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늦게 사 공부하는 대학과 대학원 강의 일정이 순조롭지가 않습니다.

일부는 온라인이나 과제물로 대체가 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대학원 강의는 4월중으로 일단 연기했는데,

담당 교수가 너무 기다리기만 하니 교재를 보내주고, 사전에 공부할 것을 요청하며,

지루함도 덜 겸 지난 주말 한번 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직접 보는 게 아니고, 줌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

화상으로 만나는 겁니다. 요즘 재택근무가 필수가 되면서 많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친절하게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전혀 모르는 시스템이라서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하다가

꼭 필수도 아니고 해서 포기를 했습니다.

나만 그런 가 했더니 주변 동년배들이 비슷한 선택을 했습니다.

그 날짜 신문을 보니 재미있게도 재택을 하는 신문사의 어느 부서도

꼭 같은 고민을 나누고 있더군요. Z 세대에 가까운 막내 부서원의 활약으로

30대, 40대까지의 소위 X세대, 밀레니얼 선배들이 끙끙 거리며 화상 회의에 참여한 겁니다.

배경은? 왜 나만 얼굴이 안 보이는거야? 내 목소리는? 그런 시행착오 끝에 회의를 한 거죠.

결국 가장 어린 막내로부터 세부적인 내용까지 인도(?) 받아서 성공한 겁니다.

이름하여 역 멘토링이라 할까요?

과거에는 선배가 멘토링을 많이 했는데 이제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문득 가정 내에서도 이런 모습이 많아지고 있는 걸 떠올려 보게 됩니다.

최근 집에서도 핸드폰, 컴퓨터 다루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로봇 청소기, 청정기 등의 가전 제품 이용 등으로 확대되더니,

이제는 주식이나 소비 습관 등의 영역마저도 역 멘토링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위기나 큰일 등이 있을 때, 어른으로서 분명 한마디 해줄 것이,

멘토링 해줄 것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지금 이 큰 위기에서도 침묵을 지키게 됩니다.

약간은 무참한 기분도 듭니다만, 이 또한 성장하는 거겠지요?

방송에서 지난주 봄비 내리는 금요일 저녁,

텅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이 혼자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짙은 어둠이 광장과 거리, 도시를 뒤덮고

먹먹한 침묵과 허무가 삶을 사로잡았습니다...

부디 세상을 축복하시고, 건강을 주시고,

마음의 위안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황의 간절한 기도가 예전에 보았던 영화 쿠오바디스,

즉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로 들렸습니다.

이어 ‘인류는 어디로 가는지요?’로 환치해 들리는 듯 했습니다.

짙게 내린 어둠은 우리에게 말하는 듯합니다. 짙은 어둠은 옅어질 거라고.

거기에도 또한 다른 의미의 진보가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