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동안 주춤했던 중국의 해외 M&A가 코로나 확산으로 가치가 하락한 자산을 다시 노리고 있다.    출처= Imaa Institut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은 2년 전만 해도 국제 M&A시장의 가장 큰 손이었다. 중국기업들에게 해외 M&A는 단시간에 부족한 역량을 채우고 경쟁자를 추월하는 ‘지름길’이자 과잉생산 능력을 해소하는 돌파구였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고평가된 주식과 위안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 외부요인, 특히 중국정부가 해외 M&A를 산업고도화 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격상시킨 것도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시켰다.

그러나 2018년 이후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이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견제하고 유럽에서도 중국 관련 투자 안건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다, 중국내부에서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대외투자에 브레이크를 걸며 다량의 해외 자산을 매각하면서 중국의 M&A열기는 급속 냉각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M&A는 올해 1분기에 113억 달러로 2013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되자, 중국 기업들이 유럽의 M&A시장에서 싼 물건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업계 사이에서 최근 유럽의 표적 대상에 대한 중국 기업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이 되었다. 문의자 중 상당 수가 중국 국영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유럽 기업들의 주가 폭락으로 인해 MSCI 유럽지수가 올 들어서만 23% 떨어지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상당수의 유럽 국가들이 안보 문제와 관련된 산업에 대한 중국 기업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에 중국 국영기업들의 공격적 접근이 유럽 정부들과의 충돌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은행권들은 정부로부터 중국 기업을 포함한 적대적 인수자들로부터 유럽 기업을 방어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지만, 항공, 호텔, 심지어 축구 리그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대확산으로 인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현금을 찾는데 혈안이 된 기업들에게 정부의 그런 방침은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이동 제한은 모든 거래가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이 이제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먹이감을 사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관심의 부활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이항그룹(HNA, 海航集团) 등 일부 민간 기업들의 해외 M&A를 ‘비합리적’이라며 대대적으로 단속한 이후 중국의 대형 국제 M&A는 자취를 감췄다. 만일 그 이후 새로운 대형 국제 거래가 발생한다면, 이는 중국 기업들의 세계 무대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대개 자동차, 에너지, 인프라, 기술 등 중국의 국가 전략 우선순위로 여겨지는 산업에서 먹이감을 찾는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국영투자펀드 CNIC가 인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인 그린코 그룹(Greenko Group)의 지분 10%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 민간기업들도 가세하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 투자기업 푸싱그룹(復星集團, Fosun)은 지난달, “'세기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세계의 자산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전 세계에 걸쳐 투자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밝혔다. 푸싱그룹의 계열사인 상하이 유위안투어리스트마트 그룹(Shanghai Yuyuan Tourist Mart Group Co.)은 최근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Djula)의 지분 55.4%를 2억1000만 위안(360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법인 데커트(Dechert LLP)의 홍콩 파트너 양왕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해외에서 중국 기업들의 활동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가 전략 산업 외에도, 소비자 상품, 여행, 호텔 같은 산업에서의 활동도 정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중국 기업들이 남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중국 친화적인 지역으로 간주되는 지역의 자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에서 매물로 나온 기업 명단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중국 국영기업을 잠재 인수자로 환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어에 나선 유럽

다만 그 동안 유럽이 중요 기술 분야의 해외 M&A를 제한해 왔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제조업 등 민감도가 낮은 분야를 공략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침체로, 이 지역의 주요 산업들이 적대적인 인수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회원국들에게 공공정책 목표를 위협할 수 있는 외국 투자로부터 전략자산과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정부는 지난 6일, 외국 인수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 바 골든 파워 법안(Golden Power, 정부에게 국방 및 전략 산업의 해외 거래를 제한하는 권한을 부여한 일련의 법안들)에 따른 강화 조치들을 발표했다. 골든 파워 법안에 따른 조치들은 은행, 보험사, 에너지, 헬스케어 등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된다.

스페인도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고, 독일도 국가적인 이해에 어긋나는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규정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