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강남3구 일대의 부동산 시장은 조정 기미가 보이면서, 서울 전역은 물론 상승세를 이어가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오름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특히 수원·성남 등은 물론이고 2.20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군포 등 풍선효과 지역 역시 거래 자체가 끊기면서 상승률이 둔화된 채 불황형 보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가격 리드 지역인 서울의 강남, 수원 일대의 둔화세가 뚜렷한 만큼 인근 풍선효과 지역 역시 위축 심리로 인해 상승세가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강남 침체에 노·도·강 마저 위축


12.16 이후 연속된 규제와 최근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보유세 증가, 자금조달계획서 등으로 강남4구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은 강남구와 서초구는 –0.14%, 송파구는-0.10%를 기록하며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 노원·도봉·강북 3개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출처=한국감정원

강남의 하락 조짐은 코로나19로 이미 움츠러든 서울 시장 전체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마·용·성은 물론이고 서울의 대표 풍선효과 수혜 지역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도 이달 23일 기준으로 주간 변동률이 모두 전주에 비해 둔화됐다.

저평가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워 12.16 대책 이후부터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높았던 노원(0.05%)ㆍ도봉(0.06%)ㆍ강북구(0.06%)도 일제히 상승폭이 축소됐다. 특히 3월 초중순부터 상승폭이 둔화되기 시작한 노원구, 강북구와 달리 창동 일대의 개발 호재를 중심으로 상승폭을 매주 유지하던 도봉구 역시 23일 기준 주간 변동률에서는 상승폭이 꺾였다.

▲ 창동역 인근 창동 창업·문화산업단지 조성 공사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일부 대장주 단지들의 실거래 가격도 소폭 하락했다. 노원구 하계동의 청구아파트는 일부 소형 평수의 실거래가가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거래된 70.69㎡(4층)는 6억원에 거래됐지만 3월 9일 거래된 14층의 동일 평형 매물은 5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의 삼성래미안트리베라2단지 역시 지난달 22일 8억1100만원에 거래된 84.29㎡평형이 이달 2일에는 7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아직 상승폭 자체는 유지하는 만큼 각 단지의 중개업자들은 현지 호가나 실거래 하락으로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매물 등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구 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아직 가격을 다운한 물건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더 싼 매물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도봉구 창동의 동아청솔 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거래 중단으로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매 거래는 거의 끊겼지만 아직 지켜보면서 가격을 내려서 물건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가격이 상승할 때 한 두 개 있던 매물이 현재는 평형별로 5~6개씩은 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 위축심리 번져, 2.20 이후 상승지역도 둔화세


지난해부터 무섭게 부풀어 오른 경기도 남부 일부 지역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하락 국면에 들어갔다. 풍선효과가 오래 지속된 지역인 수원도 규제 여파에 코로나19가 가세하면서 상승 활력을 잃었다. 특히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수원의 주간 가격 변동률은 2.20 대책직후인 지난달 23일 기준 주간 가격 변동률이 0.78%P 떨어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해 0.5%P 넘게 변동률이 하락했다.

▲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특히 신분당선 등의 교통 호재로 상승한 지역 역시 문의와 거래가 2주 사이에 급감할 정도로 매수심리가 위축됐다. 교통호재로 강세를 보이던 지하철 1호선 화서역 인근의 화서주공 3·4단지도 거래가 끊긴 상황이다.

화서역 인근 한 업자는 매물이 나오는 상황도 아니고 문의도 없는 상황이라 거래 자체가 ‘올스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서역역 인근에서 지난해 말에서 1월까지 상승한 아파트들의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몇 달간 계속되면 가격 역시 조정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라고 했다. 그는 또 인근 단지 주변 단지에서 이어지던 갭투자 역시 실물경기가 워낙 안 좋고 심리가 위축된 탓에 자취를 거의 감췄다고 부연했다.

▲ 수원지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출처=한국감정원

2.20 대책 이후 수원시 상승의 숨통을 틔우던 재건축 예정 구축 아파트도 거래가 멈춰서있다. 지난주에 비해서 상승률이 0.55%P 하락한 영통구의 매탄주공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단지 인근 중개업자는 “이 곳은 규제보다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둔화 영향이 크다. 많지는 않지만 급한 매도인이 2000여만원 정도로 가격을 내리는 경우도 조금씩 나타나는 정도”라고 말을 줄였다.


리모델링 호재 불구, 상승률 둔화 시작


새로운 풍선효과 지역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던 군포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경기 일대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가파른 상승세만큼 상승폭 둔화 역시 빠르게 나타났다.

리모델링 호재로 투자자들의 수요를 견인하는 산본동 일대 아파트들은 여전히 높은 호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미 통계상으로는 상승률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힌국감정원에 따르면 산본동과 금정동 위주로 상승하고 있지만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은 0.8%를 기록하며 상승폭은 축소됐다.

우륵 주공 7단지 인근 한 중개업자는 “가격 상승은 한 달 전 이야기다. 지금은 거래가 잘 안된다. 산본 지역 전체적으로 그렇다. 가격이 너무 오른 상황이라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는지 지금 문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답했다. 그는 “호가를 내리거나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조금 더 관망하자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원혜진 연구원은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강남4구 등 상위 단지나 상위 지역의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풍선효과 지역이라도 상승여력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접근성이 높아지는 지역이라도 정작 서울 부동산 가격이 정체되면 해당 지역도 오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원 연구원은 “기존 저평가지역이나 비규제 지역이라는 점에서 오는 상승 동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아무래도 일정 이상 상승해 키가 맞춰지면 추후 경직된 시장에서 계속 상승을 이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원 연구원은 2.20 대책 이후 상승한 지역도 상승세가 장기화되거나 계속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 봤다. 원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은 기대심리가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인데 수원 등 지역에서 심리가 위축된 이상 나머지 지역도 연쇄적인 갭 메우기가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