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제공=마크로젠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코로나19의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돼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국제 의과학계에 자주 등장하는 'ACE2'라는 단백질 수용체가 그 주인공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의대 연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ACE2를 유전공학적으로 변형한 용해성 재조합형 카피 'hrsACE2'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체 세포의 연결을 차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인 셀(Cell)에 실렸다.

연구진은 한 생명공학업체의 폐 질환 치료제를 인체 배양 세포와 오르가노이드(organoid,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소형 인공 장기)에 투여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효과를 확인했다.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몸의 세포에 달라붙을 때 관여하는 수용체로, 이 둘이 연결되지 않으면 코로나19는 인체에 침입할 수 없다. 해당 물질은 원래 폐를 비롯한 다른 기관이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효소지만, 바이러스와 결합할 시 세포를 손상한다. 코로나19 감염자에게 간혹 심한 폐렴이나 다발성 장기 부전이 발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연구진이 ACE2를 변형 조작해 새로 개발한 hrsACE2는 먼저 배양 세포 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최소 1000분의 1에서 최대 5000분의 1 수준까지 억제했다. 억제 수준은 투여된 바이러스의 규모와 비율에 따라 달라졌다. 이 결과는 신장과 혈관의 오르가노이드에 진행한 실험에서도 동일하게 검증됐다.

논문의 저자인 알리 미라지니 카롤린스카 의대 부교수에 따르면, hrs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제 세포 대신 자기에게 붙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 과정에 혼란을 일으켜 폐 또는 다른 기관에서 바이러스가 증식되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다.

연구진에 따르면 hrsACE2를 토대로 개발한 치료제 'APN01'는 임상시험 3단계 중 2상을 마쳤고, 조만간 코로나19에 대한 임상 선행연구도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 치료법이 특히 코로나19 감염 초기 환자들에게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알리 미라지니 카롤린스카 의대 부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체 세포를 감염시키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고 자평하면서, "코로나19에 효과를 보이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논문의 또 다른 저자인 조지프 페닝거 UBC 의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앞서 출현한 사스 바이러스의 형제·자매 격"이라면서 이전 연구가 ACE2 수용체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CE2의 용해성 카피인 hrsACE2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체 세포의 연결을 교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이는 (코로나19) 치료에 있어 표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