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출처= 호텔롯데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의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롯데그룹은 올해 호텔롯데 상장, 유통 구조조정, 온·오프라인 통합몰 시행 등을 통해 '유통업 부활' '일본기업 이미지 탈피'를 계획했지만 질병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지난 60여일 동안 전국 백화점, 마트 등의 휴점 횟수가 100회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급격한 소비위축, 관광수요 감소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롯데의 유통부문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호텔롯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관광객 감소로 최근 롯데호텔의 공실률은 90%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에 더해 국내 여행자들의 해외 출국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사업부의 매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면세점 사업부의 타격이 크다. 지난해 기준 면세점 사업부는 호텔롯데 전체 매출액의 82.5%를 차지했을 정도로 비중이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매장 영업중단, 김포 면세점 무기한 영업 중단이 이뤄지는 등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호텔사업부의 경우 임원을 대상으로 3개월 간 급여의 10%를 반납받고 있다. 

또한 전체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 가치가 하락, 당초 계획했던 호텔롯데의 상장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사업 부문의 부진이 뼈아프다. 잦은 매장 휴업, 방문 고객 감소가 이어지면서 매출 역시 하향 곡선을 그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온·오프라인 통합몰 '롯데ON' 론칭이 늦어지면서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이어진 백화점 부문의 수익 감소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부문은 지난해 롯데쇼핑 전체 이익의 121.4%(5193억원)를 차지했을 정도로 계열사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가전을 제외한 오프라인 소매 유통 부문(대형마트 260억원 적자, 슈퍼마켓 1038억원)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는 사업부다.

대형마트의 경우 생필품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지만 기타 영역에서 부진하면서 지난해 대비 적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정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만년 적자였던 롯데슈퍼의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어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2~3월은 업태별 매출 실적과 수익성이 최근 몇 년간의 트렌드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백화점과 마트의 경쟁력 요소보다 접근성이 좋은 슈퍼마켓의 이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의 경우 임대업 위주의 사업구조, 매트와 슈퍼마켓의 경우 직매입 서비스를 갖는 사업적 특성이 있다"며 "고부가·고수익 제품 위주인 백화점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모회사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