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쌍용자동차가 작년 말 기준 지분 74.65%를 가진 대주주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M&M)로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지원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모기업인 마힌드라의 상황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상당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그 위기는 이제 현실로 굳어가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쌍용차가 마힌드라와 그간 일궈온 성과와 현재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철수를 지금 거론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M&M은 지난 3일 특별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경영 정상화 명목으로 자금 2300억원을 투입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M&M은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입은 다른 사업부문들을 고려한 결과 신규 자본금 투입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다만 기술료 등 명목으로 쌍용차에 투입하기로 한 일회성 특별 자금 400억원은 그대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M&M의 파완 고엔카 사장은 지난 1월 16~17일 이틀간 한국에서 문성현 경제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고엔카 사장은 면담 자리에서 M&M의 쌍용차 투자계획에 대한 조건으로 산업은행의 2700억원 규모 지원책을 요청하는 등 투자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지원책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3년 안에 쌍용차의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쌍용차는 지난 2015년 4분기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한 뒤 작년 4분기까지 4년 동안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당장의 회생이 절실한 상태에서 M&M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M&M은 하지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음에 따라 쌍용차 투자 계획을 손봤다.

실제로 마힌드라의 특별이사회 결과가 공개된 뒤 마힌드라의 쌍용차 철수설이 대세론으로 떠올랐다. 2005년 쌍용차 대주주에 올랐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4년만인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철수한 장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상하이차도 당시 산업은행에 선제적인 지원책을 요구하고 기술료 등 명목으로 현금 600억원을 지급하는 등 쌍용차 경영 정상화 의지를 철수 직전까지 어필했다. 하지만 2009년 1월 9일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나 이해 당사자와 국내 업계 등에 적잖은 충격을 남겼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전경.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차 평택공장 활용성 갖춰, 노사 우호관계도 경쟁력 높여

쌍용차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다만 M&M의 이번 투자 계획 철회를 쌍용차 철수 수순으로 보기엔 11년 전 상하이자동차 철수 건에 비해 당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M&M이 2011년 M&M 인수 후 10년째 쌍용차와 이뤄온 성과의 규모가 작지 않고, 쌍용차의 사업적 가치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M&M은 쌍용차와 함께 연구개발(R&D)에 42개월 기간을 소요하고 개발비 3500억원을 투입한 뒤 2015년 출시한 티볼리로 호실적을 거뒀다. 쌍용차는 티볼리 덕에 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희망퇴직자를 일부 복직 시키는 등 성과를 냈다. M&M도 티볼리의 인도형 모델 XUV300를 2015년 현지에 출시된 후 소형 SUV 시장에서 수개월 간 1위를 기록했다. 고엔카 사장은 XUV300를 생애 첫 자차로 구매하는 등 모델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쌍용차가 국내 유일한 완성차 생산기지인 평택공장을 사업에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호재다.

평택공장에는 현재 1~3조립라인이 구축돼 있다. 이 가운데 작년 2월 이후 후속 프로젝트를 위해 가동 중단한 2라인을 제외한 1·3라인이 각각 작년 기준 84%, 87% 등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 라인별 생산 차량은 1라인 티볼리 시리즈·코란도, 3라인 G4 렉스턴·렉스턴 스포츠 시리즈 등으로 구분된다. 2라인은 현재 단종된 체어맨과 코란도 투리스모 등 모델이 생산됐었다. 쌍용차는 현재 후속 프로젝트를 전개하기 위해 2라인을 휴업시켜놓은 상태다. 업계 일각에선 쌍용차가 내년 출시할 코란도 기반 전기차를 2라인에서 생산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공장 가동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는 점은 쌍용차에 호재다.

쌍용차 입장에선 신차 생산 물량을 배정받을 경우 유휴 인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고 공장 가동 효율도 더욱 높일 수 있는 등 이득을 거둬들일 수 있다. 쌍용차는 오는 7월 이후 투입을 목표로 기존 유급 휴직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한 결정을 현재 실천해나가고 있다.

쌍용차 노사가 2010년 이후 작년까지 9년 연속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을 무분규 타결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노조는 최근 쌍용차가 관여하는 M&M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이견을 내놓는 일 없이 조합원들끼리 공유함으로써 쌍용차의 미래사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일권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은 작년 12월 인도 M&M에 다녀온 뒤 노조 소식지를 통해 M&M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의 합작회사가 전개하려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소식지에 따르면 M&M과 포드는 전세계 시장 100곳에 출시할 SUV를 공동 개발하고 마케팅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 합작법인은 개발한 신차의 일부 물량을 평택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려는 계획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평택공장에서 포드 엠블럼을 단 차량이 생산돼 전세계로 운송될 수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준중형 SUV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것과 같은 체계다. 포드는 실제 지난 2월께 쌍용차 평택 공장을 실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포드의 평택공장 실사 여부나 이후 프로젝트 진행 경과에 대해선 말을 삼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쌍용차의 사업 역량과 대주주 협력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철수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엔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쌍용차와 M&M 양측이 향후 시너지를 낼 만한 계기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쌍용차를 비롯한 삼각동맹은 외국 자본을 국내 유치하기 위한 우리나라 정책을 적극 활용할 만 하다”며 “신차 생산 물량을 평택공장에 배정하는 과정에서 쌍용차가 R&D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도 호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