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초연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혁신을 무기로 기업 밸류에이션 1조원을 넘어선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느린 변화에 시장에서 도태되는 대기업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성공한 기업들의 성공DNA를 분석해 그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다. 1997년 창립 이후 리니지(1998), 리니지2(2003), 아이온(2008), 블레이드&소울(2012), 리니지M(2017), 리니지2M(2019) 등의 흥행작을 통해 성공 DNA를 만들어왔다.

엔씨는 연이은 히트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꾼 리니지M이 출시된 2017년에는 매출 1조7587억원, 영업이익 585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7%, 86% 상승한 것이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출처=엔씨소프트

증권가에서는 최신작 리니지2M의 성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2020년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리니지2M은 국내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의 최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엔씨의 올 1분기 매출을 6950억원, 영업이익을 2792억원으로 전망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일 매출을 24억원, 35억원 수준으로 분석한 값이다.

김택진 대표의 R&D 뚝심… 엔씨소프트의 저변

엔씨의 성공 DNA는 아낌없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만들었다. 엔씨는 CCO(최고창의력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택진 대표를 필두로 개발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의 베스트셀러 타이틀 개발에 관여하는 한편, R&D 역량 강화를 꾸준히 강조했다.

금액적인 부분에서도 엔씨의 R&D 투자 부분은 돋보인다. 지난 2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발표한 ‘글로벌 1000대 기업의 2018년 R&D투자 현황’에 따르면, 엔씨는 2018년 한해 동안 2억1500만유로(약 2850억원)를 R&D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16%로, 글로벌 1000대 기업에 속한 국내 기업 24곳 중 2위다.

▲ 모바일 게임 리니지2M 대표 이미지. 출처=엔씨소프트

이 같은 R&D 투자의 결과는 시장 지표로도 반영됐다. 엔씨는 인공지능(AI) 센터에서 얻은 기술을 토대로 게임 내 콘텐츠를 강화·확장하고, 기존 스테디셀러의 인기를 지속하는 데 활용했다. 엔씨의 사업적인 측면 강화와 함께 R&D는 기존 PC온라인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시켰다. 과거 인기 PC온라인 게임이 점차 사라져가는 와중에 엔씨의 주력 PC온라인 게임은 여전히 인기 순항 중이다.

엔씨는 신작 게임에서도 R&D 투자 효과를 누렸다. 최신작 리니지2M은 인기 요인으로 꼽히는 모바일 최고 수준의 풀(FULL) 3D 그래픽, 모바일 3D MMORPG 최초의 충돌 처리 기술, 모바일 최대 규모의 원 채널 오픈 월드 등도 장기간 투자를 통해 축적해온 혁신 기술이 있었기에 구현이 가능했다.

국내 시장 제패 엔씨, 글로벌로 뻗어나간다

올해 엔씨는 성공 DNA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다변화된 플랫폼, 장르의 게임과 함께 그동안 쌓아온 개발 및 사업 역량을 해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엔씨의 북미법인 엔씨웨스트가 준비 중인 ‘퓨저(FUSER)’가 있다. 음악 게임 퓨저는 ‘락밴드(Rock Band)’ ‘댄스 센트럴(Dance Central)’ 등의 시리즈로 음악·리듬 게임 시장을 선도해온 미국의 ‘하모닉스’가 개발했다.

퓨저는 기존 게임에는 없던 음악 믹스 퍼포먼스라는 콘셉트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가상의 뮤직페스티벌 무대에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믹스하는 신개념 음악 게임이다. 다양한 장르의 곡을 이용자가 직접 선택하고, 보컬, 베이스라인, 악기 사운드 등을 믹스해 자신만의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의 곡을 포함해 팝, 랩·힙합, R&B, 댄스, 록, 컨트리뮤직, 라틴 및 중남미 음악까지 100곡 이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게임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용자가 게임에서 만든 사운드를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뽐낼 수 있는 소셜 기능을 더했다. 직접 음악을 찾아 듣고, 노래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을 매력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PAX East '퓨저(FUSER)' 부스 현장. 출처=엔씨소프트

엔씨웨스트는 지난 2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팍스 이스트 2020’에 퓨저의 부스와 시연존을 마련했다. 퓨저는 시연 버전을 즐기려는 현지 게이머들이 몰리면서 1시간가량 대기줄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외신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퓨저 이용자는 여러가지 곡을 조합하는 가상의 마에스트로가 되어 세계 최고 아티스트의 보컬, 베이스, 악기 사운드 등 히트곡들을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로 완벽하게 조합할 수 있다”며 퓨저를 소개했다. 또 미국 게임 전문지 PC 게이머는 “퓨저는 창의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각기 다른 음악의 사운드가 완벽히 싱크 되는 등 퓨저에 적용된 놀라운 기술이 상당히 인상깊었다”고 보도했다.

엔씨웨스트는 올 가을 북미와 유럽 지역에 퓨저를 선보일 예정이다. 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플랫폼과 PC에 동시 출시한다.

엔씨는 리니지2M의 해외 서비스 또한 준비하고 있다. 리니지2M은 모바일 MMORPG의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어 해외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구체적인 출시 시기나 지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3월 2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2020년에는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을 창출해 온 성공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에 전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