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에도 기업 신용 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내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상황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오히려 시장 조달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은 진행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90일물 CP A2등급 금리는 4%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2월(1.5%)과 비교하면 배 이상 뛰었다.

CP는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자금 시장 압박을 완화해주기 위해 CP매입기구(CPFF)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CPFF가 설치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매입 대상은 3개월짜리 달러표시 CP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포함한다.

하지만 CP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하면 기업들은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해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CP 가격이 떨어지면서 단기금융시장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용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CP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CP 90일물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처럼 상승하면서 미국 단기자금 시장에 경고음을 켜졌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무보증3년 AA- 회사채 금리는 3월 31일 기준 2.077%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로 내린 지난달 17일 1.740% 대비 급등한 상태다.

특히 신용도가 높은 미국 기업마져 자금 시장 경색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 조달하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자금 시장 지원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는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를 기존 5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늘렸다. C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자금 경색이 심화되면서 정부가 회사채와 CP 매입에 나선다.

정부는 4월초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회사채, 우량기업 CP 등을 본격 매입할 계획이다. 우선 10조원을 먼저 공급하고 신속하게 10조원 이상을 추가 조성한다.

채안펀드의 매입 대상은 투자적격등급인 신용등급 BBB급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두 차례 발행된 신보 채안펀드 유동화를 보면 대상은 일반 회사채, 여전채,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로 신용등급 최하단은 BBB-, 최상단은 A+까지 분포돼 있었다.

그러나 채안펀드가 자금 시장에서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편입조건을 더 완화하고 투자규모를 늘려야 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채안펀드 매입 대상이 우량 기업에만 한정될 경우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우량 기업들의 부도는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여행, 유통, 항공 등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이미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HDC현대산업개발 그룹은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