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정국으로 각 주류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출처= 각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재 관련 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류업체들 사이에선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하이트진로 ‘웃음’ 

주류업체들의 상반된 상황은 ‘맥주’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진로 이즈 백)’의 끝나지 않는 인기 덕으로 주요 업체들 중 가장 좋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류 제품 전반의 수요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테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의 공장은 연일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출시 후 7개월 만에 기준 누적판매 1억병(1억53만병, 360ml 병 기준)을 돌파한 소주 ‘뉴트로 진로’ 역시 테라와 한 세트처럼 여겨지면서 인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8856억원보다 7.92% 성장한 2조35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재 업계의 침체가 정점을 찍은 2월과 3월을 온전하게 반영한 실적이기에 하이트진로의 매출 성장의 의미는 더 남다르다. 올해 안에는 수그러들 코로나19 공포를 감안하면 하이트진로의 상승세는 적어도 올 한 해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대신증권 한유정 연구원 8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판매량 증가에 따른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 부문은 올해 안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라면서 “늦어도 내년부터는 소주와 맥주 두 사업부문에서 안정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비맥주·롯데 ‘울상’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재 업계 침체는 하이트진로를 제외한 나머지 주류기업에게는 시련이 되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카스’를 보유하고 있는 오비맥주는 “6일부터 청주공장의 제품 생산을 4주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의 누적이 더 이상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청주공장은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용으로 납품되는 ‘카스’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다만 오비맥주 이천공장과 수입 맥주를 생산하는 광주공장에서는 이전과 같이 생산 라인이 가동된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청주공장은 오비맥주가 운영하는 공장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공장이기에 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나머지 두 공장보다 크지는 않다”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류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잠시 동안은 판매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내부의 판단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이하 롯데주류)의 상황도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한때 롯데주류는 참이슬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인 소주 ‘처음처럼’과 프리미엄 브랜드 맥주 ‘클라우드’ 그리고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캐주얼 맥주 ‘피츠’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거의 양분하고 있는 국내 업계 판도를 흔드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수입맥주의 국내 시장 잠식,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롯데주류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정국까지 겹쳤다. 이에 최근 롯데주류는 매출이 부진한 맥주 브랜드 ‘피츠’의 생산 중단과 단종을 고려하는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가오는 주류 성수기가 ‘관건’  

코로나19도 이제는 국내 대규모 확산의 위험성은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사람들의 주말 외출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어 늦어도 5월이 되면, 그간 침체됐던 주류 소비도 서서히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앞두고 각 주류업체들은 사업의 재정비를 통해 다시 예전의 입지를 회복하려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처음처럼과 인기 랩퍼 '염따'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 처음처럼 FLEX. 출처= 롯데칠성음료

이러한 맥락으로 롯데주류는 최근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콜라보레이션 제품 소주 ‘처음처럼 FLEX’를 선보이며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젊은 세대들에게 확산된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시킨 ‘뉴트로 진로’를 선보여 성공한 것과 비슷한 접근 방식이다. 

하이트진로가 사실상 ‘1강’으로 나서고 있는 국내 주류업계의 판도 변화는 5월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비맥주와 롯데주류도 코로나19 정국 이후 활성화될 소비에 맞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