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경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1일(현지시간) 하락세에 일부 제동이 걸려 눈길을 끈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1.61달러 하락한 24.74달러를 기록했으며 두바이유는 2.20달러 내려간 21.23달러, WTI는 0.17달러 하락한 20.3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 마감 이후 선물시장도 호조세다. 한 때 10% 이상 유가가 올라가며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의 감산 제의를 러시아가 거부하자 오히려 증산 치킨게임이 벌어진 상태에서, 폭락하던 국제유가가 잠시나마 소강상태를 보인 셈이다.

유가전쟁이 조만간 종결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나온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러시아 및 사우디 지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양측이 수일 안에 유가전쟁을 끝내는 데 합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직은 계획에 불과하지만 원유 수입에 있어 사우디와 함께 멕시코산 원유를 직접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의 공격적인 비축유 확보 카드, 실제 증산에 전사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러시아의 미온적인 행보도 국제유가 하락 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러한 복합적인 현상이 위력을 발휘하며 대폭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에 제동이 걸렸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 중재에 나섰으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지난해 미군의 시리아 철군으로 소원해진 상태다. 댄 설리번 미국 상원의원이 CNBC 인터뷰에서 "사우디를 지키기 위해 많은 미국인들이 피를 흘렸다"며 호소했으나 당장 사우디가 유가전쟁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증산경쟁에 나서면서도 실질적인 '액션'에는 거리를 두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와 러시아의 휴전을 중재하고 있고 일정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일각에서는 국제유가의 극적인 반등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원유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금의 치킨게임이 사우디와 러시아 모두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두 나라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증산경쟁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국 셰일가스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당장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유업체 CEO들과 회동을 열어 자국 셰일가스 및 정유업계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유가가 폭락할 경우 채산성이 낮은 자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파산하고, 셰일가스 업체에 대출을 한 금융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적극적인 '보호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