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디스플레이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4217억원, 영업손실 4219억원을 기록하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1일 기준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1분기에도 매출 5조1000억원, 영업적자는 3086억원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악의 위기에 대응하려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만만치않다. 결국 OLED로의 전환 체력이 관건이다.

▲ LG디스플레이의 OLED가 보인다. 출처=LGD

전열 가다듬었지만...'터널 길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발' LCD 박리다매 전략에 휘청이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G화학을 이끌었던 정호영 사장이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쳐 주요 계열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 및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적 악화로 용퇴를 결심한 한상범 전 부회장을 대신해 경영 정상화 및 강도높은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조직개편도 단행됐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하는 등 LCD 관련 조직을 축소했으며, 이에 따른 자원은 전략 사업인 대형 OLED 및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했다. CTO 산하 조직도 재편했다. 미래 디스플레이 개발에 필요한 선행기술 및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CTO 산하를 기반기술연구소 및 디스플레이 연구소 등 2개 연구소 체제로 재편하여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했다.

그러나 위기론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최근 1년 간 37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OLED로의 체질전환을 꾀하고 있으나 상황이 녹록치않다. 여기에 올 초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던 광저우 공장이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히자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7월 광저우 OLED 공장 설립을 전격 발표했으나 정부가 당시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승인을 미루는 등 모진 풍파를 겪은 바 있다. 다행히 한국 정부가 2017년 12월 전격 승인 결정을 내리며 광저우 공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으나, 올해 초 뜻하지 않은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정상가동이 재차 미뤄지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다행히 최근 긴급인력이 투입되어 급한 불은 껐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 중국 광저우 공장 가동이 연기되고 있다. 출처=LGD

답은 OLED
어려움에 처한 LG디스플레이가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OLED로의 전환이다. 다행히 LG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OLED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에 유일한 대형 OLED 제조사의 위치를 점하는 중이며, 서서히 열리는 시장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로드맵도 가동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직도 OLED 중심으로 꾸렸고 중소형 OLED에 대한 투자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이 OLED로 수렴될 것이라는 LG디스플레이의 믿음은 다행히 현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장 LCD 시장의 패널 단가가 크게 하락하며 중국 LCD 업체들도 줄줄이 휘청이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들 중국 업체도 서서히 OLED 전환 공정을 서두르고 있다.

경쟁자 삼성디스플레이의 행보에도 힌트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캠퍼스에서‘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R&D)에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로드맵을 발표하며 QD OLED가 아닌 QD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사실상 LG디스플레이가 추구하는 OLED가 퀀텀닷 기반의 QLED과 비교해 시장 장악에 유리하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에서, OLED 후발주자라는 이미지 만큼은 새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 이재용 부회장이 QD 디스플레이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삼성

바꿔 말하면, LG디스플레이의 OLED가 글로벌 디스플레이의 미래 비전과 가장 가깝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LCD를 완전히 끝내고 모든 공정을 OLED에 투입하는 전사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LG디스플레이 서동희 전무는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사의 대형 OLED 진입을 환영한다"면서 "경쟁사의 QD 디스플레이가 QD OLED를 지칭한다면 청색 OLED를 사용하더라도 우리와 동일한 증착 방식의 OLED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결국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략은 정답이었고, 남은 것은 대형 OLED 시장 개화에 따른 반등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작업뿐이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LG디스플레이기 때문에 올해 코로나19 등 돌발변수만 끝나면 V자 반등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나아가 중소형 OLED 시장의 맹주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을 조금씩 뺏어오는 전략도 추구하고 있기에, 이 분야에서도 장기적 관점의 반등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LCD 매출이 아직도 상당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OLED로의 체질개선에 나설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출구는 있으나 모진 여정이 예상되는 미로에 빠진 LG디스플레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