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지속에 정부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 직접 돈을 채우는 방식의 경기부양책을 가동했다. ‘긴급재난생활비’라는 이름의 지원은 움츠러든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회복시켜 경제의 기본 근간인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확산되는 이 시기, 지원의 방향성에는 큰 이견이 없으나 그 방법론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우리보다 앞서 직접적 경기부양책을 가동한 이웃나라 일본의 선례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위기 

우리나라 경제 전반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1997년 IMF 그리고 2008년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다. 정부는 그러한 위기가 올 때마다 긴급예산을 편성해 ‘시장’이나 ‘기업’ 대한 지원 그리고 사회적 비용 지출의 확대 등 간접적인 대응책으로 응수해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전과 같은 간접적 방법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겼고, 그에 따라 우리정부도 이전과는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수차례의 추가 경정예산, 긴급예산 편성 논의를 통해 그간 쌓아둔 정부의 예산 중 일부를 ‘긴급재난생활비’로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직접 나눠주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각 지자체의 예산 상황, 지역민들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모바일 소비 상품권, 전용카드, 상품권 배부 등으로 긴급재난생활비의 배포를 이미 시작했거나 다음 주중으로 배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대응이 정부가 의도한 소비심리 반전과 내수경제 활성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유사한 사례의 선례가 드물기도 하고, 배포된 금액들이 실소비가 아닌 투기성 자금의 원천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999년·2009년 일본의 긴급 경기부양책 

우리보다 앞서 이웃나라 일본은 직접적으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방법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적이 있다. 장기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지난 1999년 일본 정부는 ‘지역 진흥권(地域振興券)’ 이름의 지역 상품권을 각 지자체 별로 배포했다. 이 상품권은 지역의 지자체가 지정한 유통채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일정 기간이 되면 그 효력이나 가치가 상실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일본 정부가 현금을 배포하지 않은 것은 이 돈이 저축을 통해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 후 10년 뒤, 일본 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해 또 2009년 또 한 번의 직접적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이때에는 10년 전과 다르게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현금을 배포했다. 일반 성인들에게는 1만2000엔(약 12만원) 그리고 미성년자와 노령층에게는 2만엔(약 20만원)이 배포됐다. 

놀랍게도, 두 번의 직접 경기부양책이 거둔 소비 진작효과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일본 내각부는 두 차례의 직접 지원정책이 거둔 소비촉진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상품권이든 현찰이든 소비 진작 효과는 32%로 전체 지원의 68%는 저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권의 경우, 이를 액면가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는 이들이 등장하면서 일본의 소비자들은 그들을 통해 상품권을 현금화했고 이를 다시 저축했다. 현금의 직접 배포 역시 애초에 침체돼버린 경기로 인해 누적된 불안감은 소비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고민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민 

이렇게 남은 전례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직접적 경기부양책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과거의 경험들을 고려해 지원의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상품권 배포가 될 수도, 현금 배포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일본 재무성 관료 출신의 일본 국민민주당 ‘타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대표는 “상품권이나 쿠폰은 기획, 마케팅, 제작, 인쇄, 운반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배포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라면서 “실제 2019년 소비세 인상 시 프리미엄 상품권 배포에 책정된 예산 500억엔 중 100억엔이 광고료와 수수료 등이 비용으로 나갔고, 홋카이도·치바 지역에 천재지변으로 인한 여행 상품권 배포에 책정된 예산 200억엔 중 50억엔이 광고료나 수수료로 지출됐다”라고 말하며 현금의 배포를 주장했다. 

이에 지난 3월 28일 저녁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쇼크 이상의 위기가 올 것”이라면서 “정부는 약 60조엔(약 600조원)을 시중에 공급할 것이며 가능하면 국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배포하는 방법으로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총리가 나서 긴급지원의 가이드라인을 밝혔음에도 일본 내에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1인당 얼마를 배포해야는가”부터 정치권의 의견이 갈라진다. 아울러 “연 단위 기준 급여나 수익이 일정수준 이하인 사람들에게만 배포하자”라는 의견과 “일단 서민경제가 위기 상황이니 이를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작위 배포를 해야한다”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일본 전 국민의 소득수준을 파악해 정말 지원이 필요한 소득계층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약 1억2000만명 이상인 일본 전국민 인구의 소득수준을 파악하는 것에는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되고 그 사이에 서민경제는 더 피폐해진다는 딜레마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직접적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경험이 있는 일본도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같은 맥락의 고민들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을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피땀이 어린 세금을 쓰는 일이기에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고민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정부는 일괄적인 지원방안이 확실하게 정해지기 전까지 일본의 선행 사례를 충분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