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AA 회사채 등급을 평가받은 기업도 유동성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AA회사채 등급을 받은 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곳이 10개 기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1년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도 존재한데다 유동부채도 증가해 상환부담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금시장 경색으로 위기에 몰린 모습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AA등급을 평가받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80여개 기업이 1년안에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 가운데 10개 기업은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아 유동부채 증가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롯데렌탈, SK렌터카, SK네트웍스,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은 부채비율이 250%로 신용등급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회사채 만기도래로 유동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 회사채 만기가 1년이내 도래하는 기업 가운데 부채비율 200% 웃도는 기업 현황. 출처=한국예탁결제원, 금융 빅데이터 전문 딥서치(DeepSearch),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이트진로, 4월 중순 1430억원 회사채 만기도래…SK네트웍스, 4월말 2800억원 회사채 상환 예정

롯데렌탈, 회사채 5600억원 1년내 만기도래…부채비율은 ‘677%’

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 상반기까지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회사채 만기도래

A0 등급인 하이트진로는 이달 143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류시장 침체로 1분기 실적 감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4월 중순까지 1430억원 상환압박까지 겹쳐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지난해 신제품 ‘테라’, ‘진로’ 출시에 따른 초기 광고선전비 지출과 마산공장 생산효율화에 따른 비용으로 –42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하이트진로는 부채비율도 217%까지 상승했다. 회사채 차환이 어렵다면 당장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이트진로 이외에도 올 상반기까지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고 상환금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SK네트웍스(2800억원) △롯데렌탈(5600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1000억원) △LIG넥스원(1500억원) 등이다. 이들 기업 모두 부채비율까지 200% 넘어 외부 자금조달을 할수록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4조원을 넘는데다 부채비율까지 올라 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17년까지 부채비율이 208%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8년 말 236%까지 오르더니 지난해말 340%까지 상승했다. 단기간 부채규모가 증가한 원인은 연이은 회사채 발행 때문이다.

▲ 출처=금융 빅데이터 딥서치(DeepSearch)

SK네트웍스는 2018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공모채시장에서 3000억원을 조달했고, 지난해 4월에는 산업은행에서 빌린 차입금과 기업어음(CP), 회사채 차환을 위해 40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SK네트웍스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달 기업어음(CP)을 통해 500억원을 조달했지만 단기성 자금조달은 상환부담이 높아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SK네트웍스는 이달까지 2800억원을 상환하거나 차환하기 위해 장기성 부채인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공모채시장이 얼어붙어 이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날달 직영주유소를 매각한 SK네트웍스는 홈케어와 모빌리티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매각 차익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재무건전성 개선 조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체인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도 상반기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며 규모는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수준이다. 두 기업 모두 부채비율이 250%를 웃돌아 차입의존도가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산업은 1년새 유동부채가 5250억원(32%) 증가해 차입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유동부채 중 단기차입금만 2937억원에 달해 유동성 대응을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7년까지 공모채 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진행해왔지만 2019년과 지난해부터 사모채 시장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 특히 사모채 시장에서 단기성으로 기업어음을 발행해 추가 유동성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된다면 공모채 뿐만아니라 사모채 시장에서도 자금조달이 막혀 단기성 외부 차입은 위험하다.

롯데렌탈은 부채비율이 677%까지 오르고 유동부채도 1년간 6433억원(43%) 확대된 상황에서 5월부터 내년 1월까지 총 56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우선 다음달 900억원을 상환해야하며 7월과 내년 1월 각각 1400억원, 1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상·하반기 모두 유동성 압박이 가중된 상황이다.

한편 정부가 다음달 부터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조성해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하지만 신용등급이 A이상이거나 코로나19 피해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 들 중 선정하는 만큼 수혜 대상기업에 속할 가능성이 어려울 보인다. 특히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들 중 AA등급 채권은 항공업종 등이 포함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하락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우량기업은 채권시장 안정펀드로 지원하되 일시적 유동성 애로가 발생할 경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서라도 선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항공업종 등이 회사채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 대상으로 우선 선정될 전망이다. 다음주 부터 차환절차가 진행된다해도 1년간 순차적으로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기업들의 유동성 부담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