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지난해 5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55~79세)의 3명 중 2명(62.63%)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어한다. 일하려는 동기는 ‘생활비에 보탬’(39.03%)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일하는 즐거움’(21.30%) 순이다.

인생 2막은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크다. 하고 싶었던 일, 재밌는 일에 도전하는 오팔(OPAL) 세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노후준비가 충분치 않아 생계를 위해 비자발적으로 일을 계속하는 고령층이 더 많다. 은퇴 후 일 자체를 즐기며 활기찬 인생 2막을 살아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기반이 전제돼야 한다.

 

◆ 현금흐름을 토대로 쌓는 노후준비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자신의 ‘캐시플로우(Cash flow‧현금흐름)’를 파악하는 것을 오팔세대의 자산관리 전략에 있어 선행돼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시니어 자산운용의 최종적 목표는 매월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캐시플로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산을 유동화하거나 △캐시플로우가 있는 자산을 매입하거나 △연금처럼 캐시플로우를 지급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수명 증가로 은퇴생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은퇴까지 얼마를 모아야 한다’가 아니라 ‘은퇴 후 매달 얼마 만큼의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노후생활비는 오랜 기간 계속해서 지출되는 현금흐름으로, 은퇴 후에는 월급이 사라지기 때문에 월급을 대신할 소득원을 만들어야 한다.

 

은퇴 후 매달 200만원이 또박또박 들어온다면 현금 3억원의 목돈보다 더 낫다. 가장 좋은 노후준비 방법은 연금소득을 만드는 것이다. 즉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양한 연금을 조합해 현역시절 월급처럼 다달이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액티브 시니어를 꿈꾸는 젊은 층이라면 연금을 기반으로 장기적‧적립식‧분산투자의 관점에서 자산 증식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은퇴시점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은 50~60대라고 한다면 은퇴 후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노후생활비나 부채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후자산이 부족한데 너무 많은 생활비를 사용하면 노후빈곤에 처할 수 있고, 반대로 일정 자산의 여유가 있는 데도 무조건 적게 사용하면 노후 삶의 질을 저하시키게 된다”면서 본인의 생활수준, 소비구조 등 자신의 재무적 상태를 점검해 그것에 맞는 솔루션과 자산운용 전략을 펼쳐야한다고 설명했다.

막연하게 예상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계획에 따른 균형 잡힌 소비가 노후생활의 만족도를 올려줄 수 있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연금 등 노후자산을 점검해보고 필요한 노후자산에 부족여부를 확인해보자. 부족한 경우 그 대응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대응방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에서의 지출부분을 줄이는 것이다. 변동비는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나 부채 등 고정비적 성격을 가진 지출은 시니어에게 꽤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부채를 제일 먼저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은퇴 이후 소득이 없거나 대폭 줄어들게 될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부채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통상적으로 대출이율이 예금이율보다 높게 형성되므로 높은 이율이 적용되는 대출부터 최우선적으로 상환해야 한다. 은퇴 전에 보유대출을 최소화하는 목표를 정하고 부채축소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대출이율보다 높은 수익률의 투자처가 있다면 일정부분 대출을 활용하는 방법도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 새로운 현금흐름 위해 투자하라

또 다른 방법은 새로운 캐시플로우를 만들어내 노후자산이 인출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금 겸업’형 라이프로 일컫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함으로써 새로운 노동을 시작하는 방법도 있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잘 운용해서 운용수익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곽재혁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들의 일부 예금금리가 0%대를 기록하는 등 저금리 기조가 더욱 심화되면서 정기적 수입을 꾸준히 창출하는 인컴형 자산에 대한 시니어 투자자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현금 창출을 꾸준히 하는 안정적 투자가 알짜배기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운데 우수한 중장기 성과를 보여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곽 수석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저성장‧초저금리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초저금리에 맞는 중수익 콘셉트의 포트폴리오로, 인컴형 자산은 여전히 유용한 자산운용 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컴형 자산은 배당이나 임대료, 이자 등 고정수익(인컴)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상품으로 배당주, 리츠(REITs·부동산 간접투자상품) 또는 인프라자산, 해외채권으로 그 유형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나 랩어카운트 같은 간접투자상품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

박 연구소장은 “노후자산의 운용은 아주 보수적인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글로벌 투자 비중을 높이는 포트폴리오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시는 전 세계 증시에서 2%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시장인데 반해 한국 공모펀드는 국내 투자 비중이 약 80%에 달할 만큼 내국인의 국내 투자 비중이 절대적”이라면서 “변동성이 높은 작은 시장에 자산이 과도하게 쏠려 있으니 국내투자자들의 수익률 안정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변동성은 투자 위험을 의미하며, 변동성 확대는 투자 수익보다 손실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보이고 있어 당장에는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안정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연구소장은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 수 증가세가 정점을 지나면 글로벌 증시도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해당 시점을 기다렸다가 해외자산 특히 G2인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해외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또한 개별 종목보다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펀드 형태를 통한 투자를 추천하면서 국내 시장에 상장된 해외 펀드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상장된 해외 ETF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최근 주목받고 있는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와 같은 자산배분형 펀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산배분형 펀드는 시장상황에 따라서 채권, 주식, 대체투자 등 투자 자산군과 신흥국·선진국 등 지정학적인 요소 즉, 각 산업군의 성장성을 고려한 동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투자 안정성과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특히 EMP펀드는 초분산투자 펀드로서 ETF 중에서 유망한 상품들만 골라 담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운용수수료로 안정적인 분산투자 구현이 가능하며 약세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장시영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압구정본부점 과장은 적극적인 자산보호를 위해 금(金)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과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19 여파 속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슈퍼경기부양책들을 펼치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5조달러를 풀었고, 향후 10조달러까지 더 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화폐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질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필연적으로 화폐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반면에 지난 10년 동안 금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고, 앞으로 10년 동안도 금 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