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fore and After, 39×52㎝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20

물감과 붓 대신에 자개와 크리스털을 취한 정현숙은 통상적인 회화의 재료인 물감과 붓이 만들어내는 표현의 가능성을 포기한 대신 자개와 크리스탈과 같은 천연의 재료만이 낼 수 있는 특수 효과에 주목했다. 빛이 그것이다.

이 두 재료는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에서 발광물질에 속하는데, 그것들은 광원에서 빛을 받아야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성물감이나 아크릴물감과는 다른 표현효과를 낳는다. 기름이나 물의 농도에 따라 선염과 갈필의 효과를 낳는 물감과는 달리 이 두 천연물질은 오브제로서의 사물적 속성이 강하다.

예컨대 회화적 표현의 강점을 지닌 물감과는 달리, 자개와 크리스털은 회화적 표현에는 적합하지 않은 대신에 물성이 강하고,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장점은 있으나 다소 메마른 느낌을 주는 것이 흠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개와 크리스탈이 지닌 빛의 속성은 여전히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빛은 특히 기독교의 영원한 주제인 동시에 구원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유독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정현숙(크리스털&자개 단색추상화가,서양화가 정현숙,Dansaek abstract art of crystal and Mother of Pearl,JEONG HYUN SOOK,미니멀컬러 아티스트 정현숙,Minimal Color Artist JEONG HYUN SOOK,정현숙 교수)은 빛이 지닌 이러한 속성에 주목하여 작업의 영역을 넓혀왔다.

꽃과 나비, 달항아리와 같은 구체적인 소재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선이나 면, 점 등 조형의 기본요소를 살린 기하학적 추상에도 깊이 빠져들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다 버린 상태에서 단색의 세계에 천착하고 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Yoon Jin Sup(Art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