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한 경영자로 기록됐다. 사진은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신동빈 회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기준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연봉을 많이 받은 경영자가 됐다. 31일 공시된 롯데지주 포함 7개 계열사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 회장의 연 급여는 총 181억7866만7000원을 기록했다. 유통 대기업 최고경영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연봉이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국내 유통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신 회장에서 또 다른 부담감이 되고 있다. 

최고 대우 받을 만한 '자격'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유통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연봉은 대부분 30억원~40억원대에 머물렀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정재은 명예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를 합쳐 각각 총 40억81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에서 35억6200만원,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신세계에서 31억14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은 상여금 등을 합쳐 총 35억4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롯데와 유통사업으로 경쟁하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의 연봉을 감안하면 신동빈 회장의 연봉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신 회장의 경영부재로 많은 혼란을 겪었던 롯데그룹의 상황이 신 회장 경영복귀 후 대부분 정리된 것에서 기인한다. 2018년 2월 국정농단 연루 혐의로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롯데의 굵직한 사업들은 사실상 ‘올 스톱’ 됐다. 그룹의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이 회장 대행으로 열심히 뛰어다녔으나, 신 회장의 부재로 인한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 때부터 내려 온 ‘총수의 절대권한’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제대로 경영에 복귀한 후 롯데의 미래 먹거리인 화학부문, 유통부문 사업은 빠르게 방향성을 잡아갔다. 미국에 대한 롯데케미칼의 투자, 한동안 미뤄진 롯데 이커머스 계획 추진, 롯데호텔 해외 사업 확장 등은 모두 신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사안들이었다. 대법원 상고심으로 국정농단 연루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관련 문제의 오랜 논란도 종식되면서 신 회장은 긴 시름을 덜어냈다. 

▲ 경영복귀 후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신동빈 회장. 출처= 롯데그룹

연봉에 담겨있는 ‘책임감’

그러나 신동빈 회장 앞에는 연봉에 비례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화학, 건설, 유통 등 롯데 주력 분야가 기록한 지난해의 부진한 실적은 신 회장을 당황하게 했다. 아울러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산업 영역이 거의 마비된 상태에서 이전과 같은 적극적 투자 중심의 경영 방향성은 한동안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지난 19일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한일 양국 롯데의 경영을 신경써야 하는 입장에 놓이면서 책임감은 더 커졌다. 

지난 25일 신동빈 회장은 코로나19 대응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해 전 계열사들의 대표이사들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현재의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라면 그간 세웠던 경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국면은 총수일가 경영권 다툼, 총수일가 경영비리 문제, 국정농단 연루 등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 총수일가의 거취나 그룹 내 입지와 관련된 문제와는 다른 측면의 위기로 롯데를 압박하고 있다. 업계 최고의 연봉은 곧 신 회장에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경영자는 성과로 말해야 한다. 신동빈 회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