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많은 미래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의 시대를 뉴 노멀(Newnormal)의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사태가 도래한 현재, 미래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시대를 초불확실성(Hyper uncertainty)의 ‘뉴 앱노멀(Newabnormal)’의 시대로 정의하고 있다.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시작이다.

공포에 질린 세계

올해 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기승을 부리던 당시, 글로벌 경제계의 고민은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추며 발생하는 ‘동맥경화’에 집중됐다. 중국 현지 제조 거점을 가진 기업들 중심으로 비상이 걸린 이유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 및 LG전자,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는 물론 SK이노베이션 등 화학업체들이 중국에 다소 진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유독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벌어졌다. 중국의 공장 가동률은 현지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끊기며 최근 정상수준에 올랐으나 문제는 팬데믹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및 남미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당장 소비심리가 극도로 나빠지며 유통과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유통업계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분야는 선방했으나, 오프라인 분야는 궤멸수준이다.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며 일부 유통가에서는 “한 달을 기약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여행업계는 처참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월 국내 입국자 수는 지난해 120만 명에서 올해 69만 명으로 43.0% 떨어졌고, 국외 출국자 수도 262만 명에서 105만 명으로 60.0% 크게 떨어졌다. 여행수입도 전년 2월 15억6000만달러에서 올해 2월 12억5000만달러로 폭락했다.

셧다운 공포도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북미 및 유럽 판매점을 비롯해 애플과 이케아, 나이키 등도 매장의 문을 닫는 방식으로 집단감염의 공포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제조 현장 셧다운도 심각하다. 중국의 공장 가동률은 정상궤도에 올라왔으나 북미 및 유럽, 아시아의 제조 현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사태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유럽 슬로바키아 당국이 현지 공장에 휴업령을 내리며 삼성전자와 LG전자 현지 제조 현장이 셧다운된 바 있고,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도 ‘잠시멈춤’에 돌입하기도 했다. LG전자도 노이다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위치한 가전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었다. 이 외에도 자동차 및 전자 제조업체들의 제조 현장 대부분도 셧다운의 공포를 피할 수 없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소비심리 악화, 셧다운이라는 삼각파도가 몰아치며 시장은 공포에 질렸다. 블룸버그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지난 7일 ‘글로벌 인사이트’ 보고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1분기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연율 환산)은 전 분기 대비 1.3%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2009년 1분기와 비슷한 성장률이다.

월별 성장률 전망치는 더 심각하다. 2월은 0.1% 정상률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월에는 마이너스 –0.5%로 예상했다.

대응이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커지면서 각 국은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구사하고 있다. 각 국의 주요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운데 정부가 전면에 나서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일 발간한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경기부양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각 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자금 투입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 기준으로 미국 6.3%, 독일 4.4%, 영국과 프랑스 1.8%에 달한다.

당장 미국은 83억달러 수준의 1차 긴급 예산을 편성하는 한편 기업의 유급휴가 지원 등을 위한 1000억달러 수준의 2차 긴급 예산까지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긴급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조 달러수준의 3차 긴급 예산을 가동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가 시작됐고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한국 등 9개 나라와의 통화 스와프까지 체결했다.

유럽도 공격적이다. 영국은 390억파운드 수준의 재정지출 확대에 이어 70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에게 1만파운드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양적완화를 통해 2000억파운드 상당의 채권을 매입하고 정부가 3300억파운드 대출 보증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1560억유로 수준의 추경을 편성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400억유로 수준의 연대기금을 마련한다. 이와 별도로 1000억유로 경제안정기금을 조성하고 같은 금액의 독일재건은행 기금도 꾸린다. 정부의 은행대출 보증 규모는 4000억유로로 결정됐다.

프랑스는 450억유로 수준의 추경을 의결하고 3000억유로의 은행대출에 있어 정부가 보증을 선다. 스페인은 1170억유로를 투입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1000억유로의 기업 보증을 추진한다. 국내서도 11조7000억원의 추경이 편성됐으며 특별재난지역의 세금감면 등이 가동되는 중이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문제는 각 국의 공격적인 긴급경기부양책, 양적완화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단기적 성과는 나오며 주요증시가 고무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도 연출되지만 큰 틀에서 시장의 공포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정책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공조의 약효도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인하 후 주요 나라도 비슷한 정책을 취하며 보폭을 맞췄으나 증시의 혼란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각 국의 인적교류 차단 및 셧다운 사태,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경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하락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자국의 셰일가스 업체를 살리려는 미국의 필사적인 주도로 국제유가 폭락이 일시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불안한 평화일 뿐이다.

글로벌 경제의 변화, 5개 키워드

코로나19를 통해 글로벌 경제는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염병이라는,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나타나며 인적교류가 막히고 셧다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에 걸맞은 컨틴전시 플랜의 구축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초불확실성(hyper uncertainty)의 ‘뉴 앱노멀(Newabnormal)’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경제를 상징하는 5개의 키워드가 눈길을 끈다. 바로 ▲자유무역주의의 종말 ▲각자도생에 따른 자원의 무기화 ▲언택트 기조에 따른 극단적 거리두기의 일상화 ▲ICT 기술을 통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융합 ▲정리해고에 따른 긱 이코노믹의 활성화다.

자유무역주의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른바 역 세계화 시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택해 2차 세계대전 후 만들어진 현대의 글로벌 정치경제 시스템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세계의 야경국가 지위를 포기한 미국에서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벌어진 것과 맥을 함께 한다. 해외로 떠났던 기업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리쇼어링 현상은 곧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역 세계화의 가장 강력한 징후며, 미국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더욱 도드라진다. 큰 틀에서 미중 무역전쟁도 이러한 역 세계화, 미국의 야경국가 지위 포기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에 따라 흔들리기 시작하는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이러한 자유무역주의의 종말은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전염병의 위험에 세계화, 지구촌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며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당연한 행위가 순식간에 중단될 수 있음을 인지한 세계가 더 이상 자유무역주의를 고집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각자도생에 따른 자원의 무기화는 세계화의 해체라는 정치적 변화와 자유무역주의의 종말이라는 경제적 변화에 따른 일종의 파급효과다. 제러드 베이커 월스트리트저널 전 편집장이 BBC를 통해 세계화의 허상을 꼬집으며 “각 국은 성곽국가 형태로 돌아갈 것”이라 말한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세계의 문이 닫힐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며, 경제적 측면에서 각자도생의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 보는 시각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러한 각자도생이 자원의 무기화라는 ‘전투’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지점이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 일각에서 희토류의 전략 무기화를 고려했던 것처럼, 닫혀버린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내부의 응축력이 커지는 한편 각자가 가진 무기를 통해 이른바 ‘대외 약탈전’이 간헐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평평함을 지향하던 지구가 조금씩 힘의 역학관계에 따라 기울기 시작하며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에 속도가 붙고, 이 과정에서 특정 자원을 가진 국가의 권한이 강해지는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중국의 공격적인 마스크 외교, 한국의 진단키트 외교가 단적인 사례다.

표면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종결 수순을 맞이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50개 나라에 40억 개의 마스크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마스크 착용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한편 문화차이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꺼리던 서구의 많은 나라들도 속속 자국민의 마스크 수급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중국이 마스크 수출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중국의 마스크 수출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의심이 나오는 지점이다. 실제로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서구는 마스크를 수출하고 있는 중국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각국이 중국의 체제를 칭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 서구의 우려”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유럽연합 차원에서 마스크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나라와 접촉해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각개격파를 통해 상대방의 커다란 힘을 분산시키는 조치이자, 마스크라는 자원을 통한 간헐적 약탈전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최근 대만이 유럽연합과 미국에 1000만 개의 마스크를 수출하겠다 밝히자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등,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도래한 성곽국가 시대에서 ‘힘이 있는 나라’의 자원 무기화 현상은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코로나19를 통해 처음 발생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해질 것은 분명하다.

큰 틀에서 한국의 진단키트 수출도 비슷하다. 한국산 진단키트를 요청한 나라의 숫자가 120개 넘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우리 교민의 편의를 봐주는 나라를 중심으로 먼저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등 선별전략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진단키트에 ‘독도’라는 모델명을 부여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러한 행위 자체가 권력의 행사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도드라진 글로벌 경제의 변화 중 하나다.

언택트 기조에 따른 극단적 거리두기도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당장 집단 감염을 통해 매장과 제조 현상이 셧다운될 수 있음을 확인한 상태에서, 현재 많은 나라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던 기존 물류 인프라를 내제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SCM(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재고관리를 더욱 정교하게 구축해 비상상황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 전략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하던 비즈니스도 일대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세빌스코리아는 코로나19가 한국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종을 중심으로 오피스 임대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최근 5년간 증가세를 기록한 프라임 오피스 수요가 하반기에 둔화하고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택트 기조에 따른 극단적 거리두기로 SCM 차원의 공급망 관리, 운용의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중첩 현상이 벌어지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발전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쇼핑에 어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이커머스 플랫폼을 찾으며 관련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커머스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 요타는 ‘코로나19의 온라인 쇼핑에 대한 초반기 영향(The Early Effects of Covid-19 on Online Shopping)' 보고서를 통해 “94%에 달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커머스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45%의 사람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커머스 이용이 일상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 될 것”이라 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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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심지어 당일배송 인프라를 갖춘 이커머스 강자인 한국도 비슷한 흐름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를 나눠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보량을 조사한 결과 1등 기업 쿠팡의 경우 약 2배 이상의 정보가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멤버스의 코로나19 업종별 영향 분석 결과도 동일하다. 이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률은 업종별 지출 구성비 기준 2018년 21.1%, 2019년 23.7%를 기록했으며 올해 3월은 26.8%로 크게 올랐다. 유통업이 2018년 23.0%, 2019년 20.5%, 올해 3월 19.6%를 기록하며 동력이 상실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언택트 문화의 기조는 ICT 및 클라우드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와 이와 관련된 콘텐츠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준다.

실제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및 슬랙, 줌과 같은 협업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화상회의를 지원하는 다양한 협업툴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의 테크크런치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3월 14일부터 21일가지 비즈니스 앱 다운로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무려 6200만을 기록해 전 주 대비 45%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구글의 행아웃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줌과 같은 화상회의 앱 다운로드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줌의 경우 미국에서는 지난해 4분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해 다운로드가 전주 대비 무려 14배, 프랑스는 22배 늘어났다.

페이스북도 출사표를 던졌다. 더버지 등 주요 외신은 2일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을 PC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발표했으며 이 기능을 활용할 때 화상회의도 지원된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원격의료, 가상 및 증강현실과 관련된 언택트 기반의 ICT 기술도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된 경제상을 잘 보여주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모터쇼를 열지 못하자 2주간 ‘버추얼 모터쇼’를 열었고 마드리드오픈 테니스 대회도 오프라인 대회를 못열자 선수들이 라켓 대신 게임 조종기를 잡고 온라인 게임을 벌이기로 했다.

물론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추후 언택트 문화의 확산에 따라 비슷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시도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게임과 OTT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당초 언택트 트렌드에도 뿌리를 두고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팩토리 등 직접적인 제조 현장의 변화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비록 독일에 스마트 팩토리를 설치해 수요와 공급의 실시간 분석을 시도하던 아디다스의 실험은 최근 실패로 판명났으나, 앞으로는 제조업 현장의 갑작스러운 셧다운 현상 등을 막기 위한 대응책 중 하나로 무인 자동화 설비가 지원되는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나아가 전염병 자체에 집중한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을 통해 즉각적이고 한시적인 수요와 공급의 노동이 가능해지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재발견이다.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 플랫폼의 등장으로 각광을 받던 긱 이코노미는 최근 그 잠재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일회성으로 승객을 태워주고, 식료품을 배달하고, 개를 산책시키거나 낯선 사람을 위한 심부름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급속한 부상은 긱 이코노미의 형태로 구현되어 현실경제에 깊숙이 침투했으나 노동자들의 처우와 관련된 논란에 부딪쳐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긱 이코노미에 대한 회의감도 만만치 않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University of Pennsylvania’s Wharton School)의 매튜 비드웰 교수는 긱 이코노미를 두고 “플랫폼 경제는 활기찬 틈새 시장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이 방식이 대부분의 고용형태를 바꾸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플랫폼의 수수료 모델에만 천착하게 만드는 긱 이코노믹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캐서린 아브라함 메릴랜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대부분의 긱 노동자들은 현재 일자리의 수익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긱 이코노미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다만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되고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지며, 긱 이코노미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후 온디맨드 플랫폼 전략이 각광을 받았던 사례가 재연되는 셈이다.

일단 대량해고 사태에 따른 고용대란 가능성은 거의 확정적이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6일 CNBC에 출연해 코로나19의 창궐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마이너스 30%의 역성장을 기록하고, 실업률도 최대 13%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사태를 “이것은 거대하고, 전례가 없고, 파괴적인 충격”이라 표현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왕정(望正資産, Upright Capital)글로벌거시헤징기금 이사장은 중국수석경제학자포럼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자국 내 실업자 수를 무려 2억500만 명으로 계산하기도 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6만 명으로 추정되며,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프리랜서 및 일용직 노동자의 사라지는 일자리까지 고려하면 추후 고용대란이 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긱 이코노미가 활성화되며 플랫폼 경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이미 무너진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악화로 고용대란까지 불어닥칠 경우 많은 사람들이 당장의 생계를 위해 플랫폼이 연결하는 긱 이코노미에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근무환경의 변화가 입체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언택트 기조를 바탕으로 화상회의 및 원격회의 등 재택근무 형태가 자리잡으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긱 이코노미가 서로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긱 이코노미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이후의 고용환경을 관통하는 새로운 근무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고용환경의 변화가 노동자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 노동, 즉 긱 이코노미가 노동자의 권익을 크게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플랫폼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해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해 초보적인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며, 일단은 긱 이코노미의 큰 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포럼 1기 출범식이 1일 서울 중구 명동 라이브홀에서 열린 가운데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긱 이코노미가) 새로운 산업이라고 해도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법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많은 논의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은 이견이 크며, 이제 긱 이코노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