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취업관련 설문조사 유감

실제 취준생들이 얼마나 보는지 모르지만 취업포털이나 언론사 등에서 쏟아내는 설문조사결과가 있다. 진정한 정보가 되고 취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관행이 30여년전으로 역사가 거슬러 간다. 언론사인지 취업전문기관인지 기억이 애매하지만 대학생들의 기업선호도를 조사해서 일간지나 TV 등의 언론에 보도를 하면 인사담당자들은 무촉이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그 평판도는 신입사원 모집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최고경영진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기업이 아닌 취준생이나 직장인들의 깊은 심정을 파고드는 설문조사가 횡행한다. 직장상사, 직장부하, 사회생활, 조기퇴직, 부적응은 물론이고 돈들어 가는 수많은 스펙의 분석자료 등이 쏟아진다. 기업에서는 별로 관심도 없는 스펙이 즐비하다. 9포세대라고 하여 언급하는 9대 스펙 중에 5-6개는 관심도 없다. 이 컬럼을 통해 이미 수없이 언급해 왔다.

그러나, 어떻게 하랴? 자극적 보도에 재미를 들인 매스미디어가 단순 받아쓰기로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소위 ‘정보’에 청춘들은 또 멍들고 돈들고 시간을 보낸다. 의미,무의미를 말하기 전에…

첫째, 표본의 구성도 모르겠고 대표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직장인, 취준생 등으로 표기되는 문제이다. 표본이 추출된 지역이나 전공, 학교 등을 모른다는 말이다.

둘째, 설문조사의 목적도 잘 모를 지경이다. 그러니 질문자체도 어색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의미없는 설문조사가 태반이다.

이런 것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취업관련 판도가 뒤죽박죽이 된다.

최근 2-3개월 사이에 3대 취업포털에서 조사하여 언론에 보도된 설문조사 결과 제목만한 번 나열해 본다.

1. 직장인이 첫 이직을 시도한 이유는(502명) 잡코리아

2. 구직자 10명 중 9명 “취업 콤플렉스 느껴”(706명) 2020년3월 인크루트

3. 구직자의 취업 콤플렉스 1위 나이(구직자 475명) 2018년12월 사람인

4. 1000대기업 신입직 합격스펙 ‘올라’(천대기업신입 1256명) 2019년12월 잡코리아

등이다. 3개 회사가 각각 1주일에 한 개정도의 조사결과를 쏟아낸다. 그리고, 많은 언론사들이 그대로 받아 적어 보도한다. 키워드 하나만 치며 검색하면 하늘에서 비오듯이 쏟아진다. 취준생, 직장인들의 박탈감은 하늘을 찌른다.

일자리가 없으니 생기는 현상에다가 본인이 노력을 못해서 생기는 현상들, 기업에서 관심도 없는 포인트를 조사,분석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라면 이런 결과를 통해 나름대로의 대안이나 혹은 그렇지 않다는 근거라도 제시를 하던지? 한 때 비판을 했더니 “우리는 조사만 할 뿐이다”라며 넘어간 일도 있었다.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과연 이런 설문조사 디자인은 누가 할까? 그리고 왜 할까? 마음 같아서는 트렌드 분석, 설문조사 전문가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면허를 가져야만 할 수 있는 국가공인자격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이다.

위 내용 중에 3가지만 도표로 정리된 것을 한 번 보자.

 

매년 나오는 스펙 분석(2019년12월 잡코리아)

모두를 이것만큼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공산이 크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항목 중 5-6개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이 항목은 전부 평균이다. 월등히 낮은 점수도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두 기관이 시차를 두고 조사한 것이나 의미가 모호한 경우

 
 

목적이 모호하고 설문구성이 엉망인 경우

첫 직장을 관두는 이유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비슷한 시기에 관두는 사람들끼리 마음의 위안으로 삼으라는 것인가? 그런 이유가 있으면 관두라는 것인가? 이 사람들은 전부 서울, 혹은 대도시 직장인일까?

필자라면 이런 경우에 몇 마디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어 정리해 본다. 그리고, 취준생들도 ‘신입사원’들이 이런 사유로 회사를 떠나니 잘 알아보고 지원하세요.

 

(1) 업무 과다로 개인생활 어려움

이 자료는 3년이내 관둔 사람으로 대상으로 설문하고 답을 받았다고 한다. 1년미만이 42%이다. 2년이하까지 가면 63%이다. 3년이내가 79%까지 달한다 잠시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자. 업무가 많고 힘든 것은 당연하며 누구나 다 겪는 고통이다. 신입사원이니 일도 잘 모르고 업무 숙달도 덜 되어있다. 가끔씩은 이런저런 이유로 야단도 맞을 것이다. 선배들보다 1.5배, 2배시간이 걸리고 오류도 많다. 그러는 사이 일을 배워 직장에 서서히 자리 잡는 것이다.

꼭 명심할 것은 이런 이유로 관두고 다른 곳에 가면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비슷한 두려움에 또다시 관두는 경우가 생기면 ‘퇴직습관’도 생긴다.

(2) 낮은 연봉, 회사 미래 불안

너무 낮은 급여로 퇴직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홈페이지나 정보나 부족한 회사도 있지만 왠만하면 급여수준은 공개가 되어있다. 잘 알아보고 도전하라.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일의 양이나 스트레스 정도와 급여와는 비례한다고 한다. 입사 면접이후에 급여 수준을 물어볼 수도 있다. 제법 괜찮은 급여 수준인데도 본인의 기대가 너무 커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주변의 친구들과 비교하지 말아라. 서로 ‘뻥’치는 경우도 많다. 그참에 관두는 경우도 많이 본다.

(3) 상사,동료와의 불화

제일 난감한 경우이다. 실제 상사가 인격적으로 잘못되고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빨리 나오는 게 답이지만, 제대로 된 회사라면 그런 인물은 오래 버티질 못한다. 필자가 듣고 확인한 경우(70-80%)는 신입사원에게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이해가 된다. 필자가 GYBM과정을 해마다 200여명을 뽑아서 동남아 현지의 한국 중견,중소기업에 취업을 시킨다. 얼마 가지않아 관둔 사람들의 대부분은 조직부적응, 상사불화를 말한다. 그러나, 그 회사의 매니저들에게 확인하면 정반대의 말을 한다. 조직을 보는 눈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배운다는 마음으로 주변의 선배들, 동료들에게 물어보며 해 나가야 한다.

상사들도 하루하루가 빠듯하고 스트레스가 많다. 잘못되고 모자란 것을 지적하고 가르쳐 주는 것도 몇 번 이상을 지나가면 포기해 버린다. 야단도 더 잘하라는 채찍질이다. 어느 상사나 선배가 가학증(加虐症) 환자도 아닌 데 할 일 없어 그러겠는가?

(4) 재미없는 업무

퇴직사유로 설문에 들어갈 제목이 난감하다. 기본적으로 기업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판매를 통하여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다. 누구나 고민스럽고 어려운 것이다. 오너부터, 경영자, 전직원이 재미없어한다. 간혹 성과가 좋아 하는 일이 재미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늘 그럴 수도 없다. 재미와 낭패,고통이 섞여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어느 한 사람은 힘들어 하는 일이 또다른 누구에게는 재미있고 신날 수도 있다. 가정이나 학교도 아닌 취업을 한 직장생활에 대한 조사에서 ‘재미없는 업무’라고 설문을 구성한 경우가 너무 황당하다.

 

두 가지만 생각하자.

하나는, 회사가 나를 뽑을 때 시간과 돈 들였다. 그리고, 한 명이 관두면 누군가를 새로 뽑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물론이고 시기를 놓친다.가급적 데리고 가려는 것이 기본이다.

다음은, 나의 부하가 내가 입사한 후 같은 수준으로 행동하고 업무를 처리했고 내가책임자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