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문을 닫든 업체들이 속출하는 한편 고용이 급증하는 산업이 생기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노동력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 Quartz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부가 해고 노동자들을 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떠오르는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노동력 재분배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일부 산업은 폐쇄되는 반면 필수품 및 배달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 레스토랑, 항공사 등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식품점, 온라인 소매점, 병원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노동자 대이동에는, 정부까지 나서 일시 해고된 노동자들이나 학생들에게 농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심고 수확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가세하고 있고,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맥도날드가 직원들을 구하기 어려워하는 대형 식품 체인점에 직원들을 빌려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인력회사인 맨파워그룹(Manpower Group)의 베키 프랑키예비치 북미지역 사장은 “작금의 인력 이동은 1948년 세계 2차대전이 끝난 이후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하룻 밤 사이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열렸다 닫힙니다. 몇 시간 안에 움직여야 하지요."

미국에서도 잠재 노동자 풀(pool)이 폭발했다. 지난 주 미국 정부는 실업급여를 신청자가 328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월마트와 약국체인 CVS헬스(CVS Health) 같은 회사들은 코로나 유행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50만 명의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사회 안전망의 발달로 일자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노동자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독일은 지난 주, 쿠어쯔아르바이트(Kurzarbeit, 불황으로 기업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해도 정부가 임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로 생긴 유휴 근로자들이 의료나 농업과 같은 산업에서 부업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말테 보그츠는 농장에서 일하기 원한다는 전화가 폭주해 곤혹을 치렀다. 보그츠의 농장은 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150~170명의 계절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전화 문의를 해온 사람들 중에는 요리사, 웨이터, 음악 교사, 물리치료사, 건설안전장비 제조사, 판매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디디에 기욤 농림부장관은 지난 주, 외국인 계절 노동자들이 프랑스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3월에는 4만5000명, 4월에는 8만 명, 5월에는 8만 명의 근로자들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그러나 고용이 늘어나는 부문이 향후 몇 개월 동안 예상되는 수백만 명의 실업자들을 모두 상쇄시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노동력 대이동의 상당수는 임시직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번 소동을 통해, 과연 어느 직업이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진짜 안전한 일자리인지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식당업계에서 급여담당자로 일하면서 자신의 직장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오클라호마 시에 사는 37세의 셰월은 이달 초 실직한 후,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실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건강관리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고 있다. 그녀는 그것이 이번 바이러스 대소동으로 배운 교훈이라고 말했다.

노동력 재분배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워싱턴 외곽에서 코너마켓 앤 파머시(Corner Market & Pharmacy)라는 드럭 스토어를 운영하는 제이슨 키르쉬는 최근 식당과 바텐더로 일하다 실직한 4명을 고용해 매장 선반 채우는 일 등을 처리했다. 그는 단순 노동직 4명을 뽑는데 24개의 신청서를 받았다.

"말 그대로 아침에 와서 오후까지만 일하는 조건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쓸 수 있습니다.”

영국의 의류 및 식품 체인 마크앤스펜서(Marks & Spencer PLC)는 매장 내 카페와 의류 부서에서4600명의 직원을 식품사업부로 이동시켰다. 이 회사는 가급적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적재 적소로 이동시키며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다.

독일의 알디 노르드(Aldi Nord)와 알디 수드(Aldi Süd)라는 가족 소유의 두 식품체인점과 맥도날드 독일은 직원들을 상호 공유하는 상생 방안을 생각해 냈다. 독일 주정부들이 이달 들어 잇따라 식당 폐쇄를 명령하자 일손 부족으로 사람을 구하기 힘든 두 식품체인점은 맥도날드와 직원을 공유하자는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문을 닫은 맥도날드 직원들은 단기 계약으로 두 식품 체인점에서 일하다가 위기가 끝나면 맥도날드로 복귀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두 식품 체인점은 맥도날드에 3000명의 근모자 지원을 요청했는데, 회사측은 맥도날드 직원들은 이미 서비스 교육을 충분히 받은 인력들이어서 별도의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에게 인사 문제를 조언하고 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팡 루안 파트너는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중국 도시들이 문을 닫으면서 패스트푸드 체인점, 식당, 레저 회사들이 가정 배달 수요 급증으로 인력이 부족한 전자상거래 업체에게 직원을 빌려준 경우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인력을 빌려 준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력파견 회사들이 노동자들을 재분배하려는 노력의 핵심 역할자가 되고 있다. 프랑스의 인력파견회사 미스터템프 그룹(Mistertemp Group)은 자동차 공장, 건설 또는 이벤트 산업에서 일하던 수천 명의 근로자들을 포장, 물류 센터, 지게차 운전자, 소매점 계산원 일자리로 옮기고 있다. 이 회사의 마케팅책임자(CMO) 장루프 위로티우스 마케팅책임자(CMO)는 "식품과 온라인 소매업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인력의 3분의 1은 최근 섹터간 이동 근로자들”이라고 말했다.

최근 푸조(Peugeot) 공장에서 실직한 22세의 수베르 압둘라히 누르는 현재 온라인 소매업체 창고에 고객 주문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배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주문을 받고 있어서 당분간은 여기서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