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당초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연기되자, 일본 스포츠계에서 갑자기 코로나19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일본 당국이 올림픽 강행을 위해 확진 사례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현지 매체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400m 계주 부문 은메달을 획득한 츠카하라 나오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28일부터 발열 등 의심 증상을 보였고, 밀접접촉자만 9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 등 선수 가운데서도 연이어 감염자가 확인됐다.

앞서 5일 전 일본 프로야구단 한신 타이거즈 소속 후지나미 신타로를 비롯한 선수 3명이 양성으로 판명됐다. 후지나미는 지난달 27일 후각 이상 증세를 겪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고, 최근 그와 식사 자리를 가진 선수 2명도 이어 양성 반응을 보였다. 

해당 구단은 지난달 26일부터 훈련을 중단, 선수들에 자가격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프로야구는 이달 말 개막을 준비하며 무관중 시범경기를 진행해왔으나, 이젠 언제 개막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프로축구 1부 리그인 J1리그의 빗셀 고베 수비수인 사카이 고토쿠는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카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밤부터 발열과 컨디션 난조 등의 증상이 발현됐고, 이로 인해 다음 날 훈련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의심 증상은 심화돼 두통·인후통·후각 이상 등도 나타나 코로나19 검사를 의뢰, 양성 통보를 받았다.

해당 팀의 관계자 1명도 지난 3월31일 오후 8시 경 진단 검사를 받은 결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확진자는 발열이나 기침, 미·후각 이상 증세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부 리그인 J2리그의 더스파구사쓰 군마도 1일 수비수 후나쓰 데쓰야의 코로나19 감염 소식을 알렸다. 지난달 26일부터 고열에 시달리던 후나쓰는 훈련에서 제외됐고, 지난달 31일 받은 진단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J리그의 2020 시즌은 지난달 말 개막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1라운드만 치른 뒤 중단됐다. 코로나19가 발병한 빗셀 고베 구단이 속한 J1리그는 오는 5월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다.

일본 당국은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주장하다가 지난달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통화해 개막 연기를 합의했다. 

앞서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올림픽 연기론이 제기될 때마다 "일본에선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막상 연기된 올림픽의 개막 날짜를 발표하는 자리에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석했다.

도쿄올림픽 연기 확정 이후 일본 스포츠 선수들의 확진 판정 사실이 연이어 터져나오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당국이 올림픽 강행을 위해 코로나19 피해를 은폐·축소해왔다"고 비판하는 등 관련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