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소득이 많으면 소비도 그만큼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자들은 보유한 부와 상대적으로 많은 소득을 바탕으로 일반인들과는 다른 소비 행태를 보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금융자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자들의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1100만원으로 전년 월평균 지출 1226만원 대비 약 10% 감소했다.

이는 2018년 기준 통계청의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인 254만원에 비해 약 4.3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가계와 부자의 소비성향(소비/소득) 분석 결과 부자의 소비성향은 28%(월 평균 소득 3977만원)인 반면 일반가계는 53%(월 평균 소득 477만원)로 나타나 부자들이 절대 지출 규모는 많으나 소득 대비 소비 규모는낮아 저축 및 투자 등을 위한 여유 자금은 충분한 수준이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Korean Wealth Report

지역별로는 강남3구 부자들의 월평균 지출규모가 1252만원으로 다른 지역 부자들보다 높은 편이며, 강남3구 외 서울 부자의 월평균 지출규모가 1012만원으로 집계돼 강남 3구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지출 규모는 강남 3구 부자가 8.3%,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 부자는 11.4%, 수도권 2.8%, 지방 23.9% 감소해 전년비 월평균 소득이 171만원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부자들을 중심으로 씀씀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지난해 지출규모가 가장 높았던 70대를 제치고 60대 부자들이 지출규모가 가장 많았다. 이는 60대와 70대의 월평균소득이 약 3600만원으로 격차가 거의 없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60대 월평균 소득이 늘고 70대 월평균 소득이 감소한 가운데 70대 부자의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

부자들의 문화·레저, 건강 관련 지출은 증가했지만 의류·잡화비, 외식비는 감소했다.

부자들에게 향후 지출계획에 대해 세부 항목별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문화 및 레저 비용(61%)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작년보다는 비중이 12%포인트 감소했다.

다음으로 의료비 및 의약품비(49%)에 대한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부자들이 많았는데 이는 전년 조사보다 12%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인구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음을 반영한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전 연령대에서 문화·레저 소비 증가 의사가 높은 가운데 70대 부자들은 의료비·의약품비 증가 응답이 문화·레저 소비를 앞섰으며 40대 이하 부자들은 의료비·의약품비 증가 응답은 적은 반면 자녀사교육비 증가 의사가 문화·레저 소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Korean Wealth Report

향후 지출을 줄일 항목으로는 응답자의 54%가 의류 및 잡화 비용을 선택하여 전년 조사 결과와 동일하게 가장 소비를 많이 줄일 대상으로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외식비(33%)였는데 전년보다는 9%포인트 감소한 반면 의류 및 잡화 비용 축소 응답은 전년비 7%포인트 증가해 의류 및 잡화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사가 크게 증가했다.

부자들의 신용(체크)카드 사용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부자들의 신용 및 체크카드 사용 비중은 70.5%로 직전 조사 대비 7%포인트 증가해 부자들도 점차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고연령 부자들의 현금 사용 비중이 32%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비대면 채널보다는 대면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다.

금융권에서도 인공지능 등 기술발전으로 비대면채널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나 부자들은 여전히 대면채널을 선호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먼저 ▲투자성향 및 투자목적 상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2%가 대면 채널을 활용한 자문가 상담을 선호한다고 응답하며 지난 조사보다 9%포인트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자산배분전략 및 포트폴리오 제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85%가 자문가 상담을 선호해 대면 채널 선호도는 13%포인트 증가했고, 셀프서비스 및 하이브리드 자문의 활용은 감소했다. ▲투자실행에 대해서는 자문가 상담 선호 비중이 13%포인트 증가하며 81%를 차지했고, 하이브리드는 4%포인트, 셀프 서비스는 1%포인트 줄었다. 마지막으로 ▲수익률 관리/성과분석 및 리밸런싱에 대해서는 자문가 상담과 자동화를 활용한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호 비중이 다른 프로세스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난 조사보다는 7%포인트 감소했지만 대면 채널 활용이 12%포인트 증가했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Korean Wealth Report

국내 부자들은 응답자의 35%가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온라인 자산관리 사용 경험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으나 전년비로는 13%포인트 증가해 부자들의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연령대별로 40대 이하 부자들의 이용 경험 비중이 56%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비교적 연령대가 젊고, 보유 금융자산이 적은 부자일수록 인터넷 등 기술 환경에 익숙하고 수수료상 이점이 있는 온라인 자산관리(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자산관리를 통한 투자수익률은 높지 않은 편으로 나타났다.

0~5% 미만의 수익률을 거둔 비중이 42%로 가장 많았으나 20% 이상 이익을 기록한 사례는 없었으며 손실을 기록한 부자들의 비중도 43%에 달했다. 이는 금융자산 투자수익률에 비해 훨씬 저조한 실적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19년 금융자산 투자수익률은 0~5%로 응답한 비중이 48.5%, 5~10% 미만 이익을 거둔 부자들의 비중도 22.7%인 반면 손실을 기록한 부자들은 25%로 훨씬 적었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Korean Wealth Report

자녀와 주거래은행이 일치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했다.

부자 중 자녀와 주거래은행이 동일한 부자는 44.2%였으며 자녀와 주거래은행이 다른 부자 비중은 27.6%, 모름 28.2%로 나타났다. 자녀가 부자와 다른 주거래은행을 쓰는 주요 이유로는 ‘거래은행이 자녀의 집 또는 회사와 가깝기 때문’(46.7%), ‘월급 통장이기 때문’(27.6%), ‘자녀가 (대)학생 때부터 계속 사용했기 때문’(13.3%) 순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자녀와의 주거지 근접도를 살펴보면 도보로 10분 이내로 밀접한 곳에 거주하는 경우는 15.5%였으며 도보 10분 이내를 포함해 자동차로 30분 이내의 거리인 경우가 57.5%였다.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로 확대할 경우 80.2%로 부자들은 결혼한 자녀들과 거의 대부분 인접 거리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결혼한 자녀가 해외에 거주하는 비중도 12.8%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