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fore and After, 40×40㎝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20

자개와 크리스털은 정현숙이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주재료이다. 둘 다 발광물질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무지개색이 어우러져 오묘하고도 부드러우며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자개와 눈부시게 반짝이는 빛을 발하는 크리스털은 그런 점에서 예로부터 공예의 재료로 각광받아왔다.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정현숙이 붓과 물감이 아닌 자개와 크리스털을 작업의 주재료로 사용하게 된 데에는 개인의 취향도 작용했겠지만, 일상과 예술, 구상과 추상, 순수미술과 공예 등 그동안 엄격하게 구분돼 온 모더니즘의 층위(hierarchy)와 관례들이 허물어지면서 각 요소들이 서로 뒤섞이는 포스트모던적 상황도 한 몫을 했다.

이제는 어느 것이 고급예술이고 어느 것이 저급예술이라는 식의 등식과 구분이 사라지면서 한편으로는 그동안 열등한 것으로 치부돼 온 가치들이 문화의 전면에 부상하게 된 것이다. 제3세계의 예술과 민속예술 그리고 공예와 같은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자개와 크리스탈을 회화의 주재료로 사용하는 작가는 비단 정현숙뿐만이 아니다. 그것들은 빠삐에 꼴레를 비롯하여 꼴라주, 아상블라주 등등의 표현기법들이 현대미술의 풍경에서 아주 친숙해진 것처럼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붓과 물감이 여전히 회화의 주재료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상태에서 이처럼 이질적인 재료들이 속속 회화의 범주 속에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실용신안특허를 내듯이 새로운 재료의 발견은 그만큼 회화적 표현가능성의 폭을 넓히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정현숙(크리스털&자개 단색추상화가,서양화가 정현숙,Dansaek abstract art of crystal and Mother of Pearl,JEONG HYUN SOOK,미니멀컬러 아티스트 정현숙,Minimal Color Artist JEONG HYUN SOOK,정현숙 교수)의 작업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둘 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그 진가가 드러난다.

△윤진섭 미술평론가/Yoon Jin Sup(Art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