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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다시 날까③] 노선 다각화, 신사업 개발... 수익찾기 '분주'항공사 생존 위해 각자도생… “정부 전향적 지원 서둘러야”
▲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항공사들은 올해 치열한 ‘생존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 코로나19사태 등 겹악재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으면서 성장보다는 ‘살아남기’가 당면의 과제가 된 영향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위기 속 기회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에 돌입,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는 한편 신규 항공기 도입, 포트폴리오 재편, 인수합병 등으로 사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행기는 순풍보다 역풍이 불 때 이륙 시 활주거리가 짧아진다. 맞바람이 불 때 최단거리를 활주해 높게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역풍에 맞서 기회를 모색하는 움직임은 항공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FSC부터 LCC까지 각자도생…신규 항공기 투입·인수합병 등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가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고강도 자구책은 물론 본격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또한 지난달 29일 한진칼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해 대한항공의 진열 재정비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신형기 도입 및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보잉 797-9와 에어버스 220-300 등 성능과 효율이 개선된 신기재 도입으로 노선별 특성에 맞는 기재 운영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보잉 787 드림라이너 시리즈 중 가장 큰 모델인 787-10 항공기를 20대 들여올 예정이며 787-9 항공기는 10대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타 항공사와의 조인트 벤처 확대도 추진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5월부터 미국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협력을 진행 중이다.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휴 등 국내외 사업파트와 협력의 폭도 넓혀갈 예정이다.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업무프로세스와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다.

▲ 왼쪽부터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 출처=대한항공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부터 카카오와의 협력으로 IT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카카오는 고객 가치 혁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항공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사업 협력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경영방침을 ‘새로운 시작(Rebuilding) 2020’으로 정하고, 체질 개선 및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노후기를 순차적으로 처분 및 반납하고 신기재(A350 3대·A321NEO 4대)를 도입한다. 유류비 절감과 기재경쟁력을 강화하고 노선별 투입기종 최적화로 기재 운영효율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여객부문은 대체노선 및 환승수요를 적극 유치하는 한편, 비수익 노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익성 있는 부정기 노선은 적극적으로 개발해 시장 수요에 맞춰 대응한다. 또 프리미엄 전담 판매조직 신설 및 전용 채널을 이용해 프리미엄 수요 유치를 통한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화물부문은 5G, AI, 폴더블 디스플레이 부품 등 신성장 수출 품목에 대한 안정적 수요 확보,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 지속, 시장상황에 따른 탄력적 노선 운용, 미취항 구간 대상 인터라인을 통한 네트워크 확장 등으로 수익 기반을 보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진행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끝나면 대대적 체질개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완료되면 2조2000억원 수준의 자본이 유입된다. 회사는 부채비율을 업계 최고수준으로 개선한 후 이 같은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신용등급 상향 및 손익개선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 아시아나항공 보잉747 화물기에 화물을 탑재하는 모습. 출처=아시아나항공

이 밖에도 FSC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회복 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여객 수요와 달리 항공화물 수요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돼서다. 대한항공은 오는 13일 인천~호치민을 시작으로 하루 평균 7대의 여객기를 화물용으로 띄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18일부터 호치민과 타이베이 노선에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추가 노선 확대도 검토 중이다.

LCC 또한 구조조정, 신규 항공기 도입, 노선 다각화 등 전략으로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다. 안정보다 모험으로 비상상황을 타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스타항공 완수가 차질없이 이뤄질 경우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업계 빅3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선 24.8%로 대한항공(23.6%)을 앞지르게 된다. 국제선 점유율 역시 19.5%로 아시아나항공(23.0%)을 바짝 뒤쫓는다.

여기에 제주항공은 최근 마카롱택시로 유명한 KST모빌리티와 손을 잡고 한국형 통합이동서비스인 마스(MaaS) 플랫폼 개발에 나서기로 해 이목을 끈다. 양사의 협력은 지상 길과 하늘 길에서 각각 승객에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유명섭 제주항공 커머셜본부장과 이행렬 KST모빌리티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제주항공

진에어는 19개월만의 국토부 재제가 해제되면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국토부의 행정제재로 진에어는 부정기편 운항을 재개할 수 있게 됐고 신규 노선에 취항하거나 새 항공기를 도입할 수도 있게 됐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LCC 중 유일하게 보유 중인 중대형 B777-2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수익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월 27일 국토부로부터 신규 배분 받은 ▲인천~호주 시드니 ▲인천~팔라우 ▲인천~키르키스스탄 운수권으로 중장거리노선 공략에 나선다. 특히, LCC 가운데 처음으로 시드니에 취항한 만큼, 과당경쟁이 벌어지는 단거리 노선에서 벗어나 중장거리 노선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에어부산도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며 위기 속 투자를 이어간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20일 차세대 항공기인 에어버스 A321LR을 한·중·일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우선적으로 제주노선에 투입했지만, 차후 싱가포르, 푸껫뿐 아니라 인도 델리와 자카르타 등으로 노선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이 밖에도 LCC들은 코로나19로 전세계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국제선 대신 국내선 신규 취항으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다음 달 중순을 목표로 여수 발(發) 국내선 신규 취항을 추진 중이며,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은 제주 노선을 증편해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

“도산 직전인데 정부 지원 턱없이 부족… 전향적 지원 고려해야”

항공사들이 각자도생으로 살길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외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항공업의 특성 때문이다.

고사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를 돕기 위해 정부가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에 비교하면 한참 미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각국이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에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지금까지 몇 가지 단편적 대책을 내놓는데 그치고 있어 지원의 실효성이 뒤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18일 정부는 ‘제11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항공기 주기료 면제를 포함한 항공업계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2월 17일 정부가 항공업계를 대상으로 지원책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내놓은 추가 지원 안이다. 당시 정부는 티웨이항공에 긴급 운영자금 60억원을 무담보로 승인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 200억원과 140억원을 각각 금융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번 추가 지원에 따라 전국공항의 항공기 주기료는 3월부터 5월까지 전액 면제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9억원 규모다. 또한 항행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유예(120억원), 운항중단으로 미사용한 운수권‧슬롯(특정시간대 공항 이용 권리) 회수 전면유예 등의 방안도 포함했다.

▲ 지난 1일 개최된 '제13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3차 위기관리대책회의'의 모습. 출처=기획재정부

그러나 항공업계는 정부의 지원이 여전히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긴급지원대책 발표 후 한달 보름 정도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게 말이 되냐”며 “그때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됐는데 정부의 대책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이 내놓은 대책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해외 각국 정부는 자국 항공사들의 파산을 막고자 맞춤형 자금공급을 단행하는 등 과감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항공업은 막대한 고용과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 기간산업인데다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확산)으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항공업계 피해 규모가 2520억달러(한화 309조5000억원) 까지 늘 것으로 보고있다. 항공 컨설팅 전문기관인 CAPA도 “많은 항공사가 이미 기술적 파산 상태에 몰렸거나 대출 약정을 현저하게 위반한 상태에 있다”며 “전세계 대부분의 항공사가 정부의 지원 대책 등이 나오지 않으면 5월 말 전에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원은 현지시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붕괴 위기에 빠진 자국의 항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지원 법’을 가결했다. 이어 27일 하원에서도 가결됐다.

지원 내용도 파격적이다. 여객 항공사에는 보조금 250억달러, 화물 항공사에게는 보조금 40억달러,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들에게도 30억달러를 지급한다. 법안 발효 후 5일 이내에 절차를 공지하고 10일 내에 초도 지급을 완료하는 등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조금 뿐만 아니라 대출과 지급보증도 보조금과 같은 수준에서 이뤄진다. 항공 운송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과 항공유 부과 세금도 2021년 1월 1일까지 전액 면제한다.

유럽 역시 항공사 도산을 막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 지원과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 유예, 공항이용료 면제 등 혜택을 지원한다. 프랑스도 자국 항공사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결정했다. 대만은 항공사 대상 10억달러 정부 대출을 실행한다.

이에 항공업계는 한국도 금융논리를 벗어난 항공산업 맞춤형 지원이 과감하게 펼쳐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업계는 항공사 채권 발행 시 정부의 지급 보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가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 불가능 한 처지인 만큼 지급 보증은 국적 항공사의 생존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필수적 요소라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사들이 가장 시급한건 유동성 문제의 해결”이라며 “최악의 경우 자금난과 유동성 위기로 국내 항공사들이 도산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이나 부채비율 등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항공기 재산세 등 지방세 면제를 포함한 세제 지원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  young@econovill.com  |  승인 2020.04.05  09: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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