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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인사이드] '코로나 패닉' 없게 한 韓 유통“전 세계에서 사재기가 없는 유일한 나라”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와 함께 확산되는 공포감은 하나의 재앙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식재료나 생필품들의 사재기 현상들이 나타났고 소위 선진국이라는 미국·유럽 그리고 일본조차 이 공포의 확산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급량 자체가 부족한 마스크 말고는 사재기나 품귀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안정감에는 그간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상대하며 경쟁해 온 국내 유통업체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전 세계를 덮친 혼돈

얼마 전까지 일본에서는 사람들의 ‘휴지’ 사재기로 전국 주요지역의 유통채널에서 휴지가 동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능하면 한 번 외출 시 단기간 필요분과 비축분을 구매해 두려는 소비심리가 반영된 것이었지만, 일본의 경우는 그 정도가 정상의 범위를 지나쳤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광적(狂的)으로 휴지·생리대 등 펄프원료의 제품을 쓸어담았다. 이는 “중국에서 마스크를 만드는 소재로 펄프를 많이 쓰기 때문에 휴지 공급량이 부족해져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트위터발 ‘가짜뉴스(デマ)’에서 비롯한 공포감 확산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 연기를 선언한 이후,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이러한 공포감은 점점 더 배가되어 이제 일본에서는 인스턴트 라면 등 식재료 사재기로 인한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 휴지 가격의 폭등을 대비해 사재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일본 트위터발 가짜뉴스(왼쪽)와, 휴지가 품절된 일본의 한 대형마트. 출처= 트위터/온라인커뮤니티

미국에서는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에 이어 때 아닌 총기류·탄약 등 대인살상용 무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19일 미국 CNN은 “미국의 온라인 총기류 제품 판매 사이트 ‘애모(ammo)닷컴’에서는 2월 23일부터 3월 15일까지 애모닷컴 사이트 방문자 수는 직전 3주보다 약 77% 늘었고 이 기간 판매 건수는 222%, 매출은 309% 증가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행동은 생활필수 물품이나 식량 부족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서로의 소유를 빼앗을 수밖에 없는 ‘약탈’ 등 극도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에서 근거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통업체들이 위기상황에서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고 각 업체의 공급망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전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미국 여기저기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 외 이탈리아·스페인 등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나타나는 유럽에서도 식품이나 생필품 사재기로 인한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손세정제, 휴지, 물티슈 등 위생용 제품들로 가득 차 있는 국내 한 대형마트 진열대. 출처= 뉴시스

한국, 세계 최고의 유통 인프라

세계가 공포감 확산으로 경직되고 있는 혼돈을 겪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에게서는 생필품이 ‘없어서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눈물나는 노력이 낳은 결실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과거 IMF 경제위기나 사스, 메르스 등 전염병 확산 시 식재료나 생필품의 사재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때 우리나라의 유통업체들이 깨달은 것은 ‘경쟁업체보다 충분하게 상품의 재고를 확보하면 고객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더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충분한 상품의 재고는 곧 우리 유통업계에서 하나의 경쟁력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충분한 재고와 상품군 구성을 확보한 뒤 유통업체들은 가격으로 경쟁했다. 물론 이러한 경쟁은 각 기업의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는 방향성은 아니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 장기 관점에서 결국에는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에서 각 유통기업들은 필요하다면 오프라인 거점을 계속 늘렸고 상품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고객 효용을 추구했다.

여기에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점차 바뀌는 흐름이 나타나자 유통기업들은 많은 손해를 감안하면서 온라인에 최적화된 플랫폼들을 갖추기 시작했다. 기존 온라인 기업들은 더 돈을 써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연간 1조원대 적자를 감안하면서도 온라인 쇼핑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이커머스-물류 연계 서비스를 확장한 ‘쿠팡’이 있는가 하면, 지난 수 십 년 간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쌓아 온 성장해 온 대기업 롯데와 신세계는 큰 손해가 동반되는 오프라인 구조조정과 온라인 유통 플랫폼-물류 인프라 확장을 추진했다.

▲ SSG닷컴 새벽배송 권역. 출처= SSG닷컴

이렇듯 자연스러운 국내 유통업체들 간 경쟁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유통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굳이 사람이 많은 곳에 일부러 나가지 않더라도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배송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물론 국내 유통기업들은 막대한 투자에 비한 저조한 실적으로 인한 경영상의 리스크를 매년 지적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과감한 투자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춰 둔 것은 분명 국내 유통기업들이 일궈낸 성과다.

“아마존보다 못하다”, “미국 따라잡으려면 멀었다”, “여전히 일본보다 뒤쳐진다”는 혹평 속에서 국내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갖추는 것에 각자의 최선을 다 해 왔다.

해외 언론에서는 연일 우리나라의 주요 대형마트에 가득 쌓여있는 휴지와 식료품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사재기를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모습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진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소비와 그에 수반하는 유통-물류의 안정감을 이뤄낸 것은 분명 국내 유통업체들의 공로다.

박정훈 기자  |  pjh5701@econovill.com  |  승인 2020.03.30  19: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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