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 3세대 G80. 출처= 제네시스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제네시스의 3세대 완전변경모델 G80가 공개됐다. 당초 기대한 만큼 탁월한 상품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겉모습 뿐 아니라 성능과 효율까지 진화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고급 세단’의 위상을 보여줬다.

▲ 3세대 G80의 뒷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G80의 주요 제원으로 전장 4995㎜, 전폭 1925㎜, 전고 1465㎜, 전고 1465㎜, 축거 3010㎜다. 직전 모델인 2019년식 2세대 G80에 비해 축거는 동일한 반면 전장, 전폭이 5㎜, 35㎜씩 늘어났다. 전고는 15㎜ 가량 낮아졌다. 실내공간 규모는 비슷한 수준을 갖췄지만 달라진 제원에 따라 전반적으로 더욱 강인하고 날렵한 인상을 자랑한다.

▲ 3세대 G80의 뒷좌석에 앉아 레그룸 규모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신형 G80의 달라진 외관은 G80의 프리미엄 감성이다. 이전 모델이 우수한 성능을 갖췄지만 지난 2016년 G80으로 개명되기 전 모델 ‘DH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외모를 갖춘 점은 다소 아쉬웠다. 다만 제네시스의 신규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신형 G80는 전작의 아쉬움을 크게 덜어냈다.

다만 수평선 형태의 쿼드램프와 크레스트 그릴 등 요소가 상위 모델인 G90과 닮은 점은 G80의 차별성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그럼에도 루프에서 트렁크 라인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곡선과 말굽 형태의 트렁크 등 디자인 특징은 신형 G80 고유의 멋을 자아낸다는 평가다.

지난달 31일 신형 G80의 최상위 모델인 가솔린 3.5 터보 상시사륜구동(AWD) 모델을 시승했다. 가솔린 3.5 터보 모델의 구동성능은 최고 출력 380마력(ps), 최대토크 54.0㎏f·m 등 수준을 갖췄다. 작년 시승한 2세대 최상위 버전인 3.8 가솔린 AWD 모델(315마력, 40.5㎏f·m)보다 훨씬 강력하다.

▲ 3세대 G80의 대시보드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신형 G80는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즉각 반응한다. 그러면서도 차가 앞뒤로 덜컹거리는 현상 없이 매끄럽게 속력을 조절한다. 이전 모델을 시승했을 때 느꼈던 ‘미끄러지듯 달리는’ 느낌을 신형 G80에서 마찬가지로 느꼈다. 주행 중 가속하는 상황에서도 앞으로 튕겨나가듯 거칠게 치고 나가지 않고 부드럽다. 제동할 때 페달을 급하게 밟아도 탑승자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면서 덜컹거림 없이 매끄럽게 멈춰 선다.

직진 주행 뿐 아니라 곡선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발휘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를 빠르게 달리던 중 차선을 급히 변경할 때 운전석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안정적으로 이동한다. 고속도로에서 인터체인지(IC)로 들어서는 C자형 구간을 약간 빠른 속력으로 지날 때도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을 잘 해소한다. 안정적인 곡선 주행 능력은 성능 측면에서 G80의 고급스러운 감성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G80의 또 다른 강점은 높은 정숙성이다. 단편적인 사례로 창문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 차량 내부에서 들리는 외부 소음의 격차가 크다. 신호등 앞에서 멈춰선 동안 창문을 내렸다가 닫았을 때 옆에 선 대형버스의 엔진 구동음이 현저히 작게 들리는 상황을 경험했다. 엔진이나 노면에서 들리는 소음에 대해서도 대형 SUV에 가까운 방음 성능을 구현하며, 시속 100㎞ 이상 고속력으로 달릴 때 들리는 바람소리(풍절음)도 아득하게 들린다.

신형 G80는 소음 뿐 아니라 노면 충격도 잘 해소한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나 움푹 패인 길을 한쪽 바퀴로만 밟고 지날 때도 차량이 앞뒤나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을 잘 극복한다. 다른 고급 세단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면 충격을 차체의 유연한 흔들림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2차 진동을 잘 차단한다. 그러면서도 진동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차량이 경직되지 않는다. 충격 흡수 성능의 균형이 잘 잡힌 느낌이다.

▲ 3세대 G80를 시승한 뒤 연비가 각각 13.0㎞/ℓ, 13.2㎞/ℓ로 표시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신형 G80의 실제 복합 연비는 공인 연비 8.4㎞/h(AWD 기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경기 용인시 처인구까지 이어지는 49.2㎞ 거리의 구간과 되돌아오는 47.7㎞ 거리 구간을 왕복하며 두 차례 연비를 측정했다. 도심에서 신호와 교통량 때문에 멈췄다 서기를 반복하고 몇 차례 급제동 했지만 최대한 관성 운전을 실시했다. 일부 구간에서 운전석 창문을 열어놓은 채 달리기도 했다. 이때 연비는 각각 13.0㎞/ℓ, 13.2㎞/ℓ로 표시됐다. 앞서 2019년식 3.8 가솔린 AWD 모델로 기록한 연비 8~9㎞/ℓ에 비교하면 효율이 대폭 개선됐다.

신형 G80는 이전 모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성능을 더욱 개선할 뿐 아니라 디자인 혁신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도 성공했다. 시승하는 동안 인도를 걷던 행인이 발걸음을 멈추고 차량을 구경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교통량이 원활한 도로에서 한 구형 제네시스 운전자가 정지 신호에 맞춰 길 한가운데 멈춰서 차 앞모습을 살펴보기도 했다.

신형 G80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구원투수’ 신차 라인업 가운데 맏형 역할을 맡았다. 다행히 출시 첫날 계약 건수 2만2000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단순한 신상 고급 차량 이상의 ‘임무’를 수행할 G80이 침체된 국내 자동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