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구글이 131개국의 안드로이드 이용자 수십억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월 29일 기준 이탈리아는 식당·영화관 등의 편의시설을 찾는 비율이 무려 94% 감소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소매점과 오락 시설을 방문한 비율이 50% 감소했다. 한국도 식당과 카페, 쇼핑센터, 테마파크, 영화관 등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를 찾는 비율이 올해 초보다 19%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일상은 조금씩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거리두기의 나비효과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창궐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든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하게 추진되는 가운데, 의식적인 ‘멀어짐 현상’이 익숙해지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촉발된 ‘폐쇄사회’의 일상화를 끌어내는 한편 홈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가속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홈루덴스(Home Ludens)족의 등장이다. 이들은 야외활동을 하기 보다는 집과 같은 실내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며, 이와 관련된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OTT(Over The Top)를 즐기거나, 빔 프로젝트를 활용해 집을 영화관처럼 꾸미는 한편 초고화질 TV를 설치하거나 프리미엄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한 관심이 높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인터넷 트래픽도 치솟고 있다. 실제로 아카마이가 코로나19 확산 전후의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 증감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분기 피크 트래픽은 지난해 1분기 피크 트래픽에 2배 이상에 달하며 아카마이 프로렉식(Prolexic) 디도스 플랫폼에서 관측한 원격 접속 이용량도 약 25%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로 커뮤니티는 일상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그 연장선에서 온라인 연결을 통한 관계맺기가 많아질 전망이다.

한편 또 하나의 사회적 변화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공포의 일상화’다. 언제든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을 간단하게 흔들 수 있다는 공포가 이어지는 순간 커뮤니티는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모임을 약속하는 커뮤니티 대신 일종의 번개식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는 한편,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는 일에서도 전염의 공포가 작동해 예전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손 세정제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일상으로 돌아온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 즉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치 및 경제 등의 후폭풍은 거대하지만 그 여파가 우리 삶의 스타일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글의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두 자릿수로 떨어질 즈음, 공원과 해변, 광장, 정원 등을 찾은 비율은 51%나 증가했다. 봄이 찾아오며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야외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기간에는 위력을 발휘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효력을 보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