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일부터 오픈서비스에 돌입했다. 2015년 수수료 0%를 선언한 후 슈퍼리스트와 울트콜 중심의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가동했으나 소위 깃발꽂기 등 큰 손들의 횡포가 심하다는 지적에 따라 5.8%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택하며 거래당 과금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변화가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고,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연일 배달의민족을 저격하면서 "국민 무섭다는 것 알아야 한다"며 으름장까지 놨다. 이 와중에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겠다는 주장도 나온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은 결국 김범준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점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4월 오픈서비스 비용은 상한을 두지 않고 내신 금액의 절반을 돌려 드린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오픈서비스 정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2006년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프랑스·독일 합작 검색엔진인 콰에로(Quaero) 개발을 선언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의 유럽진격에 대항하기 위해 구축된 콰에로 포털에는 표면적으로 프랑스 전력회사 톰슨, 프랑스 텔레콤 등이 참여했으나 핵심은 정부 부처인 프랑스 기술혁신청(AII)이 맡았다. 미국의 사기업인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의 프랑스가 국가적 차원의 포털 서비스를 구축해 분연히 일어난 셈이다. 1970년 유럽이 에어버스를 설립해 미국 보잉의 질주를 막았던 기분좋은 경험의 재연을 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2007년 초 독일은 콰에로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고, 프랑스도 결국 콰에로를 포기하며 야심찬 계획은 끝나고 만다. 그렇다고 실리콘밸리에 대항하려는 유럽의 문화권력 프랑스의 야망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직접 나서 시장에 대항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2016년 역시 실리콘밸리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던 네이버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에서 '판교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사업 선포식'이 열렸다. 테크스타스 및 소사 등 글로벌 액셀러레이터가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판교에 입주하는 것을 바탕으로 글로벌 창업 허브로의 판교를 키우겠다는 야심찬 전략이 발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창업과 스타트업 '지원'은 공공영역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바탕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오픈리스트 논란과 2006년 야심차게 출발한 콰에로의 몰락, 그리고 지난해 판교에서 열린 경기도의 스타트업 육성 로드맵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현상이지만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하나의 사례는 또 다른 사례의 반면교사가 되어주며, 또 다른 사례는 이미 진행되는 사례와 비교할 때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가'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 출처=배달의민족

"배달앱, 망가져야겠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을 선언한 후 또 한 번 위기와 직면했다. 배달앱 플랫폼이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되어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사태 정국의 원흉인 신천지를 쫒았던 열정을 이번에는 배달의민족에 퍼붓고 있다. 신천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전격적으로 경기도 가평군 평화연수원 앞에 나타났던 광폭행보를의 추억을 이번에는 우아한형제들 사옥에 방문하려 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심지어 공공 배달앱까지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은 명쾌하다. 한 마디로 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의 적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배달의민족은 오픈서비스를 준비하며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입점 업주의 52.8%가 회사에 내야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하지만, 이 지사를 비롯한 반대편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 등 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전개하는 오픈서비스가 가동될 경우 월 매출 3000만원 기준을 적용할 때 울트라콜 체제에서는 30만원의 수수료만 냈으면 되지만 오픈리스트에서는 최대 170만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출 155만원 이하의 업체에만 오픈리스트로 이득이 돌아오고 나머지 업체들은 타격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즉, 배달의민족은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우리의 아버지, 이웃을 쥐어짜는 악덕상인이라는 주장이 성립된다.

이 지사는 나아가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7일 "단순 플랫폼 독점으로 통행세 받는 기업이 인프라 투자자이자 기술문화자산 소유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라면서 "성공한 기업들이 왜 사회공헌에 윤리경영을 하고, 어려운 시기에는 이용료 깎아주며 공생을 추구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공공앱을 개발하겠지만, 그 사이에라도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면 전방위적 압박이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가 오수아를 쏘아보며 던진 대사가 생각난다. "배달앱, 망가져야겠다"

타당한 구석도 있기는 있다
이 지사의 배달의민족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타당한 논리적 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배달앱 플랫폼이 점주들의 고통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실제 점주들은 배달의민족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이에 따른 고객의 집중에 따라 전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이 과정에서 수수료라는 과금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공공 배달앱 필요성도 일부 인정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점주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수료가 없는 공공앱은 일종의 대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이 지사의 비판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온디맨드 플랫폼의 발전으로 수요와 공급의 즉각적이고 유기적인 연결의 시대가 열렸으나, 아직 업계가 '거마비'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것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오랜 고민이며, 이 지사는 이 대목을 잘 파고들었다.

타당한 구석은 여기까지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이 타당한 구석에 대한 확실한 반박에, 진짜 핵심을 논할 차례다.

하나부터 열까지 괴이하다
배달의민족은 점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악당일까?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2017년 15조원에서 2018년은 2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배달앱 시장은 3조원에서 8조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전체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배달앱 시장이 그 중심에서 점점 영역을 넓히는 한편 이른바 전체 시장의 팽창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배달의민족을 점주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시각을 주장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바로 시장의 팽창이다. 배달의민족이 없었다면, 배달앱 플랫폼이 없었다면 여전히 낙후된 배달 플랫폼을 가진 점주들이 배달시장을 전격적으로 키웠을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단순히 현재의 플랫폼 비즈니스 방식을 비판하는 것은 현실적인 지적이 아니다.

공공 배달앱도 면밀히 살피면 이상하다. 군산의 명수와 같은 공공 배달앱에 수수료가 없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플랫폼을 유지하고 관리하려면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며, 이 역시 공공 배달앱은 세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지엽적이고 특수한 현상에 대한 대응은 되겠으나, 시장 전체로 볼 때는 지속가능성을 전제하기 어렵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의 공공 배달앱 실험은 상생의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일부 가동될 수 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을 비판하며 이에 대응하려는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는 주장은 곧 배달의민족 수준의 대형 배달앱을 만들겠다는 뜻인데, 이를 모조리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을 정상적인 주장으로 볼 수 있을까?

사실 공공 배달앱이라는 주장 자체도 괴이하다. 배달앱처럼 논란이 나오는 지점에 정부가 무조건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논리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육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려는 일만 해도 바쁠텐데, 정부가 굳이 주식회사가 되어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에 관여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민간 사업을 파괴하고, 모든 서비스의 공공화를 추구한다는 발상은 현실적이지 않다. 민간의 창의성에 길을 열어주고 공공은 보조자의 역할로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심지어 공공 플랫폼이 민간 사업을 파괴할 가능성도 낮다. 이 지사는 배달의민족과 같은 공공 배달앱을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져 운좋게 시장에 안착한 행운의 부산물로 여기는 뉘앙스지만, 배달의민족은 수많은 라이벌을 누르고 지금의 위치에 오른 베테랑이다. 이런 베테랑을 저격하는 한편 '그 까이꺼 금방 공공 플랫폼으로 대체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국내 ICT 스타트업 업계 전체를 무시하는 발상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자체의 약점도 천천히 들여가 볼 필요가 있다. 이 지사는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비전을 폄하하고 있으며, 이는 어느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 업계의 현재를 무시하는 발상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여기에 경천동지할 혁신만 가능하다는 스티브 잡스병에 빠지지 말고, 연결을 통한 사용자 경험의 강화로 창출되는 새로운 나선의 흔적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계는 존재하지만, 이를 창출하고 유지한 플레이어의 능력과 노하우를 비롯해 연결 그 이상을 찾으려는 업계의 노력을 비하하면 안된다.

▲ 출처=배달의민족

콰에로 실수 되풀이말라
정부에게는 정부의 역할이 있고, 민간에게는 민간의 역할이 있다. 그리고 정부는 보조자이자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굳이 주식회사가 되어 심판이 아닌 플레이어가 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승산도 없다. 프랑스 정부 차원의 콰에로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이후에 펼쳐진 글로벌 ICT 업계를 반추하면 답은 순식간에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판교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사업 선포식을 통해 본인이 말한 "지원하겠다"는 약속만 지키면 된다. 콰에로의 실수를 2020년 한국에서 재연할 필요는 없다. 굳이 본격적인 주식회사의 길을, 스타트업 업계의 투신을 노린다면 차라리 남경필 전 지사의 길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아한형제들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수수료 0% 선언한 후 광고모델을 가동했으나 그 폐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이에 반응해 다시 수수료 모델로 돌아간 상태에서 또 지탄을 받으니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억울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사태의 한 중간이다. 시기적으로 더 민감하게 현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