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대표적인 1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생~1963년생)가 고령자로 편입되기 시작하는 해인 2020년,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성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는 소득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여유 시간을 즐기기 위해 자신들을 위한 여가‧취미 생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오팔세대, 온라인 쇼핑 핵심고객으로 부상

최근 ‘실버서퍼(Silver Surfer,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고령층)’ ‘웹버족(Webver, 인터넷을 뜻하는 Web과 노인을 지칭하는 실버의 합성어)’ 등 실버세대의 생활 및 소비 형태를 지칭하며 등장한 신조어들도 은퇴 후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능숙히 조작할 줄 아는 60대 이상의 장년층들을 지칭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동적인 5060세대를 일컫는 이른바 ‘오팔세대’가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핵심 고객으로 부상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지금까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인터넷·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구매력까지 갖춘 오팔세대가 주력 고객층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한다.

빅데이터 컨설팅회사인 롯데멤버스가 리서치플랫폼 라임(Lime)과 발간한 ‘2020 트렌드픽(Trend Pick)’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30.6%(응답자 총 3935명)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온라인 쇼핑 비중(35.0%)과도 격차가 크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 채널은 1위 오픈마켓, 2위 TV홈쇼핑, 3위 소셜커머스, 4위 대형마트 인터넷몰, 5위 온라인 종합몰 순이었다. 온라인 쇼핑 채널을 이용하는 이유로는 ‘최저가 검색’과 ‘가격 비교’가 용이하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통합 쇼핑플랫폼 SSG닷컴이 지난 2016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0월 31일까지 약 4년 간 연령대 별 주문건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0대 이상 고객의 주문 비중이 매년 2~3%포인트씩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50대 이상 고객의 주문 건수가 전체의 약 8%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이듬해인 2017년에는 10%로 늘었고 2018년에는 13%, 2019년 10월까지는 15%까지 올라왔다. 반면 20대의 주문 건수 비중은 의외로 9%에 머문 모습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해 50대 이상 고객의 주문건수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나 매출 비중은 20%에 육박한다”면서 “은퇴시기에 있는 5060대 연령의 구매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당히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20대의 구매 건수 비중은 9%지만 매출액 비중은 7%에 불과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23일 내놓은 ‘코로나 시대의 쇼핑’ 보고서에서 “그간 온라인 구매가 활발하지 않았던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코로나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온라인 쇼핑 구매층으로) 유입됐다”며 “실제로 올해 2월부터 3월 초까지 한 달간 50대 이상의 온라인 구매 증가율이 생필품과 생활용품, 식품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장보기’ 활동의 경우 소득에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소비이기 때문에 대형마트 온라인 부문은 타 이커머스 업체에 비해 대비 록인(자물쇠)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록인(Lock-in) 효과란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오린아 연구원은 “이 세대가 온라인 구매에 가장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면서 “(중장년층의) 온라인 구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수순이었지만, 코로나19가 이를 앞당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온라인 쇼핑을 찾는 소비자의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대형마트·운송업체·포장재‧물류플랫폼 산업 등 유통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유통업체의 올해 1분기 물동량 증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콘텐츠도 접수

 

‘2020 트렌드픽’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상당수는 TV 외 스마트폰으로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중 하루 평균 스마트폰 영상 시청 시간(2.9시간)은 TV(2.8시간)보다 길었으며, 응답자 대부분(93.7%)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었다. 티빙, 웨이브, 올레TV, U 모바일 등 기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57.1%)와 넷플릭스(19.7%)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기로 기존 OTT서비스 구매율이 낮았던 중장년층도 해당 서비스의 편리함을 경험했다”면서 “앞으로 중장년층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소비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여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2014년 17조원에서 2018년 46조원으로 집계됐다. 오는 2023년에는 86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14년 1926억원에서 올해 약7801억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