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체내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자연살해(NK)세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평소 면역 기능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박테리아, 바이러스, 균류 등 우리 몸에 침입한 병원균을 충분히 무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도 일종의 감기 바이러스인 탓에 면역력이 강한 젊은층의 경우 노년층에 비해 피해가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NK세포를 비롯해 T세포·B세포·대식세포 등 인체의 면역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 조혈모세포가 분화해서 생기는 혈액 세포로 이 중 혈소판과 적혈구를 빼고 나머지는 모두 백혈구다. 출처=위키미디어커먼즈

면역항암제 분야의 새로운 대안 'NK세포 치료제' 

면역세포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로 쉽게 말해 백혈구다. 조혈모세포로부터 만들어지는 백혈구는 우리 몸을 지키는 병사라고 보면 된다. 체내 곳곳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가 외부 침입자를 발견하면 즉시 제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수많은 백혈구 중 NK세포는 가장 강력한 면역세포 손꼽힌다. 체내 1차 방어작용(선천성 면역)을 담당하는 NK세포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전투를 벌이는 특수부대라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 등 비정상적인 세포를 공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특히 면역항암 분야에서 NK세포 치료제가 T세포 치료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T세포 기반 면역세포 치료제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동종 치료제로서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NK세포는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와 달리 항원 인식 없이 암세포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또 암 줄기세포까지 효과적으로 제거해 재발을 막을 수 있으며, 다른 면역세포와 달리 면역거부반응이 적어 건강한 사람의 세포를 다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최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 같은 NK세포의 특징을 활용해 항암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 NK세포치료제와 관련된 연구개발은 임상 1상, 2상 등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개발에 성공한다면 얼마든지 대박을 터뜨릴 기회를 안을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랩셀, 엔케이맥스, 박셀바이오, 차바이오텍 등이 NK세포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이다.

▲ NK세포를 활용한 연구 분야. 출처=엔케이맥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도 눈독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NK세포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흔히 면역체계가 작동하면 수일 내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적으로 병이 치유된다. 따라서 아직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GC녹십자랩셀은 NK세포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빠르면 올 하반기국내와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GC녹십자랩셀은 미국 바이오텍 ‘클레오 파마슈티컬스와 손을 맞잡았다. GC녹십자랩셀의 NK세포치료제와 클레오의 항체유도물질 'ARMs'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클레오의 ARMs는 바이러스 항원과 체내에 존재하는 항체인 면역글로불린에 모두 결합하도록 설계됐다. 쉽게 말해 항원과 항체를 연결하는 사다리로써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역할을 한다.

개발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고 다른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장기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NK세포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다른 쪽에서는 NK세포치료제에 ARMs를 더해 치료제를 만들기로 했다.

▲ NK세포는 특정한 항원의 자극 없이 세포 표면의 다양한 수용체(활성화 및 억제 수용체)의 종합적인 신호전달 균형에 의해 활성이 조절된다. 출처=엔케이맥스

엔케이맥스는 지난달 26일 고려대학교 의대 연구팀과 함께 '슈퍼NK' 면역세포 치료제에 대해 코로나19 응급임상에 나선다고 밝혔다.

‘슈퍼NK’는 엔케이맥스가 개발한 NK세포 기반의 면역세포 치료제로, 바이러스 및 비정상세포에 대한 공격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약물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이경미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중국 연구논문에서 ‘코로나19’ 감염자의 경우 NK세포가 정상인에 비해 현격히 감소했고, NK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수용체(NKG2A)의 발현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의 NK세포 활성도를 올려줄 경우 유의미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응급임상에서 요구되는 안전성까지 확인된 ‘슈퍼NK’가 최적의 약물이라 판단해 이와 함께 본 임상을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