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하나금융연구소 Korean Wealth Report

[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한국 부자들이 시드머니(종잣돈)을 확보한 평균 나이는 41세 전후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은 사업소득으로 주로 종잣돈을 마련했고, 현재의 자산을 형성한 수단도 사업과 부동산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금융자산조사에 따르면 부자가 되기 위한 종잣돈을 확보한 나이는 평균 41세 전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부자들의 연령이 낮을수록 부자가 되기 위한 종잣돈 확보 시점이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연령대별로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났는데 40대 이하는 34.8세, 70세 이상은 44.7세였다. 

종잣돈을 마련한 가장 중요한 1순위 수단은 사업소득이 32.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상속 및 증여가 25.4%였다. 그 외 근로소득(18.7%), 부동산투자(18.2%)도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한 1순
위 수단으로 비중이 낮지 않았다.

상속 및 증여가 부자가 되기 위한 1순위 수단이 아니며 사업소득 비중이 가장 높고 기타 근로소득, 부동산투자도 1순위 수단으로 선택된 점을 고려할 때 소위 '금수저'만이 부자가 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결정적인 종잣돈 확보 수단은 사업소득이며 근로소득은 상대적으로 종잣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Korean Wealth Report

현재의 자산 형성은 사업소득· 부동산투자

종잣돈을 확보한 평균 나이 41세부터 현재 평균 연령 68세에 이르기까지 자산을 축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1순위 수단도 사업소득(31.5%)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부동산투자 25.3%, 상속 및 증여 18.9%, 근로소득 15.1%, 금융자산투자 9.0% 순이었다.

종잣돈 확보 수단으로도 사업소득이 1순위 비중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볼 때 기존 사업을 영속적으로 영위하면서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밖에 종잣돈 확보 1순위 비중에서 현재의 자산형성 1순위 비중이 증가한 수단은 부동산투자, 금융자산 투자이며 감소한 항목은 상속 및 증여, 근로소득이었다. 여기서 부동산투자 비중이 7.1%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투자가 현재의 자산축적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연령대별로도 모든 연령 구간에서 사업소득이 1순위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부동산투자가 40대 이하를 제외하고는 1순위 비중이 사업소득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유 자산 처분은 어떻게?

부자들은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상속세뿐만 아니라 보유세와 관련한 세금절감 이슈로 사전 증여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보유한 자산을 어떻게 처분할까? 

우선 자산이 많을수록 노후준비보다 상속이나 증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00억원 미만 부자들은 노후준비 비중이 50%를 넘었으나 100억원 이상의 부자들은 43%로 비중은 낮은 반면 상속과 증여 비중은 100억원 미만 부자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현재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노후준비 걱정보다 후세대에 대한 상속 및 증여에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산 규모가 가장 적은 10억~30억원 부자들은 노후준비에 할애하는 비중이 가장 높고 상속이나 증여의 비중은 가장 낮았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Korean Wealth Report

증여는 부동산(주거용+상업용), 현금 및 예금 순

향후 부자들이 계획하고 있는 증여 자산 유형(중복응답)은 현금 및 예금이 62.5%로 가장 많았다. 주거용부동산, 상업용부동산이 각각 35.9%와 33.0%로 뒤를 이었는데 이를 합해 부동산 전체로 할 경우 68.9%로 현금 및 예금보다 높았다.

이와 같이 부동산을 중요한 증여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은 부동산의 미래가치 상승 기대, 거주지 마련 및 수익형 부동산 증여로 임대수익 등 일정 수익의 획득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증여 수단으로 현금 및 예금 비중이 높은 것은 부동산 증여에 따른 자녀들의 세금 부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주식, 채권,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은 증여수단으로 인기가 높지 않는 반면 금, 귀금속, 예술품 등 현물자산을 증여수단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7.3%로 눈길을 끌었다. 신탁상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자녀들이 평균 34.9세일 때 증여하거나, 증여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분포를 살펴보면 결혼적령기인 20~30대가 45.9%로 가장 많았고 40대 28.0%, 50대 이상 17.5%, 20대 미만 8.5% 순으로 나타났다.

가업승계방법의 주된 수단은 일부 증여 후 상속이었다.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일부 증여 후 상속 42.2%, 증여 10.9%, 상속 4.7% 순이었으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42.2%에 달했다. 

부자들의 기부대상은 주로 국내 사회복지 또는 자선단체였다. 앞서 부자들은 현재 보유한 자산 중에서 약 3.2%를 기부하는 것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부자들의 주요 기부 대상은 국내 사회복지 또는 자선단체(55.6%)였으며 그 외 학교, 장학재단 등 국내 교육단체(12.8%), 국회의원 후원금을 포함한 국내 정치(7.7%)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 출처=하나금융연구소 Korean Wealth Report

은퇴 후 월평균 844만원 필요…다양한 수단 활용

부자들의 은퇴 이후 필요 경비는 월평균 844만원으로 조사됐다. 현재 가구당 월평균 지출 규모인 약 1100만원에 비해 약 256만원이 적은 규모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연구원의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2018)에 따른 부부의 적정 노후생활비 219만원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부자들이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연금 규모는 월 370만원으로, 은퇴 생활자금에 비해 474만원이나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생활비의 원천으로 꼽은 1순위 항목은 예적금 및 보험으로 35.3%였다. 이어 부동산 27.3%, 금융자산 19.3%, 개인연금 10.3% 등으로 나타나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동산 임대료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부자들의 노후 생활비 원천을 1~3순위를 포함한 복수응답으로 확대할 경우 예적금 및 보험 73.8%, 금융자산 58.6%, 부동산 58.6%, 개인연금 51.2%로 나타나 은퇴 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별로 살펴보면 자산이 많을수록 노후생활경비와 연금 수령액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총자산 100억원 이상 부자들의 노후생활경비 및 연금수령금액 규모는 10억~30억 미만 부자들에 비해 각각 2.6배, 2.0배 더 많았다. 연령대별 연금수령금액은 60대 이하 구간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70대 이상 부자들이 월등히 많았다. 노후생활경비는 60대가 가장 많았는데 ‘액티브 시니어’로서 활발한노후생활을 하고 있다.

부자들은 은퇴 후에도 변화보다는 현재 생활패턴 유지를 선호했다.

부자들은 해외이주나 귀농·귀촌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낮았다. 대부분의 부자들은 은퇴 후 희망 거주 지역을 현재 사는 곳(62.7%)과 현재 사는 곳과 가까운 곳(17.9%)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 근교(10.6%), 해외(3.9%), 농·어·산촌(1.6%), 제주도(1.6%), 중소도시(1.3%) 등 외국이나 외곽 지역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유로 현재 생활패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67.6%)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여유로운 생활 13.2%, 의료시설 등 편의시설 12.4%로 답하여 부자들은 현재 사는 곳에서 충분히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거나 각종편의 시설을 향유하고 있으며 은퇴 이후에도 현재 생활패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