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매일 출근하고 싶은 회사, 여성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세실업 본사에서 만난 조희선 대표는 경영포부를 밝히며 인터뷰 포문을 열었다.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는 지난 1월 비오너 일가 출신으로 최초로 한세실업의 여성 CEO에 올랐다. 2017년 입사 후 약 2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이는 여성임원 비율이 50%가 넘는 한세실업 내에서도 창립 38년 만에 단행한 파격 인사였다.

한세실업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류수출사업을 특화한 글로벌 패션 전문기업으로 원단부터 의류 생산까지 해외 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미얀마, 아이티의 해외법인과 뉴욕의 디자인센터 등 8개국 17개 해외법인, 5개 해외오피스에서 의류 생산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연구개발(R&D)과 제조자개발생산(ODM)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비중을 늘리고 있다.

▲ 지난 3일 한세실업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조희선 대표가 대답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유리천장 없는 ‘한세실업’… 직접 입증
지난해 10월 글로벌 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 조사에 따르면, 주요국 기업 내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5.3%였다. 반면 우리나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국내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6% 수준이었다. 최근 5년간 그 수치가 매년 증가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주요국 대비 월등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한세실업은 여성 임원 비율은 50%에 이른다.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에서는 여성 임원 비율이 1위인 셈이다. 이는 조희선 대표이사가 지난 1월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조 대표가 여성으로 대표직에 처음 오른 것도 맞지만 외부 전문경영인이 오른 것도 최초다. 

조 대표는 “업종 특성이 패션이기도하고 여성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한세실업만의 투명한 공개채용과 성과위주의 조직문화가 지금의 성차별 없는 기업, 유리천장 없는 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를 발굴하더라도 조직문화에서 유지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글로벌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해외기업들의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세실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왜 여성 임원이나 여성 CEO가 턱없이 부족할까.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관행이 아직도 남아있다. 과거에는 단순 사무직에 지원할 수 있던 기회조차도 없었다”면서 “현재는 사회와 문화가 많이 바뀌면서 기회가 주어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인재를 발굴하고 유지, 승진하는 중간 과정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는 생겼지만, 그 인재가 발전하고 유지해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은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조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역할을 맡아서 더욱 책임감이 크다”면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힘을 합쳐 모든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신규 바이어 개척
최근 패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글로벌 소비가 침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유통, 의류소싱 등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한세실업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보다 그 이후의 회복 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조 대표는 “3~4월 미국의 대부분 매장들이 문을 닫아서 어려운 상황인건 맞다. 다만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매장이 다시 열릴 것을 예상해 그 이후에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독자적인 다자인의 상품 차별화, 재무적인 협력관계, 다품종 소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일부 확신이 있는 제품은 대량생산을 하고 기본적인 베이스는 다품종 소량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다.  

미국시장에 의존도가 큰 한세실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참에 새로운 바이어를 물색하고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유럽시장을 새로운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상 중이다.   

조 대표는 “원래 미국과 유럽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공략했지만, 올해는 미국과 유럽을 별개로 인식하고 체형, 날씨, 성향, 인구 등을 고려해서 유럽의 톱(TOP)5 브랜드를 공략할 예정이다”면서 “미국은 대체로 스웨터보단 티셔츠를 더 많이 입고 사이즈도 더 크다. 관세별로도 미국은 제품 분야별로 관세를 매기는 반면 유럽은 젠더별로 관세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한세실업은 이미 스페인에 디자인 R&D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유럽을 공략하는 허브를 스페인으로 삼고, 미얀마에는 대규모의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한세실업은 미얀마를 ‘넥스트 베트남’으로 판단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많이 몰려가 가격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내부에서 여러 번 검토 후 제3국 진출지로 미얀마를 택했다”면서 “현재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현지공장 설립 공사(공정률 40%)도 진행 중이다. 늦어도 1년 반 안에는 베트남에서 미얀마로 생산기지를 확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코로나, 시장 걸러내는 구조조정 역할 할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패션업계의 시름은 짧으면 3개월, 길게는 최소 1년은 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표는 “한세실업도 최대한 호흡을 길게 보고 있다. 지금 패션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많은 업체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서 그 부분이 위기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대표는 코로나19가 새로운 지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현명해지기 때문에, 브랜드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와 유통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조 대표는 “최근 유통 브랜드들은 데일리 상품, 패션유행 상품, 럭셔리 상품으로 3단계의 단계로 안착됐기 때문에 애매한 브랜드와 유통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시장을 구조조정하는 역할을 코로나가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 대표는 2020년 앞으로 한세실업을 어떻게 이끌어갈까. 조 대표는 2029년까지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할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다양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각각의 나라에 맞는 정예요원을 파견하는 동시에 현지인을 대거 채용해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또한 OEM 방식에서 수익성이 높은 ODM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조 대표는 “올해는 특히 유럽과 일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공격적으로 개척해나갈 예정이다”면서 “조직 문화적으로는 출근하고 싶은 회사, 경력 단절이 걱정되지 않는 회사, 성평등 기업을 목표로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