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영국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한국의 5G 접속률은 20%를 기록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국내 5G 가입자 숫자도 아직은 제한적인 성장세만 보이고 있으며, 그 이상의 액션플랜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5G의 빛과 그림자
5G 상용화 후 글로벌 통신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과 5G 세계 최초 상용화 경쟁을 했던 버라이즌은 물론 미국의 주요 통신사들은 속속 5G 전략을 구체적으로 가다듬고 있으며, 중국은 물량전에 돌입했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을 비롯해 차이나타워는 3월 25일 총 1973억위안을 5G망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신인프라 구축 작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통해 자국의 5G 전략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유럽도 올해 속속 5G 상용화 전략을 가동하는 한편 네트워크 장비에 있어 화웨이 장비를 차용하며 속도감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며 올림픽 연기로 다소 주춤하지만, 일본도 최근 5G 상용화에 나선 상태다.

이 과정에서 엣지 컴퓨팅과의 협력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플랫폼의 한계를 걷어내기 위한 대안으로 엣지 컴퓨팅이 각광을 받는 가운데 클라우드 업체들이 5G를 기점으로 등장한 통신 인프라의 강화에 속속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상용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에 관심이 많은 SK텔레콤이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를 통해 사용자 서비스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인프라 서비스를 준비하는 장면과, 애저 엣지 존(Azure Edge Zones)과 애저 프라이빗 엣지 존(Azure Private Edge Zones)의 프리뷰를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통신사, SI, 기술 파트너들과의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의 프라이빗 셀룰러 네트워크(cellular networks)의 운영 및 관리를 지원하는 플랫폼의 큰 꿈을 꾸는 이유다.

3월 26일(현지시간) MS가 클라우드 기반 통신 네트워크 솔루션 회사인 어펌드 네트웍스(Affirmed Networks)를 인수한 장면도 동일한 맥락이다. 5G 자체에 주목한 클라우드 업체들의 행보는, 곧 5G의 뛰어난 기술력이 글로벌 ICT 및 전자, 통신 등 모든 영역의 발전을 끌어낸다는 믿음과 동일하다.

그 중심에서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바탕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5G SA(StandAlone)의 깃발을 높이 드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5G NSA 방식은 LTE와 5G 방식을 혼용하는 것이며, 사실상 통신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양 끝단에만 5G 방식을 차용한 것에 그친다. 이는 5G 커버리지 문제와 더불어, 5G 시대가 도래해도 생각보다 사용자 경험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5G SA 방식은 차원이 다르다. 모든 데이터 송수신이 5G 인프라에서 작동하며 네트워크 슬라이싱 및 MEC를 아우르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에 진정한 5G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SK텔레콤은 1월 부산 지역 5G 상용망에서 삼성, 에릭슨 등의 5G 장비를 이용해 5G SA 통신을 구현했다.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시험망에서 데이터 통신 과정 전체를 5G 상용장비로만 구현하며 네트워크 슬라이싱, MEC(Mobile Edge Computing, 모바일 에지 컴퓨팅)를 포함해 기능 모듈화, 데이터 병렬 처리 기술을 보여줘 호평을 받은 가운데 진짜 5G에 성큼 다가선 셈이다.

▲ SKT의 SA가 보인다. 출처=SKT

LG유플러스도 5G SA 정국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외 대기업 2개사의 신호패킷 처리 코어장비와 5G 기지국 장비의 연동은 물론, 국내 중소기업인 아리아텍과 LG유플러스가 공동 개발한 가입자 정보 관리장비의 연동까지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역시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MEC 기술력도 상당수준 쌓았다. KT도 핵심 기술인 'CUPS'을 지난해 말 개발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5G SA 시대를 준비한다는 각오다.

물론 당장 5G SA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며, 그 시일은 점점 늦어지는 등 불안감이 연출되고 있으나 국내 통신사들이 진짜 5G 시대를 공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는 약점도 많다.

먼저 가입자 수 추이다. 5G의 기본적인 역량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안타깝게도 국내 성적은 신통하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일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회선 통계에 따르면 2월 5G 이동통신 누적 가입자는 536만699명으로 집계되어 1월 가입자 495만8439명 대비 8.1%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5G 가입자는 상용화 직후 폭발적으로 상승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5G 가입자는 매 월 대비 최대 70% 폭증하며 순항했다. 통신사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부터 가입자 숫자 증가는 주춤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올해 초 갤럭시S20이 출시되자 5G 가입자는 2월 8.1%를 기록해 1월 6.2%와 비교해 다소 늘었지만 큰 틀에서 한 방은 없다는 지적이다. 통신사별 5G 가입자는 SK텔레콤이 240만7413명으로 44.9%의 점유율을 보였다. KT는 162만2015명으로 30.2%, LG유플러스는 133만953명으로 24.8%의 점유율이다. 전체 이동통신 중 5G 가입자는 8% 수준이다.

가입자라는 기초 체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현재의 5G 전략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밀리미터파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밀리며 좀처럼 반등 포인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SA와 밀리미터파가 지원되는 스냅드래곤 856가 대부분 들어간 갤럭시S20의 경우 국내 제품에는 밀리미터파 안테나가 탑재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갤럭시S20의 스냅드래곤 865(x55 모뎀과 함께 가동된다)가 밀리미터파와 6GHz이하 대역 모두 지원하지만 내수용 갤럭시S20에는 밀리미터파 지원 안테나를 덜어냈다는 뜻이다.

▲ 스냅드래곤 865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밀리미터파 인프라가 구축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는 밀리미터파 안테나를 탑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밀리미터파와 관련된 국내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과감하게 걷어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5G 환경에서 5G 주파수 활용을 보면 모두 6GHz(Sub-6)에 고정되어 있으며 아직 밀리미터파와 관련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별 소용이 없는 밀리미터파 안테나를 걷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지난해 12월 테크 서밋 현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스냅드래곤 865를 통해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상황에서 “CDMA를 통해 한국과 협력했던 것처럼, 밀리미터파를 통해 한국의 5G와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통신시장에서 아직 밀리미터파가 확실하게 논의되지 않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에 밀리미터파 안테나를 걷어내며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게 됐다.

▲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밀리미터파, 필요하다
5G 정국에서 한국은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러나 5G 인프라 자체가 탄탄대로를 걷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로 대표되는 기초체력은 작은 내수시장을 고려할 때 그 판단에는 이견이 있지만, 무엇보다 5G 그 이상을 노리는 전략에는 지지부진하다.

다양한 콘텐츠 전략이 부족하다. 5G의 등장으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 다양한 기술들이 콘텐츠 매력을 뽐내고 있으나, 아직 이를 직접적인 고객유인으로 끌어당기는 역량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5G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며, 이는 5G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키워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깃발은 한국에 빼앗겼으나, 미국이 밀리미터파를 전략적으로 키우는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밀리미터파야 말로 5G 영토의 비약적인 확장, 나아가 강력한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는 전략적 포인트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Sub-6와 밀리미터파의 대역폭에 대한 성능 차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퀄컴이 2018년 소개한 바 있는 5G NR 망과 단말 기기의 성능 실험 결과에 따르면 100MHz 대역폭을 사용한 Sub-6GHz의 경우 버스트 트래픽(Burst Traffic) 시 중위 사용자의 브라우징 속도(Burst Rate)는 493Mbps를 기록해 LTE 대비 약 9배 증가한다. 버스트 트래픽 시 5G 사용자 90%의 브라우징 속도는 184Mbps 이상이며 LTE 대비 9.2배 증가한다. 브라우징 다운로드 시 중위 사용자의 지연시간은 17ms, 5G 사용자 90%의 파일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 이상이며 이는 LTE 대비 각각 7분의 1단축, 12.5배 향상이다.

▲ 출처=퀄컴

반면 800MHz 대역폭을 사용한 밀리미터파의 경우 버스트 트래픽 시 중위 사용자의 브라우징 속도는 1.4Gbps며 이는 LTE 대비 약 20배 증가한 수치다. 버스트 트래픽 시 5G 사용자 90%의 브라우징 속도는 무려 605Mbps 이상이며 브라우징 다운로드 중위 사용자의 지연시간 은 4.9ms, 5G 사용자 90%의 파일 다운로드 속도는 186Mbps 이상이다. 

퀄컴은 2월 25일 미디어 행사 ‘What’s Next in 5G?’에서 에릭슨과 함께 밀리미터파를 기반으로 최대 4.3Gbps의 다운링크 처리량(Downlink throughput)을 기록한 데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밀리미터파의 강력한 인프라도 훌륭하지만, Sub-6와 밀리미터파 대역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더 강력한 5G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퀄컴이 최근 발표한 스냅드래곤 X60의 경우, 밀리미터파와 6GHz 이하 대역의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을 통해, 통신사는 최대 데이터 처리량을 5.5Gbps 이상으로 대폭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고객의 5G 스마트폰에 진짜 5G라는 영혼을 깃들도록 해준다.

국내 통신업계가 밀리미터파에 집중해야 할 모든 이유가 나온 셈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업적을 이뤘으나, 아직 5G의 경쟁력에 제한적인 수준에서 밀리미터파와 기존 Sub-6는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이를 잘 활용하면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넘어 스마트팩토리와 인공지능 등 방대한 데이터가 즉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5G 고속도로를 비약적으로 넓힐 수 있다. 

진짜 5G의 비전은 SA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5G 주파수 영토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이제 한국도 밀리미터파를 통한 진짜 5G 시너지를 노릴 때가 도래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