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 사옥 전경(왼), 농심 사옥 전경(오).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오리온과 농심은 오히려 해외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비상식량 개념으로 초코파이 사재기 효과로 매출이 상승했고, 농심은 ‘짜파구리’ 인기로 특히 미국에서 큰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 수출은 작년동기 대비 0.2% 감소한 469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 수출은 5.8% 감소했지만, 전월 3억6000만 달러에서 4억5000만 달러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초코파이. 출처=오리온

‘초코파이’ 사재기...中 터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최대 수출 시장인 오리온도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오히려 실적이 개선됐다. 오리온의 지난 2월 매출액은 13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었다. 특히 중국 매출은 53.2% 증가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월 중순 이후 오리온의 중국 주문량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중국 현지 공장 가동률이 9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7.6%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오리온이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초코파이, 오감자 등 파이와 스낵류 등의 핵심 제품군이 중국 내 비상식량 개념의 사재기 효과로 매출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보통 비상식량 같은 경우, 물을 끓여 조리하거나 과정이 복잡하지만 파이나 스낵류는 보관기간이 길면서도 조리과정이 없고 포만감이 있기 때문에 비축 수요가 높은 편이다.

공장 가동과 유통이 빠르게 회복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당초 코로나19로 생산과 유통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공장이 코로나10 초기 발생 지역과 무관한 곳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다. 셧다운이 없었던 대형마트 위주의 유통 구조에서도 경쟁사 대비 유리하게 작용했다. 오리온의 경우 현지에서 일반 소매점 보다 대형마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려운 코로나19 사태 속에 대형마트 위주로 들어가 있는 유통 채널과 중국 사재기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점이 매출 상승에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 농심 짜파케티. 출처=농심

라면 수출↑...‘짜파구리’ 파워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서 발표한 3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라면 수출은 작년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특히 농심이 코로나19로 국내외 수요가 급증하고, 국내 점유율 상승세가 가속화되면서 시장 주도권을 아예 회복했다는 평가다. 해외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짜파구리’가 전 세계로 입소문을 타면서 호황을 맞았다.  

국내에서는 ‘라끼남’ 등 유튜브 콘텐츠 효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가, 2월 초 짜파구리 열풍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라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자 사재기 물량에 대한 소비도 함께 나타난 것이다.

해외 수출 증가는 미국이 한몫했다. 지난 2월 짜파게티의 해외 매출은 총 약 19억원(150만 달러)으로 전년동기 대비 12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미국 시장의 매출은 약 9억원(70만 달러)으로 전체 해외 매출 비중에서 47.3%에 이른다.

또한 해외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짜파구리, 짜파게티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자 기존에 짜파게티를 수입하지 않았던 나라들도 앞 다퉈 농심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에 따르면 최근 수출이 없던 칠레, 바레인, 팔라우 등을 포함해 총 70개국에 짜파게티를 수출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기존에 신라면을 주로 찾던 해외 거래선이 이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찾고 있다”면서 “짜파게티가 짜파구리를 계기로 신라면의 뒤를 잇는 K-푸드 대표주자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 농심 짜파구리 영국 홍보 포스터. 출처=농심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특수로 특정 제품에만 치우쳐 신제품 출시에 소극적일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제품 연구보다는 원래 있던 제품을 계속해서 재출시하거나, 국내 제품 보단 해외사업에 치중해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리온의 제과 사업은 호황기지만 생수사업에서는 난항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중국 생수사업 진출 시기기 미뤄지면서 해외 진출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국내 수요도 예상보다 저조해 재고가 누적되자 현재 제주도 공장의 생산은 중단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 시국 모든 유통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인 것 변함이 없다. 때문에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면서 “다만 기존의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해서 국내외 소비자들을 사로잡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