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집을 둘러보는 실제 경험을 대신할 기술로 눈을 돌리면서 부동산 앱 질로우(Zillow)가 선보인 3D 홈 투어를 찾는 사람들은 3월 말 들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출처= RentWerx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롭 위트먼은 원래 지난 3월 초에 자신의 중개업소 넥스트홈 리치(NextHome Reach)를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계획을 보류했다. 주변의 중개업소들이 거의 모두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사회적 거리를 두기 시대에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여전히 매물을 내놓고 고객들이 둘러보도록 허용하며 거래까지 성사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보통 주택시장에 봄이 연중 가장 바쁜 시기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는 요즈음 필수 산업이 아닌 사업장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있지만,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마스크, 장갑,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평상시처럼 영업을 계속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워싱턴 DC 지역에는 600채의 매물이 등록되었다. 급기야 뮤리엘 E 바워 시장은 지난 주 부동산 매매 행위를 금지했고, 이어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가 그 뒤를 따랐다.

이에 따라 새로운 풍경이 생겼다. 모든 주택감정사들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고, 결제회사들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각기 다른 방으로 분리시키고 계약서 서명을 위해 다른 사람이 쓰던 펜이 아닌 새 박스에서 새 펜을 꺼내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 DC의 중개업체 피더럴 타이틀앤에스크로(Federal Title & Escrow)의 조 젠틸 대표는 "매우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계약서를 보내며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택 격리에 처해지는 가운데, 이사철인 봄에 각 주들의 부동산업에 대한 접근은 모두 다르다.

일리노이주는 비록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타격이 크지만 부동산은 필수 서비스로 간주돼 소매점이나 식당처럼 문을 닫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뉴욕,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부동산업도 폐쇄 대상이다. 시애틀의 부동산 매물 등록 서비스도 더 이상의 매물(오픈 하우스)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자택 격리가 주택 시장에 예상치 못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존 번즈 부동산 컨설팅(John Burns Real Estate Consulting)의 시장조사 자문역인 제프 코트마이어는 "지금이야말로 옥석을 구분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며 “사람들이 진짜로 원했던 집을 찾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 부족으로 좌절했던 일부 구매자들은 다른 구매자들이 잠잠한 지금이 좋은 집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또 오프라인에서 집을 둘러보는 실제 경험을 대신할 기술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앱 질로우(Zillow)가 선보인 3D 홈 투어를 찾는 사람들은 3월 말 들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TTR 소더비 인터내셔널 리얼티(TTR Sotheby’s International Realty)의 매트 매코믹 중개인은 페이스타임(FaceTime, 아이패드 이용자들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영상 통화)을 이용해 매물 목록을 가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컴파스(Compass)의 다나 라이스 중개인은 페이스북 라이브(Facebook Live)를 사용한다.

▲ 낮은 이자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담보 대출을 갈아타는 것도 부동산 거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리파이낸싱을 하려면 부동산 평가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감정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출처= Home Light

비록 집을 사는 많은 과정들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특정 부분, 즉 검사, 평가, 계약 체결 같은 과정은 온라인에서 할 수 없다.

피더럴 타이틀앤에스크로의 조 젠틸 대표는 “가장 큰 좌절은 업계가 이런 상황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면서 “원격 온라인 공증법안이 통과됐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는 원격 온라인 공증을 허용하지만, 워싱턴 DC와 메릴랜드 같은 주에서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달 18일 상정된 연방 입법이 통과되면 모든 주에서 허용될 것이다.

낮은 이자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담보 대출을 갈아타는 것도 부동산 거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리파이낸싱을 하려면 부동산 평가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감정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Fairfax)에서 감정사로 일하고 있는 67세의 그레그 패티는 "주택을 평가하기 위해 우리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들어간다. 우리는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그가 받는 평가 의뢰 건수는 평소보다 50% 늘었다.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집 안에 들어서는 우리를 보고 당황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를 환영합니다. 그들은 ‘이 혼란스런 시기에 직접 와주어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과연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의 주택 거래, 가격, 매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동산 개발과 신규 주택 건설을 분석하는 마이어스 리서치(Meyers Research)의 알리 울프 경제연구소장은 “건설업자들이 금융위기 때보다는 현재의 침체를 더 잘 견뎌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때 마지막 하강 사이클에서 건축업자들은 주택을 헐 값에 투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다릅니다. 그들은 지금 주택을 헐값에 팔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건축업자들의 대차대조표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으니까요.”

현재, 건설회사들은 계속 집을 짓고 있다. 건섭업계에서 아직 대량 해고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 주 주택 건설을 필수 사업에 포함시켰다.

질로우의 제프 터커 이코노미스트는 "정확히 어떻게 될지 말하기에는 이르다. 경제, 주택시장, 공중보건 분야에서 작금의 상황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것은 미래를 예측하거나 추측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전염병의 지속시간과 심각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의 사례에서 볼 때 가격이 거래량만큼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가라앉았기 때문인 것으로 같습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가격의 영향을 완화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롭 위트먼은 구매자가 돌아와 자신의 계획을 재추진할 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헷갈린다.  

"’지금이 집을 사기 좋은 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니, 좀 더 기다려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