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한국은행이 31일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경쟁입찰을 진행한 결과 예상보다 적은 응찰 규모를 기록했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방향 속에서 금융사들의 달러 경색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진행한 한미스와프 자금 경쟁입찰 결과 총 120억달러(약 14조6520억원) 가운데 87억2000만달러가 낙찰됐다.

당초 공급 한도액 120억달러에는 미달했다.

입찰예정액은 7일물 20억달러, 84일물 100억달러로 총 120억달러였지만 실제 응찰 규모는 7일물 8억달러, 84일물 79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은행들의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지난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당시에는 1차 공급액 40억달러에 78억달러가 넘는 수요가 몰린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의 달러 유동성이 개선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외환 규제를 풀어주는 등 일관된 정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외환 유동성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는 시중에 달러 경색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은행들의 외환 관련 규제들을 풀어줬다.

먼저 정부는 은행의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을 80%에서 70%로 한시 조정하기로 했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외화유출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로, 100%가 넘으면 외환 건전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LCR 한시 하향조정을 통해 은행이 외화 유동성 수급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금융사에 대한 외환 건전성 부담금도 3개월간 한시 면제한다. 현재 금융사는 잔존 만기 1년 이하의 비(非)예금성외화부채를 안고 있으면 이에 대해 부담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4~6월까지 이같은 비예금성외화부채 잔액에 대한 부담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앞서 스와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달러 규모를 늘리기 위해 국내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40%에서 50%로, 외국은행지점의 한도는 200%에서 250%로 각각 25%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더욱이 최근 주가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이 어느정도 마진콜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증권사들은 유로스탁스 등 주요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이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해외 운용사들이 증거금을 추가 납부할 것으로 요구, 현금 유동성 압박을 받아왔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시장의 달러 경색은 증권사들의 마진콜에도 원인이 있었는데 현재 주가가 저점 대비 상당폭 회복되는 등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것도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낙찰된 자금은 결제일인 다음달 2일 시중에 공급될 예정이다. 한은은 향후 외화자금사정 등을 감안해 추가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