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 1949년 경남 거창 출신으로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건축학과, 서강대 대학원(MBA)을 졸업했다. 한샘건축연구소 입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으며 이후 삼성물산을 거쳐 지난 1996년부터 한미파슨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올 1월부로 사장직에서 회장으로 직급이 조정됐다.

성경에는 간음한 여인의 예화가 있다. 간음한 여인을 심판하려고 한 사람들에게 죄가 없는 자가 있으면 돌로 이 여인을 치라는 예수님의 일갈로 세속의 심판을 일거에 뒤집어버린 사건이다.

이와 같이 세상 만사의 법과 제도는 완전하지 못해, 규정대로만 해석하는 경우에는 분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지방법원에서 내려진 판결도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치면서 뒤집어지기 일쑤다. 대법원에서의 최종 판결을 대법원 판례로 하여 일선 판사들이 참고하는 관행도 바로 최고의 법률기관에서 법 조항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재해석하는 기능이라고 보여진다.

민간기업에서 인사평가나 승진심사를 하면 반드시 구성원 사이에서 불만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좋은 평가를 받거나 승진이 된 사람은 괜찮은데 그 반대의 사람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규범에 대해 모 대학의 저명한 언론학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유학 시절의 일화가 생각난다.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의 차에 부딪쳤습니다. 나는 무심코 옆을 돌아보는데 현지 동료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디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주변 사람이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네들은 하늘을 삶의 규범으로 삼고 있었어요.”

규범이나 규정이 애매할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실을 판단해야 할까?
회사를 운영하면서 우리 회사도 이러한 문제에 몇 차례 봉착하게 되었지만 결론은 비교적 간단했다.

‘규정이 애매한 경우는 무조건 구성원 편에 서고 회사 편에 서지 말라는 것’이다. 창업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담당 부서에 이러한 원칙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때로는 사람 교체 등을 이유로 현업 부서에서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구성원 우선 정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수년간 ‘훌륭한 일터(GWP)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선진기업들의 GWP 성공사례를 살펴봤다.

미국의 유력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월급을 그렇게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전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을 한다. 이유는 ‘구성원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경영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 출신의 창업주 허브 켈러는 하버드대 입학보다 더 까다롭게 구성원을 뽑은 뒤 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서로를 안아주고 소리 지르고, 언제나 파티를 즐겼다.

그 결과 9·11테러 이후 3년간 대형 항공사들이 수천 명의 인력을 감원하고 220억달러의 손실을 볼 때 사우스웨스트는 단 한 명의 구성원도 내보내지 않았고, 매 분기마다 흑자를 기록했다.

유통업체인 컨테이너 스토어도 ‘구성원의 학습과 업무 자율성 부여’라는 ‘구성원 가치제안(EVP)’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동종업계 평균 이직률의 1/4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진짜로 구성원들이 회사에 가고 싶어 안달이라고 한다. 일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성과지향적인 기업이 발전하겠지만, 그 배경에는 반드시 재미와 프라이드를 느끼는 구성원들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을 동반자로 생각하는 조직문화가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어렵지만 우리의 고객과 협력업체에도 같이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대로 상대를 대접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