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청와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기존 소득 하위 70% 가구에서 100% 가구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아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국민적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원금의 최초 취지인 국민 100%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셈이다.

아직 확정된 발표가 나오지 않았으나, 정부가 기존 방침을 뒤집고 국민 100%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을 발표할 경우 정책라인의 혼선이 심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나아가 갈수록 커지는 국가부채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 출처=갈무리

70%? 100%?

정부는 3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발표하며 건보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가구를 선별,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결정했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본인부담 건강보험료가 1인 가구는 약 8만8000원, 2인 15만원, 3인 19만5000원, 4인 23만7000원 이하일 경우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소득 하위 70%에 지급한다는 큰 가이드 라인 아래 지원금 책정은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이다. 윤종인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TF단장(행정안전부 차관)은 “긴급재난지원금의 큰 골격은 국민의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큰 틀에서의 지원금 지급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갈등만 더욱 깊어졌다. 일단 지원금이 가구당 소득수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경우 상당히 불리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건강보험료에 반영이 되지 않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가구도 일종의 사각지대에 빠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고액 자산가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한편 사각지대에 빠질 수 있는 계층도 면밀히 조사하겠다 밝혔으나, 이미 70%의 국민에게만 차등적으로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발표한 순간 갈등의 씨앗이 심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이유로 4.15 총선을 앞 둔 정치권에서는 100% 국민에게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이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결국 청와대도 여지를 열어뒀다. 실제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7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는 여야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 말하며 추가 논의 과정에서 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100% 국민으로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문제는 메시지 혼선, 재정부담

국민 70%에게 지원금을 차등지원한다는 정부의 기존안은 9조1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여기에 여당은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대신 정부의 기존안대로 차등 지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구 별 지원금을 차등으로 지원하며 그 대상을 모든 국민으로 삼는다면 소요되는 재원은 약 13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최근까지 지원금 지급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파격적인 대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야당은 전 국민 모두에게 1인당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자 제안했으며,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은 무려 25조원이 될 전망이다.

만약 정부가 기존안을 뒤집고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다면, 기존안에 대한 반발은 무마할 수 있겠으나 정책추진과정의 우왕좌왕하는 메시지는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존안 대신 여당, 혹은 야당의 안을 채택하는 것 자체도 리스크가 크다. 나라살림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를 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0.6%를 기록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도 5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해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의 성적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크게 늘릴 경우 나라살림에 큰 부담이 간다는 점도 논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