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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양호 회장 1주기, 그리고 대한항공의 눈물직원 휴업 돌입...활로 찾을 수 있을까

[이코노믹리뷰=최진홍, 이가영 기자] 국내 항공업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고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을 하루 남긴 7일, 대한항공이 사상 초유의 직원 휴업에 돌입한다고 전격 밝혔다. 차분하게 1주기를 준비하며 수송보국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야 할 날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가 심해지며, 대한항공은 차분하게 추모할 시간도 없이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전쟁터에 내몰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업계 전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출처=대한항공

정부 고용유지금 받아 70% 인력 유급휴가
대한항공은 7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휴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 조양호 회장의 1주년인 8일을 하루 앞두고 나온 고육지책이다. 오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직원 휴업을 실시하며 국내지역에서 근무하는 1만9000여명 직원들이 대상이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어머니가, 삼촌이자 이모가 최악의 경영난에 밀려 '소중한 일터와의 거리두기'에 돌입하는 셈이다.

부서별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여유 인력이 모두 휴업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직원 휴업의 규모는 전체 인원의 70%를 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노동조합도 회사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이에 동참하기로 결정했으며 4월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반납키로 했다.

그 외 할 수 있는 모든 자구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 회사의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그나마 무급휴직이 아닌 유급휴직을 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가 지난달 항공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며 유급휴직을 시행하는 항공사에 최대 6개월간 휴업수당의 90%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대한항공은 휴직 기간 직원들에게 통상임금의 70%에 해당되는 휴업수당을 지급한다는 설명이다.

▲ 코로나19로 공항이 한산해졌다. 출처=뉴시스

난기류와 만나다
대한항공은 최근까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3자 주주연합의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치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를 향한 비방과 폭로에 돌입했고,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으나 양측은 추가 지분매입으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도 심해졌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은 주총이 종료된 후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항공산업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으며 대한항공의 경우 90% 이상의 항공기가 하늘을 날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전 임직원들과 함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단일 기업이나 산업군만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정부의 전사적인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 조원태 회장. 출처=대한항공

조 회장의 엄중한 위기의식은 실제현실이다. 당장 국내 국적 항공사들의 2월부터 6월까지의 매출 손실만 6조4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항공협회의 전망이 나오는 한편 항공'발' 대규모 실업 사태도 예고되고 있다. 대한민국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들만해도 25만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만약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될 경우 당장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GDP 11조원이 감소한다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1만9000여명의 직원들 중 무려 70%가 유급휴가에 돌입하며 처절한 장기전을 준비하는 셈이다.

▲ 국내 주요 LCC. 출처=각 사

공포에 질린 항공업계
대한항공이 초유의 1만9000명 직원 유급휴가, 순환휴직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 전반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15일 무급휴직에 들어갔으며 LCC인 제주항공은 아예 모든 직원이 유급휴직에 들어갔다. 티웨이항공은 일부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진에어는 최대 12개월에 달하는 희망 무급휴직도 받고 있다. 에어부산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40일 유급휴직에 들어갔고 에어서울도 마찬가지다.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한국공항도 최근 경영악화 극복을 위해 모든 임원의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급여 반납은 전무급 이상 월 급여의 40%, 상무급은 30%며 위기 극복을 위해 '임직원 희망 휴직', '수익 창출과 관계없는 경비 축소' 및 '불요불급한 투자 보류' 등 자구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인위적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6일 회사측은 근로자대표와 회의를 열고 300명 이상을 구조조정하기로 협의했다. 이스타항공의 임직원 수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1680명으로, 정규직 기준 300명 이하 수준에서 정리해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보유 중인 23대 항공기 중 2대를 반납하고 8대에 대한 리스 계약도 종료하는 한편 지난달 말 수습 부기장 80여명을 대상으로 계약해지에 들어가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가동하는 중이다. 임직원 급여는 지난 2월 40%만 지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아예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항공산업은 국가의 기틀을 짊어지고 있는 기간산업이며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국내의 산업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항공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산업도 함께 무너질 가능성 크다. 그런 이유로 항공업계에서는 강력한 자구책에 돌입하면서 항공사 채권 발행시 정부(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글로벌 항공업계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회사채, ABS, 영구채)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 불가능 처지이기 때문이다.

자금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월 LCC 대상으로 300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나, 이 정도로는 위기를 넘기가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나아가 지원 대상도 대형 항공사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각 국의 정부는 항공업계에 대한 전사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최근 여객 항공사에 보조금 250억달러를 지급하고 화물 항공사에게는 보조금 400억달러를,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들에게도 30억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지원을 비롯해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유예, 공항 이용료 면제를 단행하고 있으며 중국은 항공 인프라에 144억달러 규모의 투자금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행히 정부도 항공업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지원책을 시사하고 있다. LCC는 물론 대형 항공사를 대상으로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역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 해소에 집중됐고, 큰 틀에서의 지원 계획과는 거리가 멀다.

▲ 대한항공 기내식 출하가 심각하게 하락했다. 출처=대한항공

불확실성의 하늘을 날아라
대한항공은 8일 고 조양호 회장의 1주기를 맞아 간단한 추모행사만 열 계획이다. 그러나 수송보국의 기치를 내 걸었던 고 조양호 회장이 보여줬던 야성을 이어받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뚫고 불확실성의 하늘을 비상하겠다는 의지만큼은 충만하다는 평가다.

1949년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고 조양호 회장은 1992년 대한항공 사장을 거쳐 1999년 대한항공 회장, 이어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라 국내 항공업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비록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 및 2017년 한진해운 파산, 2018년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순탄하지 못한 말년을 보내는 한편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하는 등 부침도 많았으나 그가 수송보국의 기치를 내세운 거인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특히 고 조양호 회장은 위기에 강한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1970년대 초반 1차 오일쇼크,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그는 공격적인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으며 그 결과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가입한 국제협력기구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IATA)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해 뼈를 깎는 자구책이 이어지고 있는 대한항공에 고 조양호 회장의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고 조양호 회장의 시대와 조원태 회장의 시대를 단순비교하기에 어렵지만, 현재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조원태 회장 체제의 대한항공이 새로운 비전을 창출해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믿음도 강한 편이다. 귀추가 주목된다.

최진홍, 이가영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4.08  0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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