인 롤란트 아일스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과 증식 과정에서 특정한 세포에 의존한다는 게 드러났다”면서 “바이러스와 숙주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더 잘 이해하면 효율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유럽분자생물학기구가 발행하는 ‘EMBO 저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