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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득 유조선 80척, 항구 떠나지 못하는 까닭세계 저장시설 이미 가득차 갈 곳 잃어...코로나 수요 격감속 사우디 등 증산 본격화
▲ 페르시아만 항구 인근 라스 타누라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원유 및 정제 석유 저장 탱크. 출처= Aramc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전세계에 석유가 넘쳐나며 저장할 장소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석유 저장고의 둥근 저장 탱크는 가득 차 있다. 한 척에 8천만 갤런의 석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 80여 척이 갈 곳을 잃고 텍사스, 스코틀랜드 등지에 정박해 있다.

문제는 세계가 이 많은 석유를 지금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확산은 세계 경제를 질식시키고, 공장 문을 폐쇄시키고, 비행기는 땅에 묶어 놓으며 연료 수요를 크게 수축시켰다. 게다가 산유국들(OPEC+)의 감산 합의는 3월 말로 종료되는데 세계 최대 생산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러시아와 유가 출혈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산을 계속 늘릴 각오다.

시장조사회사인 케이로스(Karros)의 앙투안 할프 파트너는 "조만간 시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저장 용량 한계를 테스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올해 절반 이상 떨어진 유가는 저장 공간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더 떨어질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유정을 폐쇄해야 할 지도 모른다.

에너지 업계는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 에너지 수요 하락이 속도나 규모 면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 발발로 자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폐쇄한 2월에 대규모 수요 하락이 처음 발생하면서 경기 둔화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유럽과 미국의 하늘 길까지 막혀 버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HIS Markit)의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가 되면 석유 수요가 하루 140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중국의 하루 소비량보다 더 많은 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가격 전쟁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OPEC+의 감산 시한이 종료된 4월부터 가격을 더 낮추고 하루 원유 생산량을 약 25% 늘려 1,200만 배럴을 생산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시장정보회사 젠스케이프(Genscape)의 힐러리 스티븐슨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저장돼 있는지를 아는 것이 석유시장의 건전성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지표"라고 말하고 "저장 용량은 유한한데 안전망은 허술하기 그지 없다"고 경고했다.

▲ 한 척에 8천만 갤런의 석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 80여 척이 갈 곳을 잃고 텍사스, 스코틀랜드 등지에 정박해 있다. 출처= Radio Farda

스티븐슨 애널리스트는 “오클라호마의 쿠싱(Cushing) 등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저장 구역이 지난 3월 중순에 절반 이상 차면서 안전망이 전례 없이 최대한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시장 정보회사인 케이플러(Kpler)는 위성 사진을 사용해 선박과 저장 탱크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있는지 계산한다. 최근 주말 동안 이 회사는, 평상시 전 세계 하루 소비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1000만 배럴의 석유가 저장시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감지했다.

케이플러의 알렉산더 부츠 시장분석팀장는 "우리는 현 시점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잉 공급된 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잉상태의 한 징후로,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기 위해 배에 실린 채 내리지 않은 석유의 양이 3월 한 달 동안 25% 증가한 점을 지적했다. 부츠 팀장은 81척의 적재 유조선이 전세계 해안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를 배에 보관하는 것은 육지에 저장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세계에 석유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 7억 5000만 배럴의 저장 공간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감산 시한 종료 이후 각국의 증산 경쟁을 감안할 때 충분한 공간이 아니다.

산유국들의 증산 엄포로 유가가 계속 추락함에 따라 미국의 생산자들은 이미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미국 최대 셰일 산지인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의 주요 생산자인 셰브론(Chevron)은 지난 주, 앞서 밝힌 것보다 생산량이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업계 시장정보회사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에 따르면 4000만 배럴의 저장 공간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 서부지역의 저장 시설도 4분의 3까지 찬 상태여서, 생산업체들은 생산량을 11%까지 줄여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지역 앨버타주의 제이슨 케니 주지사는 이미 생산자들에게 감산을 제안한 상황이다.

케이플러의 부츠 팀장은 "사우디가 증산하게 되면 그 석유는 사우디의 탱크에서 다른 나라 어느 곳의 저장 탱크로 이동하거나 배에 그냥 실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아직은 시장이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20.04.01  13: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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