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언택트(비접촉) 소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건 다름 아닌 중장년층이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중장년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점차 가속화되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온라인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시장에 ‘큰 손’으로 부상했다.

액티브 시니어는 본래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이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뉴가튼 교수는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젊은 노인(Young Old‧YO)으로 구분했다. 과거의 같은 세대에 비해 훨씬 젊고 건강한 YO세대를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건강과 외모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소비활동과 여가, 문화생활을 즐긴다. 또 자기계발과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육체뿐 아니라 경제적, 정신적 측면에서도 혈기왕성한 성향을 띤다. 이들은 연금이나 자녀 용돈에 의존해 노년을 보내는 수동적 이미지의 실버세대와 뚜렷하게 구별되기도 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2020년 세계경제대전망(The World in 2020)’에서 “만 65~75세 젊은 노인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며 “그들의 선택이 앞으로 소비재, 서비스,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새로운 소비트렌드, 오팔(OPAL)세대는 누구

한때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이자 초고속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오팔(OPAL) 세대’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오팔 세대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로, 고령화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른 5060 신중년, 즉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동시에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오팔’을 뜻하기도 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트렌드코리아2020’에서 올해 주목해야할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오팔세대를 지목한 바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이 노인에 진입하는 올해가 인구 변화의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55년생은 71만여명으로 69만~92만 명의 베이비부머가 2028년까지 차곡차곡 노인 세대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2011년 전체 인구의 11%였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20년 15.7%, 2025년에는 무려 20.3%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정년이나 퇴직 이후 일선에서 은퇴한다는 통념도 깼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55~79세) 3명 중 2명(64.9%)이 여전히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세까지다.

또 예상은퇴연령이 2014년 66.2세에서 지난해 68세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와 함께 적정 노후생활비는 2014년 월 247만원에서 지난해 월 291만원으로 44만원 증가했다. 최소 노후생활비도 월 168만원에서 월 200만원으로 34만원 증가해 노후생활에 대한 눈높이가 조금씩 높아지는 모습이다.

오팔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다져놓은 탄탄한 경제력과 안정적인 삶을 토대로 젊은 세대 못지않게 왕성한 소비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소비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고령층과 달리 오팔세대는 자신을 가꾸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명품이나 화장품 등에 돈을 아끼지 않고 다양한 취미 생활도 즐긴다.

특히 이들은 문화생활에서 활발한 소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 예로 서울문화재단이 발표한 ‘2018년 서울시민문화향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은 연평균 약 12만원의 문화비를 지출하며 6~7회 문화 관람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중 문화 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가 50대(남성 77%, 여성 88.5%·연간 문화 활동 관람률)라는 결과가 나왔다. 20대(남성 66.3%, 여성 66%)보다 높은 수준이다.

 

오팔 세대는 또한 스마트폰 사용 비율이 현저히 낮은 노년층과 달리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유튜브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며 오팔 세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2030세대만큼 높아졌고, 50세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 자 중 40% 이상이 가장 많이 하는 어플로 유튜브(Youtube)를 꼽기도 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대 이상의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51억분에 달했다. 이는 10대(76억분), 20대(53억분)의 사용시간보다 적지만 30대(42억분), 40대(38억분)보다는 많은 수치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 지금까지 통용됐던 노후 자산관리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앞으로 노후 생활비와 자산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여유로움을 기반으로 은퇴 이후 소비생활에만 치중하다 보면 금세 노후 빈곤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까지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목표가 아니라 ‘은퇴 후에도 어느 정도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