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의 경직된 분위기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남4구 다음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인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과 양천구에도 하락의 풍선효과는 번지고 있다. 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마용성 일대의 고가아파트도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는 현상이 목격된다.

설상가상으로 고가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 자체도 줄어들면서, 마용성 지역의 호가와 실거래가도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마·용·성 3개 자치구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마·용·성의 하락에 공시지가 상승 등 중과세 이슈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시가격 상승·고가주택 거래비중 감소가 직격탄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모두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2.16 대책 이후 3개 자치구가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에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남4구에 이어 마·용·성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마·용·성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출처=한국감정원

강남지역에 이어 마·용·성에 일대까지 하락세가 번진 이유로, 고가아파트를 겨냥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보유세 인상과 거래 위축 등이 꼽힌다. 고가주택을 겨냥한 현실화율 인상으로 강남4구는 물론 마·용·성 등의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한 공시가격이 많게는 40% 이상 오를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유세 등에 대한 부담을 가진 일부 다주택자 등이 매도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매물이 증가하는데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위축과 고가주택에 대한 관망세로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매매가격 변동률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에서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거래의 69.7%로 지난해 9월의 91.2%와 비교하면 21.5%포인트나 하락했다. 서초구 역시 동기간 88.3%에서 75%로 비중이 감소됐고 송파구 역시 같은 기간 9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이 64%에서 46.2%로 줄었다.

▲ 9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 비중 추이. 출처=부동산114/이코노믹리뷰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마·용·성 일대 단지 역시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급감한데다가 절대적인 거래량도 감소하면서 고가아파트의 거래절벽은 더욱 심해진 양상이다. 마포구의 전체 아파트 거래량 중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47.6%에서 올해 1월에는 22.6%로 떨어졌고 용산구도 같은 기간 76.6%에서 45.8% 가까이 9억원 이상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줄었다.

다만 성동구의 경우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한 비중이 동기간 47.7%에서 45.5%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마·용·성 대장 단지들도 급매 징후 뚜렷


마·용·성 일대의 대표 단지에서도 이미 호가 하락과 함께 일부 매물이 나오는 등의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마포구 대표적인 대장 아파트이자 고가아파트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호가가 하락하면서 매물이 지난해보다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거래는 줄어든 상황이다.

▲ 마포구 대흥동의 한 아파트. 출처=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내 한 공인중개사에 의하면 84㎡ 면적 기준의 매매가격은 17억원 가까이 호가했지만 현재는 15억원 가까이 호가가 하락했다. 거래에 대한 문의도 50% 이상은 줄었다는 것이 해당 중개사의 전언이다. 해당 중개업자는 “현재는 다주택자이거나 갭투자를 하던 사람들이 많이 물건을 내놓는 편이다. 그 외에는 집주인들도 매물을 내놓거나 하지는 않고 있고 매수 수요 역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면서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경우 대표 대장주 중 하나인 이촌동의 한가람 아파트와 그 주변 아파트에서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는 급매 증가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 용산구 효창동의 한 아파트. 출처=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한가람 아파트의 한 공인중개사는 “84㎡ 기준으로 15억7000만원에 급매가 나왔다. 해당 물건은 17억5000만원까지 거래되던 것이다. 요즘에 코로나와 세금 부담에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 따라서 아무래도 많이 올랐을 때보다는 가격이 내려간 추세다”라고 시장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다만 해당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00년에 입주한 이촌동 한강대우 아파트 역시 19억원 가격의 163㎡ 로얄층이 현재 17억원에 급매로 나와 있다. 해당 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자에 의하면 이 역시 다주택자가 소유권자인 매물이다. 해당 업자에 따르면 해당 매물은 전세 만기 도래가 된 물건으로, 오는 6월 양도세 유예기간까지 양도세 과세를 피하기 위해 내놓은 급매 물건이다. 해당 업자는 “보유세 이외에도 6월 이전까지 팔면 양도차익이 많이 감면이 된다. 양도세 감면을 위한 매물도 소수지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성동구 성수동의 한 아파트. 출처=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성동구는 마·용·성 중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1월 전체 아파트 거래량 중 9억원 이상의 거래량 감소폭이 가장 작은 자치구이다. 따라서 이곳 아파트들의 중개업자들은 다른 용산구나 마포구의 대장 아파트보다 중과세로 인한 매물 증가에 대해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성동구의 ‘래미안옥수리버젠’ 역시 84㎡ 매물이 시세보다 5000여만원 싼 14억5000만원에 나왔다. 다만 해당 단지의 한 중개업자에 의하면 이 곳엔 급매보다는 시세보다 약간 저렴한 물건이 종종 거래되는 수준이다. 해당 업자는 “가격이 떨어진 단지나 매물은 별로 없다. 이 곳옥수동 쪽은 강남이나 용산과 달리 크게 가격에서 변동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해당업자에 의하면 옥수동 인근에는 아직 양도세 등으로 인한 매물 증가는 많지 않다.

그는 “리버젠 단지나 주변에는 양도세 등 중과세를 면하기 위한 내놓은 저렴한 매물은 별로 없다”면서 “리버젠을 기준으로 하자면 전체 세대 중 2~3세대 정도만 다주택 보유로 인한 과세를 면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았다”고 답했다. 해당업자는 “양도세 혜택 등의 중과세를 면해간다 해도 세금 감면폭 이상으로 물건을 내려서 거래할 이유는 아직은 없다고 판단하고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혜진 한국감정원 연구원은 “마·용·성 지역은 강남만큼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 해당 지역들의 경우 10억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가아파트가 많은 지역이고 신축도 많다. 따라서 당연히 보유세 인상의 부담 등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 연구원은 “1주택자라도 보유세 부담이 상승하는 만큼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주요 단지나 10억원에서 15억원 언저리 가격의 일부 단지들은 하락으로 돌아서는 등 고가 아파트의 가격 추이를 봐도 세금 이슈가 일정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