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플랫폼 경제가 두각을 보이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처우 등 다양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아닌, 기업과 노동조합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포럼이 출범해 눈길을 끈다. 다만 기업과 노조가 대승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포럼이 출범했으나, 양측의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추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 사진=최진홍 기자

"어렵게 모였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포럼 1기 출범식이 1일 서울 중구 명동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포럼은 플랫폼 노동의 최전선인 배달앱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포럼은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를 위원장으로 삼아 권현지 서울대학교 교수, 박은정 인제대학교 교수가 공익 전문가로 참여한다. 여기에 김성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 박정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 이영주 라이더유니온 정책국장이 힘을 더한다. 기업에서는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과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 이승훈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외협력팀장,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가 참여한다.

포럼의 위원장인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는 “어려운 시기에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포럼이 발족됐다”면서 “정부는 물론 민주노총 서비스 연맹, 라이더 유니온을 비롯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많은 이들이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나섰으나, 이번에는 노사가 앞장을 서 플랫폼 노동과 플랫폼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나섰다는 의의가 있다”면서 “많은 성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번 포럼의 발족은 노사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한국 노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노사 당사자가 만나 산업적 차원의 사회적 대화를 진행할 것이며, 적극적인 의제를 설정하면서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지금까지 문제제기를 했으나, 이제는 문제해결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산업이라고 하지만, 새로운 산업이라고 해도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없다.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포럼의 논의가 격렬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장면이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정부가 가만히 있는데 스타트업(기업)이 앞으로 나섰다”면서 “스타트업은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당장의 문제해결이 어려워도 사회적 공론화를 일으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노동의 미래, 한국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법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많은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노동자를 지키는 법이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박정훈 위원장의 주장과 다소 배치된다.

조대엽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피할 수 없는 길을 위해 포럼이 만들어졌다”면서 “포럼이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담아내는 것에 기여하도록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포럼의 발족은 플랫폼 노동의 법적 제도적 지위를 안정시키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존중 등의 가치가 얼마나 잘 진행되고 있는지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포럼의 행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플랫폼 노동의 정착을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포럼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논의 시작됐다...넘어야 할 산은?

온디맨드 플랫폼이 스마트폰 대중화 및 O2O 시장 활성화의 바람을 타며 플랫폼 경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으며, 미국에서는 AB5 법안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플랫폼 경제가 두각을 보임에 따라 관련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최대 54만명에 이르며, 이는 전체 취업자 대비 최대 2.0% 수준이다. 이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순간이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는 없다.

포럼은 플랫폼 노동의 보호 대상에 관한 당사자 협의 및 제안, 배달산업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기준 마련, 배달사업 종사자 처우 안정을 위한 사회적 보호조치, 배달산업의 발전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협의 및 제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팀장은 “핵심은 배달산업 종사자 처우 안정을 위한 사회적 보호조치”라면서 “사회안전망 및 노조 활동 등 종사자 처우에 관한 제반논의가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정미나 정책팀장은 “포럼 1기는 결론 도출까지 6개월의 기간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회의는 기본적으로 비공개지만, 필요하다면 공개토론도 할 예정”이라 말했다.

정 팀장은 마지막으로 “포럼의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배달산업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의 활동 취지와 향후 계획은 흠잡을 곳이 없다는 평가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는 분석이다. 당장 포럼이 업계를 대표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최악의 경우 국내 모빌리티 업계 분열의 씨앗이 되었던 지난해 플랫폼 택시 사회적 대타협 기구와 비슷한 파열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노조와 기업의 시각차이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노조의 경우 플랫폼 노동을 디지털 경제의 진화된 노동으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변화된 노동의 형태로만 본다. 그런 이유로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는 기존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유지되거나, 혹은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플랫폼 경제 상황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후퇴되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한다”면서 “포럼에 참석하며 노사교섭이라 생각한다. 토론은 할 것이며 잘 교섭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측은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플랫폼 노동에도 유지되어야 하지만, 변화된 노동 조건에 대한 유연한 상황판단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미나 팀장은 “디지털이 결합된 플랫폼 노동은 근로기준법과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예외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입장차이는 있겠지만, 문제의식을 함께하며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포럼은 교섭이 아니라 논의”라면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쟁점을 찾고 거시적인 논의를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의 ‘포럼은 교섭으로 보고 참석했다’는 의미부여를 일축하는 셈이다.

추후 포럼의 논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도 “아직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각 주장을 잘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포럼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어렵게 포럼이 결성된 상태에서 아직은 ‘희망’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만약 포럼의 계획대로 플랫폼 경제의 확실한 가이드 라인 구축, 이어 입법발의까지 이어진다면 한국이 글로벌 플랫폼 노동시장에서 커다란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과 노조의 협력으로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크다. 포럼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