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건강보험료 납부액으로 삼기로 3일 결정한 가운데, 그 파열음도 심상치않게 커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고민과 논의끝에 결정한 사안이겠지만, 한 마디로 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만 더 돋보이게 만든 최악의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 지원금은 현금으로 제공되지는 않는다. 출처=갈무리

사각지대
정부는 3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발표하며 건보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가구를 선별,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결정했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본인부담 건강보험료가 1인 가구는 약 8만8000원, 2인 15만원, 3인 19만5000원, 4인 23만7000원 이하일 경우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원금 규모는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이다.

윤종인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TF단장(행정안전부 차관)은 "큰 골격은 국민의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설계했다"면서 "대상자는 본인부담 건강보험료를 활용하며, 구체적으로는 신청 가구원에 부과된 2020년 3월 기준 건강보험료를 모두 합산해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선정기준 이하인 경우 지원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원금 기준을 발표하며 이와 관련된 논란을 진화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선 지원금이 가구별로 지급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나아가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지원금 지급 기준이 2018년이기에 코로나19로 단기간에 타격을 받은 사람도 역시 사각지대에 빠져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으나 당분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원금 방식도 문제다. 현금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활용하는 지역상품권과 전자화폐로 제공되며, 이 역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 지원금 기준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가장 큰 문제, 눈치보기
사실 정부의 지원금 지급은 그 논의의 시작과 과정, 결과 모두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최초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던 시기 지원금 지급으로 '버티는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을 때, 당정은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4.15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당정은 추가경정예산 증액에 대해서는 기민하게 움직였으나 지원금은 말 그대로 '별스러운 제안'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미국이 완전초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국민에게 1인당 최대 1200달러를 지급하는 하자 기류가 변했다. 당시까지 지원금에 있어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하다 부랴부랴 미국 등 '위대한 선진국'들이 비슷한 카드를 매만지자 표정을 싹 바꿔버린 셈이다. 정부가 얼마나 우왕좌왕, 좌고우면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심지어 100%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70%의 가구만 대상으로 삼았다. 부유층을 지원대상으로 뺀다는 취지지만, 역시 포퓰리즘 논란에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를 중심으로 '100%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정부는 그저 눈치만 봤다. 결국 국민들의 분열만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재원도 GDP의 7% 수준에 머문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의 독일에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즉각 9억유로를 풀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결단은 지극히 기계적이고 미온적이다. 여기에 돌고 돌아 논의를 한 것이 건보료 기준 지급이라는 발표가 알려지며 국민적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분노는 '과연 현 정부가 코로나19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은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OECD도 주목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 유발 하라리 등 세계적인 명사들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다만 정부는 방역 초기 투명하고 공격적인 총력전을 선언하는 등 고무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보험 시스템과 사스 및 메르스 당시 구축된 시스템의 구축에 힘입은 결과로 봐야 한다. 현 정부가 투명한 운영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올바르게 작동시킨 공로는 인정되지만, 그 찬사에 대한 상당부분의 지분은 이미 체화된 한국의 시스템에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결단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지나친 눈치보기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당장 개학 연기만 해도 언 발에 오줌누는 방식으로 찔끔찔끔 벌어지고 있으며, 그 외 방역 결단도 기존 구축된 시스템 이상의 역량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국민들에게 권고할 생활방역 수칙을 마련하기 위해 인문사회경제계를 포함한 합의기구를 마련한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물론 사회적 기구 자체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위헤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 정부는 유독 사회적 기구라는 미명하에 정부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결단의 책임 뒤편에 숨는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재개를 두고 조성된 사회적 기구, 2018년 통신비 인하를 위해 구성된 사회적 기구, 2019년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위한 사회적 기구는 여론의 흐름을 하나로 모으는 중요한 역할을 한 의미있는 시도지만, 정부가 그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눈치를 많이 본다는 뜻이다.

▲ 지원금 기준 발표 현장. 출처=갈무리

고민 많았을 것, 그러나
정부의 3일 발표를 보면 70%의 가구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한편 부유층을 걷어내며 실제적인 경기부양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보안작업을 거쳐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원금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상위 30%에 해당되는 가구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평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국민적 갈등만 커진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나라살림이 어려워지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차라리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해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구사하는 것이 옳다는 말도 나온다. 필요하다면 형평성 측면에서 이후에 세금 환수를 통한 균형 맞추기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 외 다양한 전략적 판단을 과감한 상상력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너무 조심스럽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고, 여론을 수렴해 정책을 가동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당연히 눈치를 봐야 한다. 특히 '국민'이라는 눈치를 보지 않는 정부가 어떤 말로를 걷는지, 우리는 근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중요한 정책의 결단에서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하고 생각만 많아지면 배는 산으로 가는 법이다. 눈치를 보는 것도 좋지만, 정부는 정책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